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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교수의 화교문화역사답사기] <6>덩샤오핑, 화교 도움으로 개방을 시작하다

  • 김동하 부산외대 교수
  •  |   입력 : 2017-04-21 10:3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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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개방을 경험하다
   
선전박물관의 덩샤오핑 전람실. 김동하 교수

개혁개방의 설계사, 중국 2세대 지도자인 덩샤오핑은 사천성 광안(廣安) 출신이다. 광안시는 사천성 수도인 청두에서 동쪽으로 250㎞나 떨어진 외진 곳이다. 오히려 남쪽에 있는 충칭에서 가는 교통편(100㎞)이 더 편하다. 이번 답사기 일정에는 당초 광안시에 있는 덩샤오핑 기념관이 목적지에 있었지만 일정을 초과하는 교통편 때문에 빠진 것이 못내 아쉽다. 덩샤오핑의 경력 일부만 봐도 그가 왜 개방을 생각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덩샤오핑은 1904년, 즉 아직 중국이 봉건주의(청대)였을 때 출생했다. 1919년 가을, 15세의 덩은 충칭에 있는 해외근로학생 예비학교(勤工儉學)에 입학한다. 1919년 일제침략에 저항한 5.4운동의 영향으로 채원배(북경대총장) 등은 프랑스 인사와 협력하여 신문물을 배워올 중국 해외근로학생을 프랑스에 보내기로 하고 중국프랑스교육회를 창설한다. 이후 이들은 프랑스 내 화교단체의 지원을 받아 1919년부터 1920년까지 20차례 1600여명의 청소년들을 프랑스로 내보냈다.
선전 연화산공원 정산의 등소평 동상. 김동하 교수

1920년 10월, 덩은 상하이에서 프랑스로 향하는 배에 전국 각지에서 온 80명의 근로장학생들과 함께 몸을 실었고, 10월 20일 프랑스 2대 항구도시인 마르세유에 도착한다. 도착후 노르망디 중학교에 입학했으나, 학비를 내지 못해 그는 곧 근로 현장에 나서게 된다. 당시 프랑스는 1차대전 후라서 불경기에 실업자도 넘쳐났다. 중국에서 건너온 청소년이 일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댈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았다. 덩은 그 후 철강사, 고무공장, 르노자동차에서 현장 근로자로 일했다. 1922년 여름, 그는 인생을 결정할 '유럽중국소년공산당'에 입당하게 된다. 이후 22세 때인 1926년에는 러시아에 있는 모스코바 중산대학(Sun Yat-sen Univ. Moscow)에 입학했는데, 이는 중국 내 공산혁명 이론가 배양을 위해 구소련이 만든 교육기관이었다.

1927년 봄, 23세의 덩은 중국으로 귀국하여 그 후 알려진 파란만장한 공산주의 활동을 하게 된다. 개혁개방이 한창이던 1985년 8월, 덩샤오핑은 프랑스 외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사회지식에 관한 교육은 당시 5년 2개월간 프랑스 체류 경험에 기인하며, 이중 4년간 근로자로 일했는데 당시 노동자와 자본가의 관계를 생각할 기회가 주어져 내가 공산주의자가 되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어찌하건 중국의 마지막 봉건주의 청나라에서 툭 튀어나온 20대 초반 청년 덩샤오핑에게 프랑스와 러시아에서의 경험은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이다.

선전, 덩샤오핑 제2의 고향

선전은 덩샤오핑의 제2의 고향으로 불릴만 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1979년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시작하면서 광둥성의 선전, 산터우, 주하이와 푸졘성의 샤먼 4곳을 우선 경제특구로 정했다. '경제특구'는 외국자본을 유치하는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는 것에 방점이 있었고, 앞선 답사기에서 소개한 중국 내 맥도날드 1호점도 이런 이유로 선전에서 문을 열수 있었다.
선전박물관의 경제특구 전람실. 김동하 교수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중국정부는 덩의 지시로 수많은 해외시찰단을 보냈다. 조영남(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2016)에 따르면 덩샤오핑 본인도 1977년부터 1979년까지 네차례에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8개국을 방문했다. 또한 같은 기간 13명의 부총리와 장관이 21차례에 걸쳐서 유럽(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덴마크, 서독)을 포함한 51개 국가를 방문했다. 1978년 홍콩과 마카오를 방문한 결과, 덩은 경제특구를 설치하기로 결정한다. 물론 그 이유는 화교를 통한 외국자본의 유치였다. 따라서 선전은 덩샤오핑, 개혁개방, 화교라는 공통분모가 관통하는 곳이다.

