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을 끌여들이면서까지
- 조선을 바꾸려 했던 김옥균
- 그를 살해했다고 알려진
- 한국인 첫 佛유학생 홍종우
- 두 청년 '실패한 몽상' 재조명
일본을 끌어들여 조선을 바꾸고자 한 김옥균과 그를 죽이고 출세한 홍종우. 두 사람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선과 악, 승리와 패배의 인물로 기록됐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역사 교양서 그래서 나는 조선을 버렸다는 이런 두 사람을 동일 선상에 두고 왜곡된 기록과 평가를 바로잡는다. 정답이 없던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실패한 몽상가'를 통해 근대 한국사를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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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왼쪽)과 그를 살해한 현실주의자 홍종우. 추수밭 제공 |
"19세기 말은 정답이 절실했던 시기였지만 아무도 정답을 알지 못했다.…정답을 몰랐기 때문에 정답을 찾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투쟁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만 했다"(14쪽) 이런 역사의 전환점에서 홍종우와 김옥균은 새로운 조선을 꿈꿨다. 홍종우는 주체적인 근대화를, 김옥균은 일본의 현실적 수단을 이용한 근대화를 꿈꿨다. 정반대의 길을 걸었던 두 사람은 끝내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됐다.
치열하게 다른 세상을 꿈꾸고 변화를 시도했던 그들이지만, 후세의 기억은 너무 달랐다. 김옥균은 역사에 기록되고 한국과 일본에 무덤이 3개나 되는데, 홍종우는 철저하게 잊혔다. 일제강점기에 홍종우는 모욕당하고 손가락질받았다. 일본과 친일파가 김옥균을 신성화할수록 비난의 강도는 더해졌다. 고종의 칼이 되어 만민공동회를 부쉈던 홍종우의 전력은 이를 심화시켰다. 홍종우는 "민족의 희망을 잔인하게 짓밟은 포악한 살인자이자 벼슬에 눈이 어두워 기꺼이 살인을 저지른 냉혈한"(275쪽)이 되거나 어둠으로 기억됐다.
이 책은 김옥균과 함께 김옥균에 가려졌던 홍종우를 재정리했다. 저자는 홍종우가 걸어간 길을 좇아 복원한다. '김옥균 암살범' '황국협회의 주역' '수구파'로 불리는 홍종우는 한국인 최초의 프랑스 유학생으로 한국 근대문학을 유럽에 알린 번역가였고, 언제나 한복을 고집한 민족주의자였다. 프랑스 체류 시절 제국주의의 위험을 가까이서 지켜본 현실주의자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왜 김옥균은 성급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으며, 왜 홍종우는 김옥균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주목한다.
책은 홍종우가 김옥균을 죽인 건 출세를 위한 방편이었고 명백한 살인이지만, 그가 출세만을 지향하진 않은 행적을 보여준다. 홍종우는 고종의 측근이었지만, 고종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아 다른 관료와 자주 충돌했고, 자주 상소를 올리며 조선의 변화를 촉구했다. 법관 시절엔 한직으로 밀려나는 것을 각오하고 고종의 뜻을 거스르는 판결을 내리며 원칙을 고수했다. 또 제주 목사 시절에는 제주도 기득권 세력과 충돌하고, 제주도 상권을 흔드는 일본 상인과 갈등을 빚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김옥균 암살의 배후다. 책에 전개되는 김옥균 암살의 배후 찾기는 추리소설을 보는 듯하다. 저자는 널리 알려진 것과 달리 김옥균의 사망 장소가 방이 아니라는 점, 김옥균의 숙소에 일본 해군 고위 장교가 있었다는 점 등의 사료를 통해 김옥균의 암살 배후에 조선 정부가 아닌 일본이 있다고 말한다. 두 청년의 삶은 지독하게 서툴고 치열했던 우리의 현대사와 닮았다. 두 사람의 궤적은 지금 여기 2017년을 사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