2
부산메디클럽

“불이문에서 바라 본 빈 마당은 동양정신과 불교문화의 진수”

한정갑 씨 저서 ‘재미있는 사찰…’ 문화재 아닌 불교사상으로 접근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8-01-12 19:27:42
  •  |   본지 1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사천왕문 등 사찰 구석구석 소개

- “절은 불교 이상향 느끼게 설계…
- 우후죽순 건물 세워져 아쉬워”

사찰에는 왜 무서운 얼굴을 한 4대 천왕이 꼭 있는 걸까. 대웅전 부처님상의 손 모양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사찰에 가면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기지만 속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안내가 좀처럼 없다.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는 전통 사찰과 사찰의 조형물을 안내하는 교양서다. ‘문화재적’ 측면보다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사찰의 구석구석을 설명해 의미가 있다. 저자 한정갑(56) 씨를 만나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를 들었다.
경북 영주 부석사 불이문을 통과해 불전 본존불의 시야에서 내려다본 정경. 불교의 이상향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산지니 제공
한 씨는 부산 출생으로 부산대 불교학생회장을 지냈다. 졸업 후 조계종 중앙신도회, 포교사단, 파라미타 등에서 근무하며 전국 사찰을 주유했고, 많은 기관에서 문화재 답사 강사를 맡았다. 현재는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문화재모니터링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재해설사, 사찰 자원봉사자, 청소년 등에게 사찰 문화재를 알려주던 한 씨는 “사찰을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적 측면이 아닌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안내가 극히 드물다”는 걸 알고 2002년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를 펴냈다. 벌써 10쇄를 찍어 5000부가량 팔린 이 책을 부산 지역 출판사 산지니가 디자인과 내용을 전면 수정해 최근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불교적으로 풀어 보는 사찰문화재 해설과 미술학적 또는 문화재적 해설의 차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해보느냐’의 여부”라며 “사찰 조형물의 불교적 해석은 그 문화재를 조성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현재 나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의 저자 한정갑 씨는 “사찰의 구조는 불교의 세계관에 따라 일정한 법칙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사찰의 배치도와 함께 진입하는 순서대로 불교 교리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지옥세계에서 완성의 세계로 이어지는 중생의 윤회세계를 알려준다. 3부는 탑과 석등, 4부는 목조 건축물의 세부적인 양식에 대해 설명한다.

사찰의 건물, 조형물 배치가 수미산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의 세계관에 따라 일정한 법칙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미산 정상에는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고, 이곳을 통과해야 궁극적인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한다. 한 씨는 “사찰은 수미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수미산 입구에 도달하면 일주문, 사천왕문, 불이문 등 세 개의 문을 지나게 된다. 일주문은 수미산이 시작되는 상징으로 사찰 입구에 있고, 사천왕문은 수미산의 중간 지점으로 4대 천왕이 악귀의 침범을 막는다.

수미산의 마지막 관문은 불이(不二)문이다. 불이문을 지나면 사찰의 최종 목적지인 불전이 나온다. 불전을 장엄하게 느낄 수 있도록 불이문은 주로 누각으로 조성했다. 누각의 아래에 밝은 빛을 통제하고, 계단을 오르면서 조금씩 불전을 보여주다가 마지막 계단에 올랐을 때 밝은 빛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불국토를 전체가 눈부시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대표적으로 나타난 사찰이 경북 영주 부석사다. 한 씨는 “불이문에서 바라본 빈 마당 공간은 사찰 문화의 백미”라고 강조했다. “불교 사찰은 바로 이 빈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배려된 곳이며 사찰 조성자는 이 빈 공간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모든 지식과 경험과 능력을 쏟았다”고 덧붙였다. “동양 정신 문화의 진수이며 4500년 불교 문화의 ‘엑기스’”라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사찰에 가면 불전의 본존불이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사찰 전체를 조망해보라”고 권유했다. 각 사찰은 본존불이 내려다보는 풍경을 불교의 이상향이 느껴지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바라만 봐도 극락세계, 열반의 세계, 성불의 경지, 행복이 느껴질 수 있도록 아래 전경을 섬세하게 배치했다는 말이다.

아쉬운 점은 전통을 계승한 전문가의 부재와 실용성을 우선하는 풍토로 이러한 불교 철학이 담긴 공간이 파괴되거나 전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씨는 “전통 사찰에 우후죽순 건물을 짓다가 본존불이 내려다보는 정경을 가로 막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며 “절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각 사찰이 본존불의 시선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5. 5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6. 6‘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7. 7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10. 10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5. 5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6. 6“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8. 8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