중국 각지를 둘러봐도 덩의 동상은 전국에 딱 2곳이 있는데 그중 한곳은 2001년에 만든 덩의 고향 광안시 '덩샤오핑 기념관'에 있고, 다른 하나가 우리가 방문한 선전 연화산(蓮花山) 공원 정상에 있다. 이는 마오쩌둥 동상이 전국 각지(학교, 공장, 군사기지, 공산당 건물 등)에 수십개 넘게 있는 것과 비교된다. 덩샤오핑은 1997년 2월 19일, 베이징에서 향년 93세로 서거했다. 당시 신화통신사가 밝힌 덩의 유언은 '유체고별식을 하지말고, 영안실을 설치하지 말며, 각막기증후 시신은 의학연구용으로 쓰고, 유골은 바다에 뿌려라'였다. 그는 문화혁명 시기를 경험하면서 마오의 우상화로 수 많은 폐단이 시작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덩이 무덤을 만들지 않은 것은 이상하지 않다. 나는 덩샤오핑 서거 때 베이징에 있는 칭화대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논문발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공군기 안에서 덩의 유족들이 그의 유골을 바다 위로 뿌리는 것을 CCTV에서 본 기억이 생생하다.

연화산 공원의 덩의 동상에는 '등소평 동지 2000년 10월 1일'이라고 쓴 장쩌민의 필체가 각인되어 있다. 어찌보면 우상화를 금지한 덩의 유언을 장쩌민이 어긴셈인데 여기에는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가 있다. 중국의 3세대 지도자인 장쩌민은 바로 덩이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 이후, 후계자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높이 6미터, 무게 6톤의 청동으로 만들어진 덩의 동상은 2000년 11월에 완성되었는데, 이 해는 선전 경제특구가 생긴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의 마지막 업적이었던 홍콩의 중국 반환을 몇 개월 앞두고 서거한 점은 그의 시선이 왜 선전 맞은 편 홍콩을 향하고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개혁개방의 교육장, 선전박물관

선전박물관은 덩샤오핑 동상이 있는 연화산공원 바로 앞쪽이다. 박물관에는 크게 선전지역의 민속문화, 선전과 홍콩간 역사적 관계, 경제특구를 통해 선전이 발전한 과정 그리고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에서 선전이 한 역할 등을 나누어 전시하고 있다. 또한 선전을 통해서 해외로 나가 지금은 화교가 된 중국 근로자 현황을 정리해 놓아, 우리 답사팀은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선전박물관의 개혁개방 전람실. 김동하 교수

선전 경제특구 전시실에서는 중국에서 최초로 증권거래소가 생긴 배경과 당시 기념물들을 통해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교재와 강의실에서만 알려주던 내용들을 입체적으로 접할 수 있어서 중국경제를 가르치는 나와 우리 재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유익한 시간이었다.

덩샤오핑 전람실에는 1984년 선전 시찰시 머물렀던 사무실 집기, 1992년 남순강화 때 기념식수에 쓰였던 삽과 물통, 탑승했던 Toyota 실물 버스까지 전시되어 있다. 이는 덩샤오핑에게 선전이 갖는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해주고 있었다.

참고로 당시 경제특구로 지정된 선전, 주하이, 산터우, 샤먼 등에서 가장 경제실적을 내지 못했던 곳이 산터우시다. 샤먼에 설치된 경제특구의 역할은 다음 샤먼 답사기에서 다룰 예정이다. 선전은 홍콩, 주하이는 마카오, 샤먼은 대만이라는 뚜렷한 외자유치 목표가 있었다. 광둥성 동쪽 끝자락에 있는 산터우가 경제특구로 지정된 것에 대한 중국학자들의 평가는 다음과 같다. 첫째는 개혁개방 정책 결정 당시 산터우가 고향이던 광둥성 서기 우난성(吳南生)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또한 경제특구 지정 당시 그 성공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으며, 따라서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가장 작은 지역 후보로 산터우가 낙점을 받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산터우가 조산문화(潮汕文化)의 본거지라는 점이다. 조산문화의 역사적 유래는 기원전인 진·한나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족 문화 중 하나는 조산문화는 조극(潮劇), 조주어(潮州話), 조주요리 등 별도의 문화 체계를 형성하고 있을 만큼 독특하고 독립적이다.

셋째는 산터우가 조주 화교로 대표되는 화교들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산터우라는 명칭은 1921년에 시가 설치되면서 등장했고, 지금 산터우 지역은 명나라 때부터 조주부(潮州府)가 설치되어 지금도 '조주'라고 통칭된다. 물론 산터우 바로 위에는 1953년에 설치한 조주시가 따로 있다. 세계 각지에 분포된 광둥성 출신 화교들 중에서도 1200만명이나 되는 조주화교가 별도의 분파를 이루고 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홍콩의 화교재벌 리카이싱(李嘉誠)이 바로 조주 출신이다.

산터우, 차오저우(潮州)라는 숙제를 안고 우리는 다음 여정지인 광저우를 향해 가는 고속철에 몸을 실었다.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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