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중요한 깨달음이다.
인생과 자연의 질서에는 참으로 많은 유시유종이 있다. 정초와 세말, 입학과 졸업, 입사와 퇴사, 입대와 전역이 있다. 출생한다는 것은 이미 죽음을 예고한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고 자명한 일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현재 누리고 있는 자신의 상황이나 삶이 무한할 줄로 착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한의 시간에 과유불급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들은 단 한 번의 임기 동안에 한국의 역사와 진보를 다 감당할 듯이 억지와 무리수를 둔다. 그 결과 국민에게 많은 아픔과 피해를 끼친다. 정권 교체기에는 이러한 일이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또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오판하거나 실기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운동선수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최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성기는 아주 짧다. 그럼에도 기량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운동 외적인 요소로 시간을 허비하고 사건사고로 추락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과 팬들에게 심각한 손해와 상처를 입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시대와 시간이 끝났음에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 위해 마지막까지 온갖 억지와 편법을 동원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기업 총수들과 억지 전문가들의 탐욕에서 그것을 볼 수 있다. 시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따라서 시대에 적절하게 쓰임 받는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나타나게 된다. 사라지지 않는 시대와 역사의 흐름이다. 그러므로 필요의 사람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자연의 순리를 깨닫고 인정하는 것이 유종지미의 근본이며 지름길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시간 동안 자신의 능력, 분수만큼 감당하면 충분히 인정받고 칭송받을 수 있다. 그것은 결국 자신을 살릴 뿐만 아니라 공동체와 타인을 유익케 하는 길이 된다. 이처럼 세상은 유시유종과 유종지미의 사실과 의미를 깨달은 사람들에 의해 더욱 아름다워진다. 반대로 순리를 역리로 만드는 사람들에 의해 역사는 퇴보하고 질서는 깨어지게 된다.
참으로 많은 유시유종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인생의 유종지미다. 그것은 죽음의 시간에 찾아오는 절대적 순리다. 아무리 부자로, 권력자로, 지식인으로 살았다 할지라도 마지막 모습이나 그가 사라진 후에 남겨진 흔적이 악하고 추하다면 결코 그의 삶이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진실한 종교성과 신념의 체계를 통해 신의 존재를 인정하거나 사후세계를 준비한 자들의 마지막이 보편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왜냐하면 마감된 인생이 우주질서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를 향한 시작이라 믿기 때문이다.
칼럼을 기고한 지 약 3년의 시간이 지났다. 기간 동안 늘 유종의 시점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서 분수를 넘지 않기 위해 나름으로 조심했다. 또 필자의 능력이나 관심 분야에 대해서만 아는 체 하고자 했다.
유종의 원고를 보내면서 나름의 미를 거두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그리고 이 시간은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유시의 시점임을 깊이 자각한다. 가야교회 담임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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