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연극제 관객이 준 별점 <2> 누리에 '구멍 속 구멍'

날카로운 칼·혀는 우리의 인간성, 곱씹을 수록 '진한 맛'이 있더라

  •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  |   입력 : 2016-04-06 18:40:47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4, 5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상연한 '구멍 속 구멍'의 수인(왼쪽)과 주희. 극단 누리에 제공
- 지배하고 당하는 현대사회 다뤄
- 표현하는 것들 해석 따라 호불호
- 영상활용 객석까지 바다로 연출

"무조건 별 5개 주시면 안됩니다!" 단체관람 온 부산 예술대 연극과 학생들이 연달아 '별 5개'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을 제지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에요. 정말 좋았어요. 2번째 베드신에서 인물의 성격이 전환되는 설정이 효과적이었죠." "앙상블의 군무가 멋졌어요!" 

'일반' 관객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작품은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과 연극인이 주목한 연극이었다.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은 누리에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부산연극제 참가작 전부를 보지 못하는 연극인들이 '골라보는' 작품 목록에 빠지지 않을 만큼 관심이 높았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쉬운 연극은 아니었다. 연극을 전공하는 20대 남성 관객은 "사회적 메시지가 있어 좋았다"고 만족했지만 그의 팔짱을 낀 '일반인' 여자친구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관객의 호불호를 가르는 지점은 상징에 대한 태도다. 한 연극인은 "상징을 해석하는 수준에 따라 흥미로운 연극이 될 수도, 난해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제목부터 다양한 해석을 내포한다. 구멍 속 구멍. 비어있음, 가득찬 어둠처럼 상반된 의미를 응축한 구멍은 극 중 대사처럼 신체의 여러 구멍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해 창작희곡공모 대상을 차지한 작품으로, 염지영 극작가는 이 작품을 '지배, 인간성, 칼'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지배하거나 지배당하는 것,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인간성, 그것을 표현하는 도구인 칼. 표면적인 줄거리를 해체하고 곱씹을 때 비로소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강성우 연출 역시 "현대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되새김해 보는 것"을 바랐다.

1년 계약을 맺고 섬에 들어가 불법포획한 고래를 해체하는 정태(유상흘)와 수인(이태성)이 극을 이끌어간다. 전반부는 서울 마장동 도축사 출신의 정태가 주도한다. "칼 끝이 뼈에 닿는 맛을 알아"라고 호기를 부리며 신체의 '또 다른 칼'로 섬으로 커피 배달 온 다방 아가씨 주희(최성희)를 헤집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후반부는 숙맥 같던 수인이 장악한다. "나도 칼이 있어요. 길고 질긴 칼. 매일 틈나는대로 속삭였죠. '죽어버려.' 결국 내 칼은 할머니와 아버지의 숨통을 끊어놨죠." 수인은 비밀을 털어놓으며 혀를 날름거린다. 사람을 죽이는 데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정태는 섬을 가라앉히겠다고 망치질을 시작한다. 그러나 수인은 그를 비웃는다. "우리가 끝낸다고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대로 극은 막을 내린다. 둘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는, 어쩌면 숨통까지 쥐고 흔드는 섬의 주인 영감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무대 연출로 화려하게 만들었다.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이용해 무대 뒤 스크린 뿐 아니라 객석까지 고래가 헤엄치고 포말이 이는 바다로 만들었다. 푸른 색과 붉은 색의 대비 등 조명 사용도 효과적이었다.

★★★★☆(4.67점) 

-최고점  ★★★★★

"사회적 메시지가 있었어요"

-최저점  ★★★

"내용이 너무 어려웠어요"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4. 4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5. 5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6. 6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7. 7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8. 8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9. 9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3. 3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4. 4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5. 5‘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6. 6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7. 7“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8. 8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9. 9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10. 10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4. 4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8. 8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9. 9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0. 10최태원 회장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한 짓겠다"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6. 6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7. 7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8. 8“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1. 1가을야구 못간 롯데 자이언츠, 정규시즌 3위 승부처돼 난감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4. 4김영광, 보복 운전 사과 “운전 습관 돌아보겠다”
  5. 5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6. 6“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7. 7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8. 8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9. 9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10. 10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