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과 마주 선 이들은 영화 ‘타클라마칸’ 주연 배우 조성하와 하윤경.
‘오, 조성하다.’
중년 배우 무게감이 객석 다섯 줄 밖에서도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이름이 덜 알려진 배우 하윤경과 달리 목소리에 여유가 넘친다. 하윤경은 스크린 속 살벌한 모습과 실물이 너무 달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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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네이버 영화 ‘타클라마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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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렇게 멋있고 예쁜 배우들에게 좀처럼 눈이 가지 않았다. 스크린 기준 좌측에 서서 분주하게 손을 움직이는 수화 통역가에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올해로 부산국제영화제만 여덟 번째 방문인데, 작품에서가 아닌 GV(‘Guest Visit’ 줄임말. 상영 전후 영화인들과 관객들이 대화하는 짧은 시간)에서 뜻하지 않은 신 스틸러를 만난 상황. 역시 박수 받는 잔치는 디테일이 살아있다. 영화제가, 우리 사회가 이렇게 성숙했구나 생각하니 편안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정말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영어 뜻을 그대로 풀이해 ‘장벽이 없다’는 의미다. 너무 직역이가? 장애를 가진 이들이라도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식 있는 시민들은 불과 몇 해 전부터 영화계에도 유의미한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자막과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이 최근 몇몇 영화에 들어가고 있다. 자신이 마땅히 누릴 권리를 주장한 씩씩한 장애인들 공도 공이거니와, 2011년 4월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 배리어프리영화 설립추진위원회(현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 기여가 크다. 내달 9일부터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올해로 일곱 번째 서울배리어프리영화제가 열린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건전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 배리어프리 전용 영화관을 도입한 건 재작년부터다. 시작은 영화제가 꾸준히 상영관으로 운용하던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였다. 하지만 그곳은 누가 들어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관이다. 평소엔 시민들을 대상으로 미디어 교육을 진행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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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15일 오전 10시 30분 부산 센텀시티 CGV 7관에서 열린 영화 ‘타클라마칸’ 관객과의 대화 행사. 수화통역가(빨간 색)가 장애인들을 위해 통역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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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보니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은 있을지언정 영화 상영관이 아니어서 관람이 쾌적한 환경이라 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3D를 넘어 4D 영화가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영화 상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한 것도 한몫했다. 갑자기 시청자미디어센터 대강당 자리에 에어 펌프랑 진동 의자를 설치하면 괜찮겠나? 관계자 말에 따르면, 결국 영화제는 고심 끝에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 CGV 7관을 전용관으로 바꿨다. 영화제는 이곳에서 상영하는 작품들에 한해 수화 통역과 점자 카탈로그를 제공하고 있다.
바람직한 변화지만, 아직은 CGV 7관 한 곳뿐이다. 좀 더 문턱 낮은 영화관을 위해 영화제가 앞장 서 배리어프리 전용관을 점차 확대해주길 기대한다. 영화제는 작품 수준도 선도하지만 관람 문화도 산업보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믿음이다.
웬 수화 통역가에 감동 받은 이야기가 길어져 정작 영화 이야기를 생략할 뻔했다. 고은기 감독이 연출한 영화 ‘타클라마칸’은 재개발 지역에서 나오는 쇠를 훔쳐다 팔며 생계를 유지하는 남자 태식(조성하 분)이 노래방 도우미 수은(하윤경 분)을 우발적으로 죽이면서 생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 초반엔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 감정을 짜 맞추는 느낌도 주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서사에 설득력이 생긴다. 왜 그런지 기사에서 다 이야기하면 되겠나? 지면 관계상 옮기지 못하는 ‘*년’ 디테일도 돋보이는 연출이라는 평가다.
잠깐 사채업자로 나오는 사채업자 전문 배우 김준배 연기 장면은 수박 맛 아이스크림 맨 밑에 달린 초록색 부분 같다. 양은 얼마 되지 않아도 이 부분을 맛있게 먹으려면 위에 있는 빨간 부분부터 순서대로 씨까지 안 뱉고 다 먹어야 한다. 볼 때마다 배우인 줄 알고 보는데도 진짜 깡패 아닌가 싶을 정도로 살벌한 연기에 정통한 김준배다.
다행히 ‘타클라마칸’ 상영회차가 꽤 남아있다. 오늘(15일) 오후 1시 30분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3관이 가장 빠르다. 19일 오후 5시엔 장산 메가박스 5관에서, 20일 오후 5시엔 센텀시티 CGV 7관에서 상영한다. ‘타클라마칸’은 위구르어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사막 이름이다. 신동욱 기자 i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