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박한 몸짓에 청춘의 절망 투영
- 일부 2% 부족한 구성에 아쉬움
이번 연극제에서 가장 많은 16명의 배우가 출연해 대체불가능한 연극의 힘, 급제록의 힘을 보여줬다.
 |
| 16, 17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상연한 '급제록'. 극단 배우창고 제공 |
급제록은 영남 선비 윤재수(김가영)가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떠나는 여정을 그린다. 극이 시작되면 회색 한복을 입은 12명의 앙상블이 상반신 크기만한 책 한 권을 가슴에 품고 무대 둘레를 따라 뛴다. 젊은 배우들의 역동적인 에너지는 탄성이 나올 정도다. 무대장치나 소품 없이 배우의 몸짓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가 절묘하다.
재수가 산중에서 호랑이를 만나는 장면에서 앙상블의 효과는 정점을 찍는다. 호랑이털 느낌의 토시를 낀 십수 명의 배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객석을 향해 잡아먹을 듯이 달려들어 팔을 내밀었다가 물러나기를 반복한다. 서로 뭉쳐서 다리가 48개인 한 마리의 호랑이가 되는 장면도 이어진다.
조선 시대가 배경이지만 주인공의 울부짖음은 오늘날까지 생생하게 들린다. "울분을 토해도 변하는 게 없고…과거 급제가 구원할 수 없는 절망이 퍼진 우리를 보고 있습니다." 세태에 대한 비판이 극 곳곳에 비유적으로 등장한다.
과거 시험장에 도달한 재수. 무대 뒤 천장에서 무대 앞까지 'ㄴ'자로 대형 종이 네 장이 펼쳐진다. 16명의 '수험생'이 먹을 갈고 붓을 들어 글을 써내려가는 모습을 맨손 맨몸으로 표현한다. 어느 틈엔가 품에서 도구인 붓을 꺼내 들고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종이 위에 마지막 혼신의 힘을 쏟아내는 간절한 표정, 절박한 몸짓에 오늘날 청춘의 그림자가 스친다. 몇몇 관객은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게 구성했다"고 아쉬워했다.
★★★☆☆(3.8점)
-최고점 ★★★★★
"배우들의 움직임이 좋았어요"
-최저점 ★☆☆☆☆
"작품을 만든 의도가 뭔지…"
※별점 산출 방식=제34회 부산연극제 경연 IN 부문 참가작 9편의 관객 평가를 싣습니다. 각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 15명이 매긴 점수의 평균을 산출했습니다.(1~5점×평가인 수÷15)
박지현 기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