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립성 지지' 피켓 철자 빼먹어
- SNS서 고백하자 관심 폭발
- 다음부터는 실수없이 해야죠
- 후배 격려 위해 심사위원 수락
- 돼지국밥은 부산의 '소울푸드'
- 촬영 고될때 먹고 위로받아
지적이지만 겸손하고, 솔직하면서도 배려가 깊은 이 배우의 매력은 아직 대중에게 절반도 보이지 않았다. 영화 '부산행'과 드라마 'W'를 연달아 히트시키고,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배우 김의성을 지난 9일 해운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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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김의성이 지난 9일 부산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BIFF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서의 심경 등을 밝히며 미소짓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
"뉴스에 난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아, 망했다' 생각했죠. 고민하다 빨리 자수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남들이 뭐라 하기 전에 SNS에 고백했어요." 지난 6일 BIFF 개막식 후 SNS와 인터넷 뉴스를 '도배' 한 그 사건의 뒷이야기다. 김의성이 개막식에 BIFF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피켓 'INDEPE(N)DENT FILM FESTIVAL for BUSAN'을 들고 입장했는데 철자 'N'이 빠진 것이다. 전화위복으로 10개 날 기사가 100개 났다. 노이즈 마케팅이랄까. 그러나 그는 "의도치 않게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지만, 메시지보다 실수가 강조되고 재미로 소비되는 건 걱정스러워요. 다음부터는 실수없이 하려고요"라고 말하며 결코 들뜨지 않았다.
'피켓 시위'를 할 정도로 올해 BIFF에 할 말이 있는데 왜 심사위원을 수락했을까. 올해 영화제를 보이콧 한 영화인들도 있는데 말이다. 김의성도 고민이 많았다. "출품작 배우였다면 안 왔을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주변 영화인들과 의논해보니 20년이 넘는 BIFF의 전통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방법은 옳지 않다고 결론 내렸어요. 개봉영화나 큰 영화는 상징적으로라도 출품을 고사하고, BIFF가 아니면 공개되기 어려운 작은 영화는 적극적으로 출품을 격려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작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특히 신인배우들을 격려하고 상을 주는 일은 선배 배우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용기를 갖고 오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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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독립성을 지지하는 이벤트를 펼친 김의성. 국제신문DB |
김의성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분과 뉴커런츠에 출품한 한국 영화 등 20편의 한국영화에 출연한 남자배우를 혼자 심사한다. 심사기준이 궁금했다. "BIFF가 남자배우는 저에게, 여자배우는 조민수 씨 한 명에게 심사를 맡긴 이유가 있지 않나 싶어요. 약간 뻔뻔하게 '내 눈이 필요하겠지' 생각하려고요. 하하. 점수를 매기기보다 영화를 쭉 보다 보면 어떤 배우의 연기가 저에게 감동을 주고, 그 배우의 미래를 기대하게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런데 처음 본 영화 주인공이 기주봉 선배님이었어요. 제가 어떻게 기주봉 선배님을 심사할지, 나머지 신인배우들과 체급 차이가 너무 나지 않나, 좀 어질어질해요."
알고보면 김의성은 '부산 남자'다. 어릴 때 1년 동안 사하구 괴정동에 살았다. 6학년 때 사하초등학교로 전학 와 대신중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돼지국밥은 부산의 '소울푸드'"라고 말했다. "돼지국밥은 일하는 사람들의 음식이에요. '비밀은 없다' 때 낙동강 하구둑에서 촬영이 너무 고되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부산역 뒤에서 먹었는데, 마치 저를 위로하고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 같았어요." 하루에 두세 편씩 심사작을 보느라 예년처럼 BIFF의 저녁 술자리를 즐기지 못하고 있지만 돼지국밥 만큼은 벌써 한 그릇 해치웠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