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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BIFF 개막식의 명물이었던 초대형 스크린을 설치하는 모습. |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현장에서 영화, 영화인, 관객, 그리고 BIFF 사무국 스태프의 희로애락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이가 기자들이다. 아시아 최고 영화 축제의 시작과 성장 과정을 지켜본 본지 기자들의 뇌리에 남은 풍경은 무엇일까.
◆셔틀여객선의 추억
- 조송현 논설위원/1996년 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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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에서 남포동과 해운대 요트경기장을 이어준 셔틀 여객선. |
1996년 9월 13일 저녁 부산 해운대 수영만 요트경기장 내 야외 특별무대. 제1회 BIFF 개막식 1부가 끝나고 개막영화 상영이 초읽기 들어간 시각이었다. 웅장미가 백미인 반젤리스의 '1492'가 울리는가 싶더니 무대에서는 초대형 스크린(가로 33m, 세로 18.5m)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특설무대의 지붕 역할을 하던 구조물이 각도를 바꾸면서 6층 빌딩 규모의 야외 특별상영관으로 변신한 것이다. 객석에서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제1회 BIFF는 그렇게 본격 항해를 시작했다. 대형스크린 못지않게 유명세를 탄 게 있다. 중구 남포동과 해운대 요트경기장을 잇는 셔틀여객선이다. 이 여객선은 초청 영화감독과 배우, 그리고 영화제 스태프와 기자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당시 남포동의 극장은 일반 초청영화 상영과 관객과의 대화 등의 이벤트가 진행됐고,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는 개·폐막 영화와 특별영화 상영, 그리고 기자회견과 영화인의 칵테일 파티 등이 시시때때로 이뤄졌다.
영화인들은 두 곳을 오가야 하는 일이 많았고, 셔틀여객선은 이들에게 매력적인 교통수단이자 유람선이었다. 그들은 부산항의 셔틀여객선에서 부산과 BIFF를 한층 진하게 느꼈을 법하다.
◆영화는 사회의 거울
- 김태경 경제부 차장/2004년 9회
제9회 BIFF의 빅 이벤트는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그리스의 거장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오픈토크였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 저녁, 해운대 파라다이스 호텔에 마련된 오픈토크 자리에서 두 거장은 아시아와 유럽의 영화에 대한 견해와 작가영화의 죽음, 영화의 현주소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영화평론가 정성일 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된 오픈토크 내내 기자는 기존에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상업영화가 아닌 철학으로써의 영화의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서둘러 기사 마감을 한 뒤에도 기자의 노트북에는 지면에 다 담지 못한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다. 아, 그러나 이를 어쩌나. 지금 그해의 명 오픈토크 기록을 아무리 찾으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 그 이후 노트북을 교체하면서 소중한 기록을 업데이트하지 못한 기자에게 지금 남은 것은 그날, 그 바닷가의 느낌뿐이니