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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이그라'가 9, 10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상연한 '남은 여생의 시련'. |
"다 좋은데 왜 장이 끝날 때마다 자꾸 박수를 치는 거죠?" 일부 관객이 아쉬움을 표했지만 '박수치는' 관객과 이 작품은 한 몸이다. 머리를 빨갛게 염색한 김태자(여·75) 씨는 기장군 정관에서 이 극을 보러 왔다. 사할린 동포로 한국에 온 지 8년째란다.
"러시아에서는 연극을 보면서 '좋다, 훌륭하다'는 의미로 박수를 쳐요.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살아온 습관이 남아 다들 그랬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우리 이야기를 잘 연기해줘서 너무 좋았거든요."
두 문화가 공존한 연극이었다. 한국의 피가 흐르지만 러시아에서 나고 길러진 사할린 동포 인무학(74) 씨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썼다. 무대에는 러시아술 보드카가 놓여있고 인물은 때때로 러시아어 대사를 내뱉지만 '귀향'을 간절히 바란다. "우리 조국에서 당신과 행복하게 살 날만을 고대"한다는 원상모의 마지막 대사가 극의 정서를 대변한다.
두 갈래로 나뉜 객석을 하나로 묶은 것은 결국 작품 자체의 힘이었다. 이 작품은 사할린동포의 영주 귀국을 소재로 했다. 원상모(권철)와 김용희(김정순)는 부부 중 한 명이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태어나면 둘 다 영주귀국할 수 있다는 한국 정부의 정책에 따라 입국한다.
극이 전개되면서 이들이 위장결혼한 사실, 8월 16일에 태어난 원상모가 호적을 위조한 것, 어린 시절 둘의 인연, 각자의 상처 등이 차례로 밝혀지고 둘은 진짜 사랑을 하게 된다. 새로운 사건, 비밀과 단서, 갈등과 해소과정이 적절히 배치돼 모범적으로 진행되는 스토리가 힘의 한 축이었다.
극을 집중력있게 끌고 나간 또 다른 힘은 탄탄한 연기 앙상블이었다. 원상모와 김용희, 영주귀국을 돕는 적십자회장 안학구(양성우)와 원상모, 원상모와 대립하는 한종희(박상규) 등 쌍쌍이, 때론 셋이 호흡을 맞춰 연기하는 장면이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안정된 발성과 대사처리, 연기로 각자가 마치 그 인물이 된듯하니 장단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극 초반 원상모와 안학구가 나란히 소파에 앉아 보드카를 마시는 장면에서 장기가 빛을 발했다. "러시아 속담에 이런 게 있지요. 뱃속에 들어간 술이 심심해 하고 있으니 둘째잔은 꼭 마셔야 한다!" 잔을 마주치고 한숨에 술을 들이켠 뒤 동시에 "후~"하고 숨을 내뱉는다. 둘의 연기가 조화를 이루면서 관객을 끌어당긴다.
★★★★☆(4.2점)
-최고점 ★★★★★
"몰랐던 우리 역사 이야기 알려줘"
-최저점 ★★★
"박수치는 관객 때문에 몰입이 안돼"
※별점 산출 방식=제34회 부산연극제 경연 IN 부문 참가작 9편의 관객 평가를 싣습니다. 각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 15명이 매긴 점수의 평균을 산출했습니다.(1~5점×평가인 수÷15)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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