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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택에서 작업중인 '뽀짜툰' 채유리 작가.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 동물과 함께 성장 경험 살려
- 고양이 5마리와 동고동락
- TV외화 삐삐 '말 그림' 자극
- 취미로 그린 고양이 큰 반향
- 웹툰리그 우승 후 정식 연재
매주 목요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에 사는 고양이 다섯 마리가 전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2013년부터 '다음 웹툰'을 통해 인기리에 연재 중인 '뽀짜툰' 작가 채유리(39) 씨를 만났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작가의 일상을 그린 뽀짜툰은 다이어리, 달력, 이모티콘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도 출시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2014년 단행본으로 출판돼 그해 중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현재 대만 수출도 협의 중이다. 인터뷰가 이뤄진 지난 26일에도 다음 웹툰 '연재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작가와 고양이가 함께 사는 집
채 작가는 부모님, 고양이 다섯 마리와 함께 다대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작가의 작업실인 방은 작가와 고양이가 반씩 나눠 쓰는 모양새였다. 책상과 고양이집들이 공간을 양분하고 있었다. 책상 위에도 폭신한 수건을 깔아 고양이 자리를 따로 마련해두었다. 책장 역시 고양이 사료나 용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인공'인 고양이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애들이 수줍음이 많아서 다 숨었다"며 채 작가가 웃었다. 세 마리는 작가 침실에 있었다. 낯선 취재진의 방문에 잔뜩 긴장한 '쪼꼬'는 이불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 눈만 빼꼼히 내놓고 있었다. '뽀또'와 '짜구'는 캣 타워 꼭대기에서 내려올 기미가 없었다. '봉구'는 인터뷰하는 2시간 동안 작가도 찾지 못할 곳에 숨어 끝내 나오지 않았다. '포비'만 인터뷰를 끝낼 무렵 조용히 거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골농장 '말괄량이 막내'
채 작가는 경북 경산의 시골 농장 삼남매 중 막내였다. 나이 터울이 많은 언니, 오빠는 학교 공부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일이 많아 부모님의 일을 돕는 것은 초등학생이던 채 작가의 차지였다. 아버지가 돼지에게 주사를 놓을 때, 돼지의 앞·뒷다리를 잡고 있는 일도 거뜬히 했다. 가축들이 출산하는 것도 숱하게 봤다.
농장에서 개 소 돼지 닭 거위 오리 토끼 꿩 쥐까지 키웠다. 그 동물들은 작가의 식구이자 친구였다. 작가는 그 시절을 언젠가 만화로 그리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제 고향집을 사랑했어요. 17살이 되던 해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그곳을 떠나야 했을 때 저도, 부모님도 많이 힘들었죠."
채 작가의 어린 시절 꿈은 "많은 동물을 키우면서 그들을 그리고 사는 것"이었다. 1980년대 TV에서 방영된 외화 '말괄량이 삐삐'에서 말을 그리던 삐삐의 모습은 그에게 유독 인상적이었다. 3살 무렵부터 언니가 그리던 캔디 그림을 따라 그렸고, 오빠가 읽던 동화전집을 물려 읽던 시골 농장 시절이 모두 '뽀짜툰'의 맹아가 됐다.
■작가를 성장시킨 뽀짜툰
지금의 뽀짜툰이 완성되기까지는 꼬박 10년이 걸렸다.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던 작가가 뽀짜툰을 처음 그린 것은 2003년이었다. 길에 버려졌던 뽀또, 짜구와 함께 살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취미 삼아 그려 작가의 홈페이지와 그가 자주 가던 사이버 공간에 올렸다. 독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더 많은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곳을 찾았다. 누구나 웹툰을 올릴 기회가 주어지고 독자의 반응에 따라 정식 연재가 결정되는 '네이버 베스트 도전', '다음 웹툰 리그' 등에 뽀짜툰을 올렸다. 2013년 다음 웹툰리그에서 우승하며 정식 연재 제안을 받게 됐다. 채 작가는 "10년간 뽀짜툰을 그리며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마침 정식 연재가 결정됐다. 앞으로는 1년에 한 시즌씩이라도 오랫동안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키우고 뽀짜툰을 그린 지난 10여 년의 세월은 그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정식 연재 뒤 웹툰 작가가 직업이 됐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을 반대했던 부모님이 고양이로 인해 웃는 날이 늘었다.
작가는 "저 역시 고양이를 키우면서 고양이가 귀한 만큼 다른 동물도 소중한 생명임을 깨닫고 제가 가진 많은 편견들을 깨어나갔다. 고양이가 아니라도 우리가 세상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뽀짜툰 독자에 대한 작가의 바람은 하나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고,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