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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원준의 부산탐식프로젝트 <64> 서낙동강 하구 갯벌조개

낙동강이 준 선물… 밥상 위에 조개꽃이 피었습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8-29 18:52:07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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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갯벌로 변한 서낙동강 하구
- 호미·꼬챙이·바가지면 준비 끝

- 납작해 무쳐먹는 빛조개
- 크기 커 수육 제격인 가무락
- 육질 쫄깃 씹는 맛 있는 띠조개
- 국거리로 사랑받는 맛조개
- 반짝반짝 윤이나는 재첩조개
- 둘러앉아 까먹는 재미 쏠쏠

서낙동강 하구. 물길이 완만하고 부드럽다. 요즘 썰물 때가 되면 많은 사람이 조개잡이를 위해 서낙동강 갯벌로 모여든다. 다양한 갯벌 조개가 먹을 만큼 잡힌다는 소문 때문이다. 하여 휴일마다 이곳은 조개를 캐는 수많은 사람들로 일대 장관을 이룬다.
   
부산 서낙동강 하구 갯벌에서 시민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서낙동강 갯벌에는 재첩, 가무락조개, 맛조개, 띠조개, 빛조개 등 다양한 종류의 조개를 잡을 수 있다.
가족이나 젊은 연인들이 단란한 한때를 보내기 위해 찾기도 하고, 생업 삼아 본격적인 조개 채취를 위해 찾기도 한다. 늙은 부부 몇몇도 보이는데, 남편은 허리에 고무대야를 묶어서 끌고 부인은 호미로 조개를 캐 대야에 담는다. 낙동강에 기대 살고 있는 이들은, 이 조개를 채취하여 하루 2~3만 원 정도의 용돈 벌이를 하는 것이다.

낙동강 지인의 도움으로 서낙동강 하구 갯벌에서 조개잡이를 직접 체험해 보았다. 간편한 옷차림에 호미와 맛살(맛조개 잡는 도구. 길이 50㎝가량의 철사 끝을 화살촉처럼 뾰족하게 만들어 놓았다), 조개 담을 망 등을 준비했다.

■갯벌이 열리면 갖가지 조개 풍성

   
낙동강 하구 갯벌에서 채취한 다양한 종류의 조개들. 껍데기를 까 펼쳐보았다.
오후 4시쯤 되었을까? 찰랑찰랑하던 강 하구가 빠른 속도로 강바닥을 드러내며 갯벌이 열리기 시작한다. 물때는 13물.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별로 없고 물살이 부드러운 시기이다. 순식간에 갯벌로 변한 강으로 사람들이 걸어 들어가 조개를 캐기 시작한다.

두어 시간 조개를 채취해 보니, 여름 서낙동강 갯벌에는 보기보다 많은 조개가 서식하고 있었다. 반짝반짝 까맣게 윤이 나는 ‘낙동강 재첩’부터 굵직한 크기를 자랑하는 ‘가무락조개’, 대나무처럼 길쭉한 ‘맛조개’, 뭉툭하면서도 주둥이가 툭 튀어나온 ‘띠조개’, 납작하게 생긴 ‘빛조개’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특히 맛조개는 갯벌에 깊은 숨구멍을 뚫고 수직으로 서서 서식하기에 명지동 입구 철물점에서 직접 제작한 ‘맛살’을 조심스레 구멍에 밀어 넣고 조개를 찍어 잡는데, 그 개체 수가 많아 잡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가무락조개는 강폭의 중간지역쯤에 다량 서식하고 있었는데, 물풀이 자라는 갯벌 아래를 10㎝ 깊이로 파헤치면 채취할 수 있다. 5㎝ 정도의 크기라 손 하나 가득 들어오는 웅숭깊음이 넉넉하다.

한참 조개를 채취하다 보니 조개 담는 망이 제법 묵직하다. 주위를 둘러보니 강폭 맨 중앙지역에 서있는데, 어느새 밀물이 강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멀리서 “물들어 오요! 빨리 나오소!” 가족을 부르는 사내의 목소리가 우렁우렁 들린다.

“이 조개들은 하루나 이틀 정도 해감 해야 됩미더. 모래톱보다 뻘이 많아서 몇 시간 해감 해가꼬는 택도 없심미더.” 지인의 말이다. 해감을 한 조개는 조개탕을 해먹거나 된장국에 넣어도 먹고, 가무락 조개 등은 수육으로 먹어도 맛있다고 전한다.

