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경계를 허문 ‘문화공감’…보통사람들의 유쾌한 일상으로

예술을 즐기는 사람들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7-08-31 18:33:41
  •  |   본지 4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평범한 회사원의 ‘멋진 변신’

- 쉬는날 무료한 생활 접고
- 연극무대 서고 목공수업 수강
- 예술가와 어울리고 동인지 활동
- 미술작품 집안에 걸면서 새 삶

# 영화도시 주역 부상한 ‘비프 키드’

- 예술영화 감상·전문가 강연 듣는
- ‘팝콤톡톡 플러스’ 행사 북적
- 작품에 반대의견 가감 없이 표현
- 영화학교 정원의 5배 지원 열성

생활비를 아껴 그림을 한 점 사고, 시간을 쪼개 문화예술 강좌를 듣고, 짬이 난다 싶으면 ‘마실 가듯’ 공연장을 찾는, 보통사람들의 뜨거운 문화예술 사랑 현장을 들여다봤다. 그 현장에서 ‘문화생활은 결국 여유의 산물’이라는 고정관념은 철 지난 선입견일 뿐이었다. 문화생활은 결국 ‘선택’이었다. 팍팍한 우리 삶을 윤기 있게 가꿀 대안은 막연히 ‘인생 리셋(reset)’을 꿈꾸는 데 있지 않고 우리 곁의 크고 작은 선택에 있었다.
   
왼쪽부터 시민 배우 장현수(맨 오른쪽) 씨가 참여한 연극 공연 모습, 부산아시아영화학교 시민 강좌, 팝콤톡톡 플러스 현장.
■평범한 회사원, ‘반쯤 예술가’로

부산 문화계에서 장현수(47) 씨는 특별한 존재다. 평범한 아빠,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는 7년 만에 문화판을 종횡무진 활약하는 ‘반쯤 예술가’가 됐다. 일 년에 연극 서너 편 보는 정도로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달랬던 그에게 2010년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서른 살에 결혼해 10년간 일하고, 아이 셋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어요. 우연히 ‘쌈수다’에 참석한 뒤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죠.” ‘쌈수다’는 도시철도 2호선 수영역 지하상가 한 켠에 자리한 문화매개공간 ‘쌈’에서 매주 열린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단체 ‘노는 사람’이 연극인, 영화인, 미술인, 춤꾼 등 다양한 예술가를 초청해 시민과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한다. “문화예술인이 특별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쌈수다’에서 이야기 나누고 뒤풀이에서 친해지면서 편견이 깨졌습니다.”

‘쌈수다’에서 만난 연극배우 변지연 씨 지도로 시민극단 ‘쌈’이 결성됐다. 극단에 들어간 장 씨는 관객에서 배우로 거듭났다. 2011년 극단 사계와 함께한 공연 ‘섬이 거기에 있었네’로 생애 처음 무대에 섰고, 2012년 ‘보이첵’, 올해 3월·5월 ‘그 여자들 다시 통닭을 먹다’에 출연했다. 9월부터 극단 ‘아트플레이’의 학생·직장인 아마추어 연극모임에 참여해 배우로서 새롭게 도전한다.

   
목공수업을 듣는 장현수 씨.
그의 예술 사랑은 연극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세일즈맨이라 상대적으로 시간 사용에 여유가 있다는 점을 활용해 퇴근 후와 주말을 보낸다. 월요일엔 지인들과 고전강독 모임을 하고, 수요일엔 딸과 함께 부산자원순환협력센터에서 목공 수업을 듣는다. 목요일엔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사진기초반 수업을 듣다가 최근 수료했다. 금요일 오전에는 4년째 인문학 공간 백년어서원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한다. 고교 문예부 출신이 모인 ‘전원문학회’에서 30년간 활동하며 5권의 시집에 작품을 실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미술작품을 사서 집안 곳곳에 걸어놓기도 했다. 재테크 수단이 아니라, 신인 작가와 지역 작가의 작품이 정말 좋아서 산 것이어서 가격은 대부분 100만 원이 넘지 않는다.

그를 보고 몇몇은 의구심을 가진다. “걱정 없이 살 만큼 수입이 많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아니다”고 말했다. “수입이 많아야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건 편견입니다. 예술인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그 액수가 부유층만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크지 않아요. 찾아보면 무료나 큰 돈 들이지 않고 참여할 행사와 강좌가 많습니다. 매일 지역신문을 읽으며 정보를 얻죠. 다만, 저축은 별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원치 않아 사교육을 거의 시키지 않습니다. 인생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른 것 아니겠어요.”

■영화도시 주인공은 “나야, 나”

부산은 ‘영화의 도시’라 불린다. 영화제가 열리고 영화를 많이 찍으면 영화의 도시일까? 영화를 사랑하는 시민이 많아야 영화 도시다.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청춘을 보내고, 영화제와 함께 자란 ‘비프 키드’가 부산엔 흔하다. BIFF가 아니라도 일 년 내내 예술영화를 즐기기 위해 독특한 전문강좌를 듣는 현장을 찾았다.

“그건 아니에요. 토니와 베로니카가….”(관객) “그건 아닐 수 있는데, 나중에 기회를 드릴게요. 또 이야기합시다. 오늘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네요. 하하”(필로아트랩 이지훈 대표) 지난달 10일 밤 9시30분 영화의전당 소극장. 매달 한 번 예술영화를 감상한 뒤 전문가 강연과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지는 ‘팝콤톡톡 플러스’ 자리였다.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리테쉬 바트라 감독)를 보고 김참 시인과 관객이 ‘기억의 고집’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를 맡은 이지훈 대표가 영화에서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대목을 나름대로 분석하자 한 관객이 손을 번쩍 들고 “그건 아니다”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사회자도 관객도 웃음을 터뜨렸다. 이 대표는 “시네필은 다른 예술 분야 애호가보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편이다. 팝콤톡톡 초반에는 관객 반응이 약해 강연자가 긴장할 정도였는데 회가 거듭할수록 관객이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해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팝콤톡톡은 BIFF와 영화의전당이 주최하고 필로아트랩이 주관한다. 2013년 BIFF 대중화 사업으로 시작했다. 이 대표는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의지가 강했다. BIFF가 열흘 내내 관객의 열기로 가득 차려면 예술영화 저변이 확대돼야 한다고 판단하셨다”고 회고했다. 2014년은 쉬고 2015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팝콤톡톡에는 평균 100~150명이 참석한다. 영화의전당 예술영화 한 회 상영에 평균 60~70명의 관객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을 다룬 영화와 강연에 더 많은 관객이 몰린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주최하는 부산아시아영화학교의 첫 시민 강좌에서도 영화 사랑은 확인됐다. 아시아영화학교 방학 기간인 6, 7, 8월 3차(각 8회)에 걸쳐 강좌가 열렸다. ‘영화로 만나는 예술과 대중문화’ ‘영화로 보는 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 등 쉽지 않은 내용에 황금 같은 금, 토요일 저녁 2시간을 빼야 하는 일정이었음에도 3차례 모두 20명 모집에 80~100명이 몰렸다. 주최 측이 깜짝 놀랐다. 영상위 양영주 차장은 “내년에는 강좌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0. 10[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5. 5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8. 8“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