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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교수의 화교 역사·문화 답사기] <4> 홍콩해사박물관에서 보는 중국해양 부침의 역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3-14 11: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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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가 시작한 중국의 바닷길

두 번째 여정지인 선전으로 떠나기 전 방문한 곳은 홍콩해사박물관(香港海事博物館. The Hong Kong Hong Maritime Museum)이었다. 박물관은 홍콩섬 센트럴 8번 부두 위에 위치해 있다. '해사(海事)'는 바다에 관한 모든 일을 의미한다. 세계 4위의 면적을 자랑하는 중국은 동서로 5200㎞, 남북으로는 5500㎞나 되는 국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동쪽 끝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요녕성 단둥시에서부터 베트남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광서자치구 동싱시까지 이은 해안선의 길이는 3만2000㎞에 달한다.
   
홍콩해사박물관 전경. 김동하 교수

이처럼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에게 '해사'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었으나, 정화(鄭和)의 원정으로 유명한 명대 1433년 이후 부침의 길을 걸어 왔다. 정화(1371~1433)는 윈난성 쿤양 출신으로 명나라 성조 영락제 때 시작된 남해(南海) 원정의 총지휘관이다. 1405년부터 1433년까지 조카 혜제가 죽지 않고 해상에 숨어들었다고 의심한 영락제의 명을 받아 전후 7회에 걸쳐 대선단을 지휘하여 동남아시아에서 서남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 케냐 스와힐리에 이르는 30여 국에 원정하여 수많은 외교사절이 왕래하였고 명나라의 국위를 선양하였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비단과 도자기를 가지고 열대지방의 보석, 동물, 광물 등을 교환하여 중국으로 가져와 무역상의 실리를 획득하였다. 1405년 쑤저우를 출발한 제1차 원정 때에는 보선만 62척이었고 장병 2만7800여 명이 분승하였다. 선단은 총 317척으로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들을 물리치고 인도 서안의 캘커타까지 도달했다. 마지막 원정(7차)이었던 영락제의 손자 선덕제 때인 1431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 들렀으며 케냐의 스와힐리 해안까지 항해했다.
홍콩해사박물관에 있는 정화의 함대 모형. 김동하 교수

정화 함대의 원정으로 중국인들은 남양(南洋. 지금의 동남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이후 동남아시아 각지에서의 화교의 수적인 증가에도 기여했다. 정화가 지휘한 명나라 세력의 인도양 진출은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1497년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양 도달보다 80∼90년이나 앞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락제가 사망하고 홍희제가 들어서면서 문신들의 환관에 대한 견제에 부딪혀 원양선이 제거되고 무역이 금지되었다. 이후 더 이상의 해양개척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화는 1433년 마지막 원정을 끝낸 이듬해에 병사했다.

이후 명나라는 광동, 영파, 천주(이후 복주로 옮김)에 대외무역 및 관세징수 사무를 감독하던 관청인 시박사(市舶司)를 설치하고, 관영 조공무역만을 허용하는 해금정책(海禁政策)을 취했기 때문에 이후 민간인들은 밀무역으로 빠르게 옮겨 갔다. 또한 보다 활발한 무역을 위해서 해외로 진출하는 화교인구도 점차 늘어갔다.

홍콩해사박물관은 이러한 중국 바닷길 개척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자유무역항으로써 홍콩의 발전을 구가해온 민간 해운단체들이 모금한 자금으로 2003년 말에 착공하여, 2005년 9월 8일에 개관한 민간 박물관(면적 500㎡)이다. 그래서 그런지 입장료(30HKD)를 받으며, 다행히 박물관을 방문하는 학생들에게는 할인을 해준다. 박물관에는 목선, 범선 등 중국 조선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으며, 1757년부터 광둥성 광저우에서 시작된 중국 해상무역 관련 기록과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수 있는 것이 바로 정화의 원정에 쓰였던 범선을 복원한 모형이다.
홍콩해사박물관 내 리홍장 동상. 김동하 교수

또 한가지 의미있는 배 모형을 볼 수 있는데 바로 홍콩이 영국으로 할양된 직후인 1846년에 만들어진 상선인 치잉호(耆英號)의 모형이다. 기록에 의하면 나무로 만들어진 범선인 치잉호는 1846년 12월 홍콩을 출발하여 8개월 만인 1847년 7월에 미국 뉴욕에 도착하였다. 중국 최초로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미국에 도착한 상선인 것이다. 치잉호는 1847년 11월에는 보스톤에 도착했고, 1848년 3월에는 드디어 영국까지 이르렀다. 영국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휘장(메달)이 홍콩해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치잉은 청나라가 홍콩을 뺏긴 남경조약을 체결한 광동성 흠차대신 치잉의 이름에서 따왔다.

