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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화폐개혁 특종…5·18 ‘폭도 아냐’ 정론보도

국제신문 영욕의 70년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7-08-31 18:56:06
  •  |   본지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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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5보도 타의 추종 불허
- 정경유착 ‘중석불사건’ 폭로
- 유신항거 송기인 신부 알려

- 시사·대중잡지 각각 창간
- 1960년대 항공기 2대 도입
- 팩스 도입·컬러 인쇄 선도

- 1996년 가로쓰기 대혁신
- 뉴스 소비 패러다임 전환기
- 지역대표 미디어기업 우뚝

1952년 국제신문(당시 국제신보)은 창간 5주년을 맞이한다. ‘산업신문’으로 창간한 1947년에 4000~5000부였던 발행부수가 1950년 2만 부를 넘어섰고, 6·25 전쟁에 관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보도로 엄청난 성장세에 올라탔던 때가 1952년이었다. 참고로, 1951년에는 늘어나는 발행부수를 감당할 수 없어 범일동에 서면분공장을 지었고, 1953년 2월 16일 화폐개혁 특종 보도한 날은 가두판매만 무려 10만 부를 기록하며 한국 최고 기록을 남겼다.
   
정부의 화폐 개혁을 특종 보도한 1953년 2월 16일 자 지면. 이날 국제신보는 ‘가판 10만부’ 기록을 세운다. 오른쪽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취재한 국제신문 공식 취재팀이 그해 5월 29일 자에 실은 방담.
그런데 1952년 9월 1일 국제신문 창간 5주년 기념호 신문 1면에 실은 기념사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반성문’이었다. “본지가 그동안 생장하여온 족적을 회고하여 보고 냉엄한 자기반성을 하여 볼 때, 언제나 그 내용 면에 있어서 불충실한 점이 허다하여 애독 제현에게 만족할 만한 보도를 제공하지 못한 점을 심사(深謝·진심으로 용서를 구함)하는 바이다.” 국제신문 70년 역사의 씨앗은 이런 마음가짐 속에 이미 자라고 있었다.

◇ 창간…시대와 함께 과감히 출항

   
1947년 9월 1일 국제신문은 부산 중구 동광동 사옥에서 고고성(呱呱聲)을 울린다. 해방은 이뤘으나 정부도 수립되기 전인 혼란스럽고 가난했던 시절. 38세 언론인 김형두(초대 편집국장·1977년 작고)가 ‘수산신문’과 ‘동아산업신문’을 합치고, 젊은 사자 같은 기자들을 모아 출발했다. 부산 경남 수산인들이 크게 참여해 자본을 댔다. 창간 당시 제호는 산업신문. 허허벌판 같은 해방 조국에서 ‘국민을 위해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산업 발전’이라는 절박한 시대 과제를 끌어안은 제호였다.

1950년 6·25 전쟁이 터지자 그해 8월 19일 자로 제호를 ‘국제신보’로 바꾼다. 당시 계엄사령부가 전시의 물자 절약 등을 이유로 특수지(산업·경제지)는 허가를 취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었지만, 전시 상황과 긴박한 세계 동향을 제대로 전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다시 한번, 시대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국제’가 진가를 발휘하며 최고의 신문으로 떠오르는 시간이 오고 있었다. 제호는 1977년 ‘국제신문’으로 바뀐다.

◇ 등극…독자를 사랑한 강한 신문

국제신문은 1950년 10월 23일 반격하는 국군이 청천강 전선에 머물러 적과 대치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청천강 방위선 보도’를 강단 있게 밀어붙인 탓에 군 당국의 미움을 사 3일간 정간 처분을 당한다. 그만큼 근성이 강했다. 이어 국제시장에서 미군 수송기 B-29에 탑재됐던 수신기를 사들여 미국 일본 영국 중국 소련의 전황 방송을 모조리 수신하고 이를 보도에 반영하는 신기묘산을 발휘한다. 이는 군 당국까지 국제신문에서 뉴스를 얻어가는 진풍경을 낳으며 깊이, 신속성, 풍부함 모든 면에서 ‘국제’를 최고 신문으로 끌어올리는 발판이 된다. 국제신문은 전시에 AFP, AP, 로이터, PANA, NANA, 중앙통신과 독점 뉴스 공급 협약을 맺고, 1953년 세계통신사라는 통신사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독자만 생각하는 강한 신문이 되어 갔다.

