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이 읽어나간 작품은 300여 편이었다. 아직도 수준 이하의 맹목적인 투고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 사는 세상의 여러 모습을 노래하는 장르의 특성을 이해하고 형식과 내용의 조화면에서, 그리고 묘사 면에서 높은 수준의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재독 삼독하면서 마지막 한 편의 선택을 위해 고심했다. 지나치게 고루하거나 통일성이 부족하거나 너무 관념적이거나 음보가 자연스럽지 못한 것, 또는 말부림이 서툰 작품 등을 찾아 권외로 가려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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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걸 심사위원(왼쪽), 전연희 심사위원 |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동백' '모과나무 어머니' '블랙커피를 읽다' '과녁'이었다. 좋은 작품이었다. 이 네 편을 모두 뽑고 일어설 수 있었다면 선자들은 행복했을 것이다. 마지막 한 편을 뽑기 위해 토론하고 다시 읽어보는 시간이 참 길고 지루했다. 섬세한 감성을 신선하게 보여준 작품은 '블랙커피를 읽다'와 '모과나무 어머니'가 두드러졌고, 건강한 개성을 확연히 보여준 작품은 '동백'이 두드러졌다. 시조의 정도에 닿아있는 작품은 '과녁'이 단연 돋보였다.
시조는 연시조라 해도 한 수 한 수가 독립된 시조로서 문제가 없어야 하고, 주제를 끌고 나가는 끈질긴 힘과 긴장감 그리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리듬감이 잘 살아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과녁'은 가장 바람직한 응답을 하고 있었다. 신선함이 다소 아쉬웠지만, 인생의 의미를 이만큼 시조라는 그릇에 녹여 담을 줄 안다면 시인으로 출발해도 좋겠다는 확신을 하고 우리는 이 시인을 밀기로 했다. 남은 시간 잘 갈무리해서 우리 시조 시단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수 있길 기대하며, 축하드린다.
이우걸 전연희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