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29살 부산청년 10명이
- 올해 창단한 극단 리셋
- 배우 이현지 1인다역 거뜬
- '밀정'과 유사한 극본 수작
★★★★★
부산 연극의 희망을 보았다
↑(좋아요) 부산발(發) '여자 송강호'
↓(싫어요) 한 배우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뉘는 극의 에너지 차(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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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나소페스티벌 참가작 연극 '리-세트'에서 배우 이현지(오른쪽)가 열연하고 있다. 극단 리셋 제공 |
1년 가까이 부산 연극을 담당하면서 저는 끊임없이 당신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고백건대 당신이 몸담았던 극단 새벽의 연출가에게 당신의 과거를 캐물은 적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연기를 잘한 것은 아니었다"는 '흑역사'도 있었지만 "지독한 노력파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제가 찾았던 것은 정확히 말하면 당신의 후예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를 낳은 모태(母胎) 부산 연극의 특별함과 미래에 당신처럼 될 맹아(萌芽)를 발견하고 싶었습니다. 송강호 씨, 지난주 저는 드디어 찾았습니다. 소개합니다. 극단 리셋의 연극 '리-세트'(23~25일 나다소극장)와 배우 이현지(24)입니다.
"찾았구마. 찾아부렀어. 아따 이 쓰벌놈이 어디 숨었는가 했더니마 여기 있었구마. 야이 개이새끼야 나가 여기 숨어있으면 모를 줄 알었냐?"
"엄머 엄머. 무서워잉. 오퐈. 저 여자 무서워잉! 때찌해줘욤! 때찌! 아, 오퐝!"
이현지가 등장하는 순간 극장의 공기가 달라집니다. 무대와 객석은 그가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의 자장(磁場)에 놓입니다. 그는 건달 다방레지 신문배달원 등 1인 다역을 합니다. 전라도·경상도 사투리, 표준어 구사는 물론 발음 발성 호흡 표정 리듬 세기를 자유자재로 갖고 놉니다. 폭력 애교 일상 등 전혀 다른 모습을 소화해야 함에도 어느 인물과도 이격(離隔)이 없습니다.
그러나 연극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28살 송근욱 극작가가 쓴 '리-세트'는 그 자체로도 수작입니다. 이 연극은 당신의 영화 '밀정'과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인 1923년 경성의 친일신문사와 같은 건물 지하에 항일신문사가 있다는 독특한 설정에서 시작합니다. 친일 신문사는 관동대지진의 책임을 조선인에게 돌리는 조작기사를 내려하고 항일신문사는 그것을 막으려 합니다. 몇몇 인물은 '밀정'처럼 두 신문사에 동시에 적을 두고 있습니다. 극은 먼저 천황기가 걸린 친일신문사를 배경으로 진행한 뒤 같은 시간을 태극기가 걸린 항일신문사의 관점에서 전개합니다. 앞서 일어났던 사건의 맥락을 되짚어가는 방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작품에는 시대를 막론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부터 독립운동, 진실보도, 직장내 위계·성차별 등 각종 권력관계까지 여러 사회적 고민을 담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합니다.
송강호 씨, 마지막으로 이 극단 리셋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 출신 22~29살 청년 10명으로 올해 창단한 리셋. 이들 중 4명은 출퇴근하는 회사에 다니고 나머지 역시 모두 카페 주점 찜질방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합니다. 송송이 대표는 말합니다. "극단을 만들 때 연극으로는 수입이 거의 없으니 각자 일이 있는 사람으로 출발했어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돈이 안되도 포기할 수 없는 연극, 그 꿈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청춘들. 언젠가 이들도 당신처럼 부산 연극의 전설이 되겠지요?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