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발한 소재 발굴 힘의 원천은
- 상상을 발상으로 바꾸려는 노력
- "김윤석 선배 연기도 분석했죠
- 내 작품 가족의 소중함 일깨워"
휴대전화 어플리케이션(앱)을 누르면 시간여행을 한다. 지구가 멸망한 뒤 살아남은 바퀴벌레와 인간이 생존을 건 전투를 벌인다. 사랑과 행운을 주는 마녀를 뜻하는 마스코들이 사는 마법도시가 있다. 주식(主食)이 남성의 정액인 외계 미녀 에어리언을 막기 위해 끊임없는 정력을 가진 지구의 한 사나이가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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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훈 작가가 부산 해운대구 콘텐츠코리아랩 작업실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이 기발한 생각이 모두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바로 남정훈(44) 작가다. 차례로 그의 웹툰 'I(아이)', '스몰', '마스코마스코', '호르몬 킹'이다. I(아이)는 한중합작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협의 중이고, 스몰과 마스코마스코는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호르몬 킹은 일본과 대만에도 진출했다. 작품 세계 만큼이나 폭 넓게 활동하는 남 작가를 최근 부산 해운대 콘텐츠코리아랩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어렸을 때부터 상상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상상을 발상으로 전환하는 거에요.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목표 지점을 향해 생각하는 발상이요." 남 작가의 말처럼 작업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발상'의 흔적이다. 한쪽 벽면을 노랗게 채운 수십 장의 포스트잇. 남 작가는 "준비하고 있는 작품의 전체적인 얼개를 짜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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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I(아이)'의 한 장면. |
1998년 부산예술대학 만화예술과를 졸업한 그는 만화계 입문 뒤 10여 년은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중앙동 인쇄 골목에서 빵 봉지, 노래방 전단에 들어가는 그림부터 학습지·출판물 삽화, 영화잡지·신문·, 웹툰 연재까지. 항상 3개 이상의 일을 해 마감 7개가 동시에 닥치는 달도 있었다. "어느 순간 이대로 가면 작품 발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영화 시나리오·동화·소설 등 스토리텔링 강의며 동아리에 틈틈이 다니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체계적인 구성을 잡고 쓴 첫 작품이 I(아이)다.
그의 이력에서 연극배우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점도 눈길을 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극단 '현장'에 입단했다. "지금 영화배우가 된 김윤석 형을 비롯해 선배들이 밤마다 캐릭터 대사 행동 분석하는 걸 지켜봤던 게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만화에도 연기가 필요하거든요." 연극배우로 활발히 활동 중인 아내 길수경 씨도 극단 시절 선후배로 만나 결혼했다. 고등학생, 중학생인 두 아들을 뒀다. 그의 가족은 I(아이)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I(아이)는 한 중년 남성이 휴대전화 앱을 통해 2012년에서 1999년으로 시간이동을 하게 되면서 다시 현재로 돌아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나를 찾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 이유는 결국 가족을 찾기 위한 것이었죠. 가족의 소중함을 말하고 싶었어요."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