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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힙합 [10] - '힙합' 산모는 뉴욕 브롱크스 오락실

  • 신동욱 에디터
  •  |   입력 : 2016-10-14 18: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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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 캠벨(Cindy Campbell)은 지역 청년 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멋진 옷을 사 입고 싶었던 그녀의 급료는 주급 45달러. 보름에 한 번 받는 급료를 모아봐야 유행을 선도하기는커녕 구제 스웨거(Swagger)가 되기 딱 좋았다. 대책이 필요했던 그녀는 곧 지역 오락실을 하루 간 빌려 파티를 열 계획을 세웠다. "여성에게 25센트, 남성들에게 50센트씩을 받아 오락실 임대료를 지불하고 남는 돈으로 옷을 산다." 친오빠에게는 돈 대신 재능을 빌렸다. 그는 자메이카 킹스턴 출생으로 본토 사운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DJ였다. 쿨 허크(DJ Kool Herc)는 부친의 음향 장비를 오락실에다 설치했다.
   
(사진 = DJ 쿨 허크. 위키피디아 제공)
파티는 8월의 마지막 주에 열렸고 힙합의 구성요소라 불리는 댄서들과 MC, 그리고 DJ가 여기 있었다. '소울 뮤직의 대부'라 불리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도 현장에 있었다. 물론 그라고 해서 1973년 늦은 여름 웨스턴 브롱크스 지역 오락실이 힙합의 산모가 될 줄 알고 갔던 것은 아니다.

댄서들이 가장 열광하는 부분은 곡의 중간에 등장하는 짧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임스 브라운의 'give it up or turn it a loose' 동영상을 첨부한다. 처음부터 듣다보면 1분 32초부터는 밴드 연주가 빠진다. 밴드 전체가 연주를 멈추고 리듬 섹션만 남아 연주를 하는 부분이 브레이크 타임이다. 파티의 절정은 댄스 사이퍼(ciphers), 즉 원을 이루어 각자가 프리스타일 댄스를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허크는 그들을 브레이크 보이즈, 줄여서 비보이(B-Boy)라 불렀다. 사이퍼라는 용어가 생소한 이들을 위해서 또 하나의 동영상을 첨부한다. 마이티 줄루 킹즈(Mighty Zulu Kingz, MZK)의 사이퍼 영상이다. 어떤 분위기인지 대충 짐작은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비보이 대회장 근처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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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가장 인기 있었던 흑인 음악은 힙합이 아니라 디스코였다. 디스코의 리듬과 박자는 가벼워 신나는 춤을 추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당시 흑인들의 삶은 너무 팍팍했다. 흑인들이 모여 거주하던 뉴욕 브롱크스의 할렘에는 갱스터들이 지배했다. 매일같이 폭동이 일어났고, 갱들의 패싸움이 지속됐으며 경찰들은 하루 종일 그들을 쫓아다니며 두들겨 팼다. 지역 흑인들은 크게 노인과 마약중독자, 상점주인, 갱에 소속되지 않은 자, 다른 갱에 들어가고자 하는 자로 나뉘었다. 디스코는 도무지 흑인들의 삶을 반영할 수 없는 장르였다. 힙합은 현실과 디스코의 괴리감 사이에서 잉태되었다. 이날 파티에 참석한 흑인들에게 전원이 모여 사뿐하게 스텝을 밟는 허슬(Hustle, 디스코의 기본이 되는 춤)댄스는 더는 먹히지 않았다. 그들은 차례로 원 안으로 들어가 격렬하게 춤을 추며 댄스 배틀을 벌였다. 파티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신디 캠벨이 얼마나 좋은 옷을 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문화를 '반복되는 삶의 양식'이라 정의한다면 힙합은 이렇게 흑인 사회에서 문화가 되었다. 이 파티는 곧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허크를 찾는 사람들과 허크를 따라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물론 허크가 "디스코를 타도하고 힙합의 시대를 힘껏 열어젖히자!"는 사명감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는 단지 여동생의 옷값 마련에 동원된 DJ였다. 역사적인 장면들은 이렇게 아주 사소한 계기로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을까. 허크는 '더 스파클'로 이름을 바꾼 플레이하우스에서 DJ를 하기로 돼 있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입구에서 마이크 위드 더 라이츠(Mike With The Lights)가 문 앞에서 누군가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마이크가 세 남자 손님의 입장을 거부하자 그들은 매우 흥분했고, 허크가 중재에 나섰을 때 그중 한 사람이 나이프를 꺼내 허크의 배를 세 번이나 찔렀다. 세 남자는 계단을 뛰어올라 어둠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다행히 허크는 목숨을 건졌지만 브롱크스에서 허크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시작된 브롱크스의 새로운 문화는 신세대 젊은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허크는 리듬과 댄스, 목소리와 이름을 짓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요소들을 힙합에 남겼다. 대단히 오래된 인물 같지만 아직 61살, 살아있다. 제임스 브라운은 2006년 크리스마스 다음날부터 음악으로서만 세상에 존재한다. 신동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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