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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헌 작가가 11일 자신의 작업실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콘텐츠코리아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광안리·수영강변 아파트·영상예술고…
- 직접 찍은 사진첩 바탕으로 그림 작업
- 스토리 작가 설득, 작품 배경 부산으로
- 최근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마치기도
- 단테 '신곡'서 딴 신작 '제7원' 준비중
"재미있는 것 보여드릴까요?"
웹툰 '딥'의 김태헌 작가(41)가 사진첩 7권을 내밀었다. 작품의 배경을 그리는 법에 대해 설명하던 중이었다. 사진첩에는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장소별로 분류돼 있었다. 그는 만화를 처음 시작한 고등학생 때부터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배경을 그렸다고 했다. 우연히 일본 만화 기법서에서 이 같은 작업 방식을 알게 됐다. 김 작가는 "그 장소에 가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스토리가 떠오를 때도 있다. 발품을 판 것이 더 애정을 갖고 작업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출사로 만든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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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속에 나오는 부산 현지 장면.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광안리 광안대교 전경. |
김 작가는 최근 '딥'의 영화화 판권 계약(본지 지난 3일 자 25면 보도)을 체결했다. 실종됐던 이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내용의 딥은 토우 작가가 스토리를 썼다. '부산 토박이' 김 작가가 그림을 맡으면서 작품의 배경을 부산으로 설정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토우 작가는 실종됐던 이들이 한꺼번에 해안가에 시체처럼 떠밀려 오는 첫 장면의 배경을 '서해안 한적한 바닷가'로 생각했다. 김 작가가 두 가지 이유를 들어 부산을 배경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우선 연재 중 언제든 출사할 수 있도록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품 내용적으로도 인적이 드문 곳보다 광안리처럼 붐비는 피서지에서 사건이 일어나면, 독자가 피서객과 같은 입장에서 감정 이입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득했다.
김 작가에게 출사의 의미는 단순히 배경을 재현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내용·이동거리를 고려해 동선을 짜고 각 캐릭터의 사연·직업에 따라 주거 환경을 설정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광안리에서 시작돼 기장 해변에서 끝나는 전체 동선을 짠 뒤, 그 안에서 실제 주인공이 어떻게 이동하면 좋을지 장소를 정하고 사진을 찍었다. 김 작가는 "내용이 판타지적일수록 현실감을 획득하기 위해선 배경이 구체적이고 사실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종된 이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가족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의 배경은 광안대교이다. 김 작가는 "차를 타고 광안대교를 건널 때 창 밖을 보면 수면과 눈높이가 일치해 마치 물 속으로 빠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기괴한 느낌이 내용을 표현하는 데 적합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주거지도 부산에 실제 있는 곳이 등장한다. 인물의 특징에 따라 사는 곳을 달리했다. 엄마가 실종됐던 부자(父子) 가정은 1997년 지어진 수영강변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해운대의 화려한 주상복합으로 이사 가지 않고 오래된 아파트에 계속 살고 있는 것이 엄마가 부재한 상황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부산을 배경으로 하면서 김 작가가 세운 중요한 원칙이 있다. 김 작가는 "기존의 영화, 주로 범죄물 속에 다뤄진 칙칙한 지방도시의 느낌이 아니라 뉴욕처럼 카리스마있게 보이도록 묘사하려고 했다"고 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고등학교를 '부산 건축상'을 받은 부산영상예술고로 설정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부산만화가연대 대표로도 활동
1남 3녀의 막내인 김 작가는 순정만화를 보던 누나들을 따라 만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등학생 시절 만화동아리 '태극'에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고 부산예술대 출판만화과를 졸업했다. 출판 만화가 몰락하면서 한동안 방황을 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부산만화가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부산시의 웹툰 육성·지원 계획을 끌어내는 데도 일조했다. 그는 "이제 작가들은 본업으로 돌아가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역시 감옥을 배경으로 한 신작 '제7원' 준비 중이다. 제목은 단테의 '신곡'에서 따왔다. 폭력으로 죄를 지은 사람이 가는 지옥인데, 교도소를 상징한다. 부산콘텐츠코리아랩 '옆방' 이웃인 남정훈 작가가 스토리를 쓴다. 그는 "미국, 일본 등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