박물관에는 이 외에도 홍콩이 지금의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한 세계 물동량 1, 2위 도시가 되기까지 항만 현대화 발전 역사 등을 전시해 놓고 있다. 또한 조선, 해저, 심해탐사, 항운과 관련된 기록물, 기념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20세기부터 세계 1위의 자유무역항으로써 자리매김해온 홍콩 발전의 배경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전시장 2층에 올라가면 우리 나라 대우조선해양이 기증한 LNG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정유운반선(PC) 및 반잠수식 시추선 등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청조와 함께 사라진 북양해군

홍콩해사박물관에서 눈에 띄는 동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청 말기 북양대신 리홍장(李鴻章. 1823~1901)이다. 리홍장은 청말 양무(洋務)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이는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여 군사적 자강과 경제적 부강을 이루려 했던 사회적 변동이다. 아편전쟁으로 힘없이 홍콩을 영국에게 뺏기자,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새로운 정치개혁을 통해 중국을 다시 강대국으로 만들려 했다. 이를 위해 서양의 무기와 군사제도로 청군을 무장시키고, 근대적인 군수공장을 세워 서양식 무기와 군수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민간기업을 양성해 서양 상인에게 빼앗긴 이권을 되찾으려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리홍장은 중국 최초로 근대화 해군 군사력을 가진 북양해군(北洋海軍, 北洋水師)을 창설하기로 한 것이다. 1875년에 영국에서 4척의 포함을 제작하였으며, 1879년에는 순양함을 만들려했으나 요구조건이 맞지 않아 1880년에 중국 최초의 철갑선이 될 정원호와 진원호를 독일에서 제작했다. 1881년에는 요녕성 여순과 산동성 위해에 해군기지를 만들었다. 독일에서 건조한 전함들이 중국에 도입되면서 드디어 1888년에 산동성 위해 리우공다오(劉公島)에서 북양해군을 창설한다. 세계 9위의 군사력을 갖추게 된 북양해군은 당시 25척의 군함과 보조선 50척, 운반선 30척을 보유했으며, 관병은 4000여 명에 달했다. 이러한 북양해군의 위세에 놀란 일본 메이지 정부 역시 사력을 다해 근대식 함대를 건설한다. 그 결과, 불과 6년 만에 전세는 역전된다.

4면이 바다인 일본은 강력한 해군을 건설하는데 중점을 두고, 인력과 재력을 집중하였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 등에 패전해서 배상금 지불로 경제력이 바닥난 청나라는 거대한 북양해군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조달(연간 400만 량 백은)에 역부족을 느끼고 있었다. 북양해군의 전함은 녹슬고 있었고, 전함에서 쓸 포탄은 제 때 공급되지 못했다. 또한 청나라 고위관리의 부정부패는 군사력을 와해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1894년 7월 이미 청나라보다 더 많은 함선과 병력을 갖추게 된 일본의 함대가 청나라 수송선을 격침시키면서 청일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1894년 9월, 황해해전에서 북양해군은 전함 5대를 잃었으며, 이에 반해 일본 측 손실은 한 척도 없었다. 1895년 2월 3일, 북양해군의 주기지인 위해로 몰려든 일본 군함은 청나라 군함을 전멸시키기에 이른다. 북양해군의 소멸과 함께 이후 오래지 않아 중국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도 그 운명을 다하였다. 현재 이곳에는 북양해군을 기념하기 위한 갑오전쟁(청일전쟁)해전관을 지어 놓았으며, 바닷 속에서 건져낸 북양함대의 전함과 녹슨 함포, 닻 등이 남아 있다.

홍콩해사박물관에 전시된 리홍장의 동상과 청일전쟁에 대한 설명문은 중국 '해사'의 중요한 역사인 북양해군의 부침을 통해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들려왔다. 김동하 부산외대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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