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천왕문 등 사찰 구석구석 소개
- “절은 불교 이상향 느끼게 설계…
- 우후죽순 건물 세워져 아쉬워”
사찰에는 왜 무서운 얼굴을 한 4대 천왕이 꼭 있는 걸까. 대웅전 부처님상의 손 모양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사찰에 가면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기지만 속 시원하게 해소해 주는 안내가 좀처럼 없다.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는 전통 사찰과 사찰의 조형물을 안내하는 교양서다. ‘문화재적’ 측면보다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사찰의 구석구석을 설명해 의미가 있다. 저자 한정갑(56) 씨를 만나 알고 가면 더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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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주 부석사 불이문을 통과해 불전 본존불의 시야에서 내려다본 정경. 불교의 이상향을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 산지니 제공 |
한 씨는 부산 출생으로 부산대 불교학생회장을 지냈다. 졸업 후 조계종 중앙신도회, 포교사단, 파라미타 등에서 근무하며 전국 사찰을 주유했고, 많은 기관에서 문화재 답사 강사를 맡았다. 현재는 파라미타 청소년협회 문화재모니터링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재해설사, 사찰 자원봉사자, 청소년 등에게 사찰 문화재를 알려주던 한 씨는 “사찰을 국보나 보물 등 문화재적 측면이 아닌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설명하는 안내가 극히 드물다”는 걸 알고 2002년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를 펴냈다. 벌써 10쇄를 찍어 5000부가량 팔린 이 책을 부산 지역 출판사 산지니가 디자인과 내용을 전면 수정해 최근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불교적으로 풀어 보는 사찰문화재 해설과 미술학적 또는 문화재적 해설의 차이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해보느냐’의 여부”라며 “사찰 조형물의 불교적 해석은 그 문화재를 조성한 사람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 현재 나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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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사찰 이야기’의 저자 한정갑 씨는 “사찰의 구조는 불교의 세계관에 따라 일정한 법칙성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책은 크게 4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사찰의 배치도와 함께 진입하는 순서대로 불교 교리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지옥세계에서 완성의 세계로 이어지는 중생의 윤회세계를 알려준다. 3부는 탑과 석등, 4부는 목조 건축물의 세부적인 양식에 대해 설명한다.
사찰의 건물, 조형물 배치가 수미산을 중심으로 하는 불교의 세계관에 따라 일정한 법칙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수미산 정상에는 천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고, 이곳을 통과해야 궁극적인 깨달음의 세계에 도달한다. 한 씨는 “사찰은 수미산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라고 말했다. 수미산 입구에 도달하면 일주문, 사천왕문, 불이문 등 세 개의 문을 지나게 된다. 일주문은 수미산이 시작되는 상징으로 사찰 입구에 있고, 사천왕문은 수미산의 중간 지점으로 4대 천왕이 악귀의 침범을 막는다.
수미산의 마지막 관문은 불이(不二)문이다. 불이문을 지나면 사찰의 최종 목적지인 불전이 나온다. 불전을 장엄하게 느낄 수 있도록 불이문은 주로 누각으로 조성했다. 누각의 아래에 밝은 빛을 통제하고, 계단을 오르면서 조금씩 불전을 보여주다가 마지막 계단에 올랐을 때 밝은 빛이 한꺼번에 쏟아지며 불국토를 전체가 눈부시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이 대표적으로 나타난 사찰이 경북 영주 부석사다. 한 씨는 “불이문에서 바라본 빈 마당 공간은 사찰 문화의 백미”라고 강조했다. “불교 사찰은 바로 이 빈 공간을 보여주기 위해 배려된 곳이며 사찰 조성자는 이 빈 공간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모든 지식과 경험과 능력을 쏟았다”고 덧붙였다. “동양 정신 문화의 진수이며 4500년 불교 문화의 ‘엑기스’”라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사찰에 가면 불전의 본존불이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사찰 전체를 조망해보라”고 권유했다. 각 사찰은 본존불이 내려다보는 풍경을 불교의 이상향이 느껴지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바라만 봐도 극락세계, 열반의 세계, 성불의 경지, 행복이 느껴질 수 있도록 아래 전경을 섬세하게 배치했다는 말이다.
아쉬운 점은 전통을 계승한 전문가의 부재와 실용성을 우선하는 풍토로 이러한 불교 철학이 담긴 공간이 파괴되거나 전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씨는 “전통 사찰에 우후죽순 건물을 짓다가 본존불이 내려다보는 정경을 가로 막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며 “절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각 사찰이 본존불의 시선 처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