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틀 깬 브레겐츠 페스티벌
- 달빛 아래 호수 위 야외무대서
- 첨단기술과 카르멘이 만나고
-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에선
- 시대 변화에 맞춰 다양한 연출
- 멋진 음악에만 그치지 않고
- 한국의 삶과 문화와 연계된 작품
- 지금 우리가 필요한 오페라무대
2021년 부산에 오페라하우스가 들어선다. 부산시는 2500억 원을 들여 북항 재개발 사업지 내 2만9542㎡(약 8900평)에 지상 5층, 지하 2층 ‘부산 오페라하우스’를 짓는다. 오페라, 발레 등을 보여주는 전문 공연장인 대극장(1800석)과 다목적홀인 소극장(300석), 전시실, 아카데미실, 옥상광장, 광장 등을 갖출 예정이다. 2008년 롯데그룹이 부산시에 1000억 원 기부를 약속하고, 부산시가 지난 1월 오페라하우스추진단을 신설하면서 건립 사업은 본격화했다. 롯데는 최근 건립 기금 1000억 원을 완납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는 2020년 완공될 부산 국제아트센터(부산시민공원 내)와 함께 부산 공연 문화를 바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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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거대한 규모와 참신한 연출로 독보적인 수상 오페라를 선보인다. 올해와 내년 시즌 작품인 ‘카르멘’.
ⓒ Bregenzer Festspiele / Karl Forster |
그간 오페라하우스 건립 여부와 건물 설계에 대한 논의는 많았다. 그러나 본질은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다. ‘제대로 된’ 오페라를 구현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고민을 간과한다면 허울 좋은 이름을 단 복합공연장이 보태질 뿐이다. 오페라는 오케스트라 성악 합창 춤 미술 조명 의상 문학 등이 결합한 종합예술로, 오페라하우스가 잘 가동되면 지역 문화와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친다. 본지는 이를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오페라 본고장 유럽을 다녀왔다. 이름난 오페라 공연을 단기간에 많이 접할 수 있는 시기(7월 22~31일)를 택해 독일 뮌헨,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잘츠부르크, 이탈리아 베로나를 찾아 ‘내실’을 엿봤다.
■20만 명 집객 ‘이것이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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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이 만든 오페라 ‘세미라미데’. 북한 김일성 동상을 본뜬 전제 왕권 국가를 표현했다.
ⓒBayerische Staatsoper/ Wilfried Hosl |
오스트리아 브레겐츠 페스티벌(Bregenz Festival)은 세계 오페라 연출의 틀을 깨는 상징 그 자체다. 1946년 호수 위에 무대를 지은 세계 최초 수상 오페라 축제로 여름밤, 달빛 아래, 호수 위에서 펼쳐진 오페라는 놀라운 감동을 선사했다.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실내 공연장이지만, 야외 오페라의 전형인 브레겐츠 페스티벌을 찾은 이유는 20만 명 관객을 여름 단기간에 인구 2만 명이 안 되는 도시로 끌어들이는 힘이 어디 있는지 보기 위함이었다. 여기서 만난 전위적이고 참신한 연출은 “오페라는 무겁고 격식에 치우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지난 7월 25일 밤 9시, 보덴 호수 위로 해가 졌다. 형형색색 비옷을 입은 관객이 객석 6980석을 채웠다. 보덴 호숫가에는 페스티벌 사무국, 실내 공연장, 연습실을 갖춘 현대식 건물이 있다. 건물 뒤에 6980개 객석을 만들어 호수를 배경으로 관람하는 구조다. 호상 무대를 만들어 2년마다 한 작품을 한 달간 올리는 것이 페스티벌의 핵심이다.
공연 전 백스테이지 투어에서 마주한 무대 뒷모습은 복잡하고 정교했다. 축제가 아닌 기간에는 무대를 제작하는데 공연 중 일부가 물에 잠기거나 주역이 꼭대기에서 노래하는 첨단 무대가 이때 만들어진다. 올해 작품은 비제의 ‘카르멘’. 높이 24m 에 이르는 무대는 호수 바닥에서 솟아난 두 손이 카드 수십 장을 펼친 모양이었다. 흰 카드는 영상과 조명을 만나 유혹 환희 사랑 비극 등으로 변신했다. 성악가들은 마이크를 사용하는데 브레겐츠 페스티벌만의 첨단 기술 덕분에 이질감이 없다. 빈심포니오케스트라 등이 객석 뒤 실내공연장에서 연주하는 모습이 무대 양쪽 대형 화면으로 상영됐다. 공연 시작 직후 장대비가 쏟아졌는데도 자리를 뜨는 이가 없었다. 관객은 작품에 사로잡혔다. 이런 과감하고 전위적인 연출의 원동력은 뭘까. 엘리자베스 소보카 예술감독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호상무대 자체가 특별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것을 선보여 오페라에 익숙한 관객과 오페라가 낯선 관객을 모두 만족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24일 독일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본 로시니의 ‘세미라미데’도 파격이었다. 막이 열리고 등장한 거대한 동상은 평양 만수대의 김일성 동상과 흡사했다. 관계자는 “김일성 동상을 참고한 게 맞다. 기원전 1200년께 바빌로니아의 전제적 왕권을 표현하고자 현대인이 아는 유사한 정치 상징을 가져왔다”고 했다.
■“음악과 춤은 기본, 중요한건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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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겐츠 페스티벌의
엘리자베스 소보카 예술감독 |
오페라는 기존 레퍼토리를 뛰어넘는 새로운 연출과 각색이 중요한 종합예술이었다. 옛 오페라를 ‘재현’하는 것만으로 현대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다. 유학생 장애진 씨는 “독일에서 여러 오페라를 봤는데 철학, 심리 등 다양한 요소가 연출자 의도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했다. 관객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 허닝 루허 예술감독은 “극장은 박물관이 아니다. 옛 오페라를 쓸 당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지금은 문제가 된다. 관객은 그때 그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개방적 연출을 했던 건 아니다. 보수적인 풍토를 넘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있었다. 1970년대 뮌헨에서는 1945년 이전 예술과 거리를 두자는 움직임이 일었는데, 비난도 거셌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지휘자 볼프강 자발리슈, 주빈 메타, 켄트 나가노 등을 거치면서 연출력은 정점에 달했다.
연출력에 힘입어 주역도 빛났다. 카르멘 역 소프라노 아날리사 스트로파는 호수에 뛰어들었고, 다른 배우는 24m 높이에서 노래했다. 7월 23일 뮌헨 국립오페라극장에 오른 베르디 ‘운명의 힘’의 주역은 세계 최정상의 소프라노 안야 하르테로스와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었는데, 외모, 목소리, 연기 모두 환상적이었다. 최고의 배우가 스크린에서 걸어 나와 육성으로 노래하는 격이다. 이는 오페라가 탄생한 유럽과 문화가 다른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였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삶과 문화에 정통한 국내 예술가와 연출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루허 감독은 “한국 문화, 한국인의 삶과 만나야 한다. ‘음악이 멋지다, 무대가 좋다’로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소보카 감독은 “객원 해외 연출 등에 의존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가수, 앙상블, 오케스트라를 키워내야 한다. 오페라하우스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은 그런 시스템에 근접할 수 있을까.
독일·오스트리아=최민정 기자 mj@kookje.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