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혼에 만난 부부의 사랑과 이별
- 안정적 연출로 무난히 그렸지만
- 보편적 공감 끌어낼 만한 소재
- 오히려 '안이함'으로 역작용
★★☆☆☆
진짜(예비) 노인을 위한 연극은 없나
↑(좋아요) 실제 부부같은 찰떡궁합 연기
↓(싫어요) 익숙하지만 낡은 유행가처럼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위성신 작·손병태 연출)는 두 노인이 인생의 황혼기에 만나 사랑하고 죽음으로 이별한 사계절을 담은 2인극이다. 어느 봄날, 화려한 꽃무늬 셔츠, 빨간 넥타이에 흰 양복을 차려입은 할아버지 박동만(호민)이 국밥집을 접고 혼자 사는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구민주)의 집에 세 들어 살기로 하면서 극이 시작된다. 옥신각신 승강이하던 두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에서 배우의 매력이 빛을 발한다. 동만의 넉살과 애교, 점순의 까칠함과 속정이 묻어난다. 배우자를 잃고 수십 년 동안 홀로 살던 외로움, 서로를 향한 애틋함 등이 안정적인 연출로 잔잔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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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까지 하늘바람소극장에서 상연하는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에 출연하는 배우 호민(왼쪽)과 구민주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막 사이 삽입된 유행가는 제3의 등장인물과도 같았다. '내 나이가 어때서'(오승근), '사랑의 트위스트'(설운도),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광석), '나 하나의 사랑'(심수봉) 등 조명이 꺼진 극장에 익숙한 노래가 흘러 나오면 일부 관객은 노래를 따라 흥얼거린다. 그러나 초반 신선하게 느껴졌던 이 형식은 90분 공연에 10여 곡이 삽입돼 같은 구조가 반복되면서, 후반부로 가면 극의 흐름을 끊고 흥미를 반감시키는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 연극은 노인 문제를 '그들'이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로 그리지 못한 점에서 아쉽다. 희곡은 13년 전에 쓰인 것이지만, 주인공인 노인의 이야기는 부모님, 더 가깝게는 바로 나의 미래가 될 수 있기에 분명 보편성을 갖는 소재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이 내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시의성을 갖는 역설이 있다. 줄거리가 되는 사랑과 이별 역시 만고불변의 '핫아이템'이다. 그러나 그런 관점에서 연극을 보려해도 마음의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10여 년 전의 희곡을 새로움 없이 평이하게, 어쩌면 안이하게 담아낸 이 연극이 오늘날 더 많은 관객과 교감하고 시대와 소통할 수 있을까. 감식안이 높은 이들에게 선뜻 권하기는 어렵다.
▶ 20~25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6시 부산 남구 대연동 하늘바람소극장, 일반 2만5000원, 문의 010-9126-8323.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