전 세계적으로 2만여 종이나 되는 다양한 종류의 조개류. 우리나라에서도 민물이나 바다에 250여종 가까이 서식하고 있다. 낙동강 하구에도 많은 조개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주로 갈미조개와 재첩, 맛, 개맛, 가무락, 백합, 띠조개, 빛조개 등이 대표적이다.

서낙동강에는 요즘 맛조개와 가무락조개, 재첩 등이 주로 채취되고 있다. 특히 명지사람들이 ‘모시조개’라고 부르는 ‘가무락’은 5~7㎝ 크기여서 수육으로 먹기 좋고, ‘참맛’으로 불리는 ‘맛’은 단맛이 도는데다 국물 또한 좋아서 국거리로 널리 사랑을 받는다.

■찜 수육 탕… 쫄깃한 조개 맛의 향연

   
낙동강서 캐낸 조개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빛조개, 가무락조개, 띠조개, 맛조개, 재첩조개.
채취한 조개들을 해감시키며 찬찬히 일별해 본다. 우선 제일 많이 채취한 가무락조개. ‘가무락’은 물의 흐름이 완만한 내만이나 연안 근처의 진흙 개펄 속에 주로 서식한다. 전체적으로 동그랗게 생겼으며 껍데기는 검은 회갈색 또는 보랏빛으로 가장자리로 갈수록 흰색을 띈다. 지역적으로 모시조개, 까무락, 까막조개 등으로도 부르는데, 조개 특유의 냄새가 적고 맛이 깔끔하고 부드러워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껍질째 익혀 국이나 찜으로 요리하거나, 껍질을 벗겨내어 튀김이나 조림 등으로도 이용한다. 특히 국이나 탕을 끓였을 때 시원한 맛을 내는데다, 간장 보호에도 좋아 숙취 해소용으로 많이 쓰인다.

‘맛’은 죽합과에 속하는 조개로, 맛, 개맛, 대맛, 가리맛, 북방맛, 왜맛, 붉은맛, 비단가리맛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살은 달고 쫄깃하면서 맛이 좋아 식용하는데 국물 또한 시원해 조개국의 재료로 널리 쓰인다. 전체적으로는 갈색을 띠며 대나무처럼 가늘고 긴 원통형으로 생겼다. 썰물 때 숨구멍을 찾아 맛소금 등을 뿌리면 길쭉한 속살이 구멍 입구로 튀어나오는데, 이때 조개를 잡는다. 낙동강 유역에는 철사를 화살 모양으로 만든 ‘맛살’ 등의 도구를 이용해 잡는다. 낙동강 사람들이 한때 이 맛으로 자녀들 학용품이나 입을 거리를 사주던, 쏠쏠한 용돈벌이용 식재료이다.

‘띠조개’는 모래진흙 또는 진흙모래 바닥에 깊이 약 20㎝ 전후로 서식하는 5㎝ 크기의 조개다. 몸피는 황갈색에서부터 흑갈색으로 다양하다. 입이 커서 패각이 완전히 닫혀도 입이 밖으로 나와 있다. 8월 한 달 동안 잡힌다고 하는데, 육질이 쫄깃해 씹는 맛이 있다. 껍질이 얇아서 쉽게 부서지기에 갯벌 철새들에게도 주요한 먹이 자원이 된다고.

‘빛조개’는 진흙모래가 발달한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 5㎝ 전후 크기의 조개다. 낙동강 사람들은 조개두께가 얇고 납작해 ‘납딱조개’라 부르기도 한다. 껍질은 적갈색 또는 황갈색이다. 그러나 건조 시에는 쉽게 벗겨지는 특징을 가진다. 무쳐서 먹기도 하지만 주로 낚시 미끼용으로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채취한다.

서낙동강에서 채취해온 여러 조개로 오랜만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조개 파티를 했다. 시원한 조개탕부터 달큰하고 쫄깃한 조개 수육, 구수하고 짭조름한 조개된장국까지, 낙동강이 주는 조개를 까먹는 재미는 마치 자연에게 받는 선물처럼 기껍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요즘 낙동강 수문을 열기 위한 논의를 한다거나, 모래톱 등 하구지역의 환경을 생각하는 시각이 부쩍 커지는 시점이다. 아직 서낙동강의 생태조차 완전 복원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조개 채취로 인해 이곳의 식생이 힘들지만 뿌리내리고 있음을 쉬 알 수가 있었다. 때문에 서낙동강 하구 갯벌의 ‘조개채취 체험’이, 시민들의 관심을 ‘낙동강’으로 끌어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다만 직업삼아 마구잡이식 대량 채취행위는 삼가고, 어린 치패 보호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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