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에서 나는 전혀 다친 적 없는 오른쪽 다리가 아팠다. 정형외과를 갔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한의원에 갔다.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떤 날은 관절이 쑤셨고 어떤 날은 근육이 당기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걸을 수조차 없었다. 결국 깁스를 한 채 K시를 떠나 S시에 막 도착했던 날, 통증이 깨끗이 사라졌다. 하지만 일주일 후 K시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통증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K시라는 공간에서 나는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실망감이나 분노 등을 감추고 씩씩하게 견뎌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없어 보였다. 그런데 문제없어 보이는 게 바로 문제였다. 아마도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을 때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 무너져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이어 온 관계들이 끊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 사랑하고 아끼는 것들이 한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 내가 어디서든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문제는 결국 나였다. 간절했다. 두려움에 관해 썼다. 쏟아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쓰지 않는 시간엔 자주 아팠다. 내가 쏟아낸 것들을 보면 순간 기껍다가도 금세 역겨워지곤 했다. 쓰고 싶은 이야기들은 멀찌감치 앞서 뛰었고 나는 그걸 따라잡기 힘들어 숨을 헐떡거렸다.
이러한 나의 간절함을 눈여겨보아 주신 평론가 황국명 님, 소설가 한창훈 님, 나여경 님, 평론가 전성욱 님께 감사드린다.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소설창작학과 선배님들, 학우들, 박범신 은희경 황현산 김성중 이한정 김나정 류보선 교수님, 늘 나를 믿고 응원해 준 친구들, 부모님과 형제들 덕분이다. 계속해서 뛸 것이다. 고맙다. 그레이스, 데이빗, 나의 초콜릿!
▶약력=1974년 서울 출생. 추계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동화 '동물들이 울고 있어요' 집필, 방송작가, 전원주택 취재기자, 멀티미디어 제작기획, 독서토론 논술교사. 상명대 문화기술대학원 소설창작학과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