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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평화 이끈 모범 사례…기념관 건립 시급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의미·과제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17-10-31 19:27:50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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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한일 학자들이 일궈낸 학문적 성과이자, 조선통신사가 지닌 위상을 전 세계에 인정받은 뜻깊은 성취라 할 수 있다.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실질적으로 이끈 부산문화재단 유종목 대표(한국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와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한국 측 학술위원장)에게 이번 결과의 의미와 과제에 관해 들었다.
   
31일 부산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공식 발표 기자회견에서 부산문화재단 유종목 대표(왼쪽)와 강남주 한일 학술위원회 한국 측 학술위원장이 등재 의미와 향후 계획을 말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유종목 부산문화재단 대표(한국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 기록물 한데 모아 알리는 작업
- 지자체·정부 더 관심 쏟아야
- 부산 문화콘텐츠 잠재력도 커

“먼저, 조선통신사를 제대로 알릴 기념관 건립이 시급합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의 도움을 구해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알리고 싶어요.”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결정되자 부산문화재단 유종목 대표는 “마음을 졸였던 일이 성사돼 기쁘지만, 한편으론 조급증이 생긴다”고 소감을 말했다.

지난해 12월 문화재단 제5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그는 한국을 대표해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이끌었다.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대체로 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것과 달리, 조선통신사 등재는 한국(부산문화재단)과 일본(NPO법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이하 연지협의회) 민간 단체가 추진했기에 유 대표의 책임감 또한 남달랐다.

그는 “2012년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때 나는 민속학자이자 국문학자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후 문화재단 대표가 돼 일본 연지협의회와 만나며 ‘등재 이후’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고민했다”면서 “등재가 유력하다는 분위기였지만, 막바지까지 마음을 졸였다”고 털어놨다.

유 대표는 조선통신사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으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 동구 범일동 조선통신사역사관이 현재 디지털교육관에 불과한 점을 들며 “조선통신사는 문화로 평화를 끌어낸, 세계사에 드문 사례다. 이런 가치를 제대로 알리려면 한국과 일본에 흩어져 있는 조선통신사 관련 기록을 한 곳에 모아 알릴 기념관이 필요하다. 실물을 갖다 놓기 어렵다면 모형이라도 전시하면 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두고 지원해주길 바라며, 장소는 일본과 통하는 북항 쪽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통신사가 평화 메신저가 될 수 있으며, 부산의 문화 콘텐츠로도 가치가 크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한국과 일본 예술인들이 조선통신사 행렬이 지나간 고장에서 만나 문화로 교류하는 ‘신조선통신사’와 세계 유명 도시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한일 청소년이 조선통신사 정신을 배워 미래를 가꾸는 ‘한일 미래 합숙’(가칭) 등을 준비 중”이라며 “조선통신사는 부산 고유의 콘텐츠로, 이를 활용해 브랜드 공연과 문화관광 상품을 만들 수 있다. 부산관광공사의 협조를 구하겠다”며 의욕을 보였다.


#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한국 측 학술위원장)

- 복잡한 정치·외교 갈등 있을 때
- 양측 ‘학자적 양심’으로 극복
- 세계적 자산 활용방법 고심을

“조선통신사의 가치와 의의를 후속 세대가 잘 이어주길 바랍니다.”

한일 조선통신사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소식에 가장 만감이 교차하는 이는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이다.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한일 학술위원회 한국 학술위원장’(이하 학술위원장)을 맡은 그는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산증인’이다.

강 학술위원장은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순수하게 학자들이 일군 성과이자, 200년간 평화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 조선통신사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국가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지금, 그것을 뛰어넘어 한일 모두에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학 전공인 그가 조선통신사에 관심을 둔 것은 1994년부터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1년간 머물렀던 강 학술위원장은 현재 일본 연지협의회 회장인 마츠바라 카즈유키 씨와 우연히 만나 조선통신사에 관해 알게 됐고, 이후 자료 조사와 현장 답사 등을 거쳐 한걸음씩 접근하며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연구했다. 부산시가 2001년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를 시작한 것도 그의 영향이 컸으며, 이후 부산문화재단 제1대 대표로 취임하며 자연스럽게 조선통신사 관련 업무가 문화재단으로 넘어갔다.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세계기록유산 신청을 위한 서류를 작성하는 데 넣을 단어 하나를 정할 때도 양국 학자들이 말싸움을 하며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기 예사였고, 민감한 외교 문제가 터질 때마다 가슴을 졸인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는 “복잡한 정치 관계와 외교 문제를 넘어 양국 학자들이 ‘학자의 양심’을 걸고 조선통신사의 평화적 역할을 알리자는 데 동의했기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선통신사와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빼어난 화가이자 조선통신사 사행선의 기선장이었던 변박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소설 ‘유마도’(산지니출판사)를 최근 펴냈다. 그는 “오랫동안 파고든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얻은 게 있다”고 웃으면서, 조선통신사가 더욱 많은 이에게 알려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강 학술위원장은 “일본은 조선통신사에 관심이 많지만, 한국은 덜한 것 같다. 이제 세계적인 재산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고, 아카이브 구축과 전시 공간 확보 등도 뒷받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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