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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쿠(왼쪽·싱가포르) 감독과 바흐만 고바디(쿠르디스탄) 감독이 'BIFF 20년의 의미' 등에 관해 견해를 밝히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c@kookje.co.kr |
에릭 쿠(50) 감독과 바흐만 고바디(46) 감독은 완전히 다른 나라에 산다.
에릭 쿠 감독의 조국 싱가포르는 부유하고 평화롭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쿠르디스탄에서 태어났다. 고바디 감독의 조국은 설명하기도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에게서 들어보자.
"쿠르디스탄은 철조망에 발을 잘못 디뎌 다리가 네 동강 난 소녀 같다. 우리나라는 국기부터 만들었는데 그걸 꽂을 땅은 없다. 쿠르디스탄은 터키 시리아 이란 이라크로 쪼개져 있다. 많은 국민과 아이들은 난민캠프에 산다."
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두 중견 감독이 이번 영화제에 들고온 영화도 많이 다르다. 에릭 쿠의 '호텔룸'은 풍요로운 사회의 은밀한 호텔룸에서 욕망을 그렸다. 고바디의 '나라 없는 국기'는 아무것도 누리지 못하는 위험하고 가난한 쿠르드족 난민촌 이야기다.
이처럼 다른 두 감독에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아시아영화 감독과 부산국제영화제(BIFF)다. BIFF와 함께 성장하고 BIFF라는 플랫폼에서 '세계로 가는 기차'에 오른 아시아 감독은 숱한데, 그중 두 감독을 직접 만나 '아시아 영화감독에게 갖는 BIFF 20년의 의미'를 물어봤다.
에릭 쿠 감독은 31세이던 1996년 제1회 BIFF에 첫 장편영화 '면로'가 초청됐다. 당시 싱가포르는 1년에 고작 영화 5, 6편을 만들었다. '엄격한 나라'라는 선입견이 강했고 덩달아 영화까지 세계에서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BIFF가 그를 세상으로 불러냈다.
"그 뒤로 '12층'(1997) '내 곁에 있어줘'(2005) '마이 매직'(2008), 올해의 '호텔룸'과 옴니버스 영화 '세븐 레터스'까지 나의 모든 영화가 BIFF에 초청됐다." 1997년 영화 '12층'은 그해 BIFF에서 피프레시상을 받았는데, 에릭 쿠 감독은 "티에리 프레모 당시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그 작품을 좋아했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해 '12층'은 칸에 공식 초청됐고 에릭 쿠는 칸에 진출한 최초의 싱가포르 감독이 됐다.
연이어 베를린, 베니스영화제에 싱가포르 최초로 초대된 그는 2005년 제10회 BIFF 때는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왔다.
에릭 쿠 감독은 BIFF와 함께한 아시아 감독의 전형을 보여준다. "BIFF는 더 강해져야지요. 나는 BIFF를 아시아의 칸이라고 봅니다."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2000년 '취한 말들을 위한 시간'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았다. BIFF와 인연이 깊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조감독이었던 그는 2002년 BIFF에 '고향의 노래'를 상영하고 2006년 부산을 방문한 뒤로 단골이 됐다.
그는 BIFF 20년에 진한 애정을 전했다. "부산을 정말 좋아한다. 지금 영화를 만드느라 한창 바쁜데 BIFF의 초청을 받고는 만사 제쳐놓고 왔다." 그가 이어 말했다.
"최근 정부가 BIFF에 대한 지원을 줄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 BIFF는 영혼이 있고, 생명력이 확실하다. 지원을 줄인 것은 큰 실수다. 최근 몇 년 한국에서 이전과 같은 엄청난 영화가 안 나왔다. 오히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할 시기다."
올해 BIFF를 찾은 거장 허우샤오시엔도 "20년간 BIFF는 아시아 영화를 위해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더욱 아시아 영화를 응원해달라"고 했다. 저명한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1998년 BIFF에 처음 초청된 뒤 BIFF와 함께 성장했다. 나도 올해 영화감독이 된 지 20년이다. BIFF와 함께 걸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