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아로노프스키 감독 ‘마더!’

놀랍도록 강렬한 비주얼… 광기의 핏빛 폭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10-13 19:44:1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마더의 낙원 파괴한 추종자 향해
- 온갖 악행 저지르며 파국 몰고가

‘마더!’는 숲의 한적한 전원주택으로 이사 온 부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마더’(제니퍼 로렌스)는 화재로 불타버린 집을 새로 단장해 자신들만의 낙원을 꾸리려 한다. 하지만 시인인 남편 ‘그’(하비에르 바르뎀)는 글에 필요한 영감을 얻지 못해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그러던 어느 날 뜻하지 않은 ‘남자’(에드 해리스)가 방문하자 남편은 기꺼이 집의 한 구석을 내어준다.

뒤이어 남자의 아내 ‘여자’(미셀 파이퍼)와 두 아들이 들어와 분란을 일으키고, 그런 와중에 영감을 되찾은 ‘그’는 새로운 작품을 써낸다. 신간이 성공을 거두자 시인인 ‘그’를 메시아로 여기는 방문객이 밀려들어 집안을 장악해버리고, ‘마더’가 공들여 세운 낙원의 평화는 순식간에 망가져 버린다.

불청객의 연이은 방문으로 히스테리에 빠진 여성 주인공이 파국으로 치달아간다는 흔한 공포 영화의 서사적 얼개를 따르지만, ‘마더’에서 이야기는 일종의 맥거핀(Macguffin·관객의 주의를 끄는 일종의 속임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시종일관 실내에서만 사건이 벌어지는 이 폐쇄공포증의 스릴러를 풍부한 종교적 암시와 상징적 이미지의 성찬으로 뒤바꿔놓는다.

‘창세기’에서 선악과를 먹은 뒤 일어난 인간의 타락은 ‘그’의 수정을 깨뜨린 직후 성행위를 벌이는 ‘남자’와 ‘여자’로 변주된다. 카인이 아벨을 살해하고 수인의 표(카인의 표식)를 받는 것은 두 형제의 존속살인이라는 식으로 변주된다. 원죄(原罪)의 탄생. ‘마더!’는 유대-기독교 신화의 모티브를 끌어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류 역사 전체를 함축하는 일종의 우화(allegory)가 되려 한다.

‘그’를 찾아온 추종자들이 ‘마더’의 낙원을 마구 더럽히고 파괴하는 데 이르면 영화는 일말의 현실성마저 놓아버리고 협소한 저택 공간 안에 온 인류 사회의 양상을 집약해 넣기에 이른다. 에덴동산에 다름 아니었던 저택의 곳곳은 구획 별로 나뉘어 거짓된 종교, 전쟁, 홀로코스트를 암시하는 학살을 비롯한 갖은 죄악의 전시장, 한 편의 지옥도가 된다. 이 영화에서 기독교의 유일신은 인간의 파멸적 행위에서 영감을 얻고 더더욱 죄악을 저지르도록 방치하는 ‘그’와 창조와 생성, 평화와 사랑의 가치를 긍정하는 ‘마더’로 나뉘며, 감독은 ‘그’로 대변되는 음(陰)과 대지모신(大地母神·가이아)인 ‘마더’의 양(陽)이 맞물려 돌아가는 순환 시스템으로 빗대어, 세계의 총체성을 바라보는 자신의 이해를 드러낸다.

‘마더’는 노아의 방주 설화에 인류 문명의 발전과 파괴의 역사를 대응시킨 ‘노아’(2014)의 연장선상에서 다시 거대한 문명사적 담론을 풀어보려 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야심작이다. 기독교 신화의 서사적 모티브에 태극(太極)으로 만물의 원리를 설명하려는 동양사상적 관점을 녹여낸 점에서 사상적으로는 ‘천년을 흐르는 사랑’(2006)과도 맞물려 있으며, 16mm 필름 촬영 특유의 거친 질감과 기동성을 십분 활용한 연출의 역동성은 ‘더 레슬러’(2008)와 ‘블랙 스완’(2010)이 일찍이 선사한 놀라운 몰입감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그리하여 ‘마더’는 대런 아로노프스키라는 한 작가의 ‘손’과 ‘머리’가 혼연일체 되어 빚어낸 야심찬 걸작이자 영화 경력의 한 집대성이 되었다.

조재휘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3. 3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4. 4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5. 5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6. 6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7. 7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8. 8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9. 9“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2. 2“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3. 3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4. 4[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5. 5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6. 6軍 “향후 발생 상황 모든 책임 전적으로 北에…책임있는 조치 강력 촉구”
  7. 7유엔사 “DMZ 지뢰 폭발, 정전협정 위반 판단”
  8. 8“北 김주애 후계 내정자 입지 강화…키 160cm·몸무게 50kg 이상”
  9. 9‘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10. 10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1. 1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2. 2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3. 3부산지역 건축물 노후화 심각… 63.3%가 지은 지 30년 이상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6. 6부전~마산 복선 전철 터널 붕괴 원인 조사 기간 7주간 연장
  7. 7정부 '발전 5사 통합준비委' 발족…내년 10월 단일법인 출범
  8. 8공정위, 5개 항공사의 부산~괌 노선 공급 좌석 축소 요구 거부
  9. 9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10. 10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전재수 금품수수 의혹 증거인멸 前 보좌진 4명 유죄…1명 법정구속
  3. 3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4. 4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5. 5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6. 6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7. 7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0. 10윤산터널 돌발상황, AI 실시간 감지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4. 4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5. 5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6. 6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7. 7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8. 8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9. 9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10. 10‘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