◇ 개척…‘국제’가 기록한 최초들

국제신문은 두려움이 없었다. 낯선 길을 개척하면서 숱한 ‘최초’를 기록했다. ‘국제신문 오십년사’(1997년 발행)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한국 최초 시사주간지는 1952년 국제신문이 창간한 ‘주간국제’(1978년 국제신문이 창간한 대중잡지 ‘주간국제’와는 별개)다. 신문사 내부와 지프에 이동 무선국을 설치(1952년)한 한국 첫 신문사이며, AP통신의 사진 수신 장비를 도입(1965년)한 첫 지역 신문이다. 국내 신문사로는 처음 기성 인기 가수가 대거 참가하는 국제가요대상을 제정했고, 지역 신문 최초의 취재용 항공기 비둘기 1호(1965년) 비둘기 2호(1968년)를 들여왔다. 1965년 일본 지지통신과 특약을 맺으면서 도입한 팩시밀리는 국내 언론사로는 처음이라 한다. 첫 컬러 전면 광고를 낸 것은 1968년 6월 15일.

박정희 유신 정권의 엄혹한 긴급조치가 발동돼 정부 비판 기사는 아예 싣지 못하던 1975년 송기인 신부가 독재에 항거하며 전포천주교회에 ‘지학순 주교 석방하라’고 적힌 펼침막을 걸고 당국과 대립한다. ‘국제’는 이를 취재해 2월 3일 자에 실었다. 유신 긴급조치 상황에서 이런 저항성 기사가 일간지에 나온 건 처음이라 한다.

◇ 민주…독재와 끝까지 싸우다

1952년 10월 ‘중석불사건’이 터져 국민을 경악시킨다. 정부와 공모한 여러 기업이 중요한 지하자원인 중석을 팔아 불법으로 폭리를 취한 큰 사건이다. 여기 연루된 기업 중 미진상사가 있었다. 그런데 미진상사 소유주가 당시 국제신문 이연재 사장이었다. 국제신문 편집진은 고심 끝에 이를 숨기지 않고, 미진상사 실명을 박아 10월 24일 자에 크게 보도한다. 정의를 더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1960년 4·19 혁명은 ‘국제’의 이런 사명감과 정의감을 극적으로 증명했다. 반독재 민주화를 위해 4·19를 치열하게 보도했다. 3·15 부정선거의 현장인 마산에 급파한 취재진이 경찰에 폭행당한 뒤 구금되고 차량마저 뺏기면서도 악착같이 보도한 일 등은 유명하다. 국제신문은 4·19 직후 4·19를 담은 시인들의 시를 가장 많이 실은 신문이다. 그런 민주 정신은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국제’는 취재진을 광주에 급파해 현장을 취재하고 국제신문과 ‘주간국제’에 보도했다. 국내 언론사 공식 취재진이 광주에 들어가 취재하고, “폭도가 아니다”고 보도한 곳은 국제신문이 유일하다. 전두환 신군부 정권은 1980년 국제신문을 폐간시킨다.

◇ 도전…‘복간 국제’ 전진하다

독재정권이 폐간으로 맞섰지만, 국제신문은 다시 일어섰다. 시민과 독자의 성원에 힘입고, 구성원들이 피땀을 바쳐 1989년 2월 1일 복간호를 냈다. 1994년 8월 부산 연제구 거제동 새 사옥 시대를 열었고, 1996년 7월 1일 전면 가로쓰기 단행, 1997년 5월 조간화 실시 등 과감한 혁신을 거듭했다.

21세기, 새롭게 펼쳐진 미디어 융합과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지역 대표 미디어 기업으로서 국제신문의 혁신과 전진은 계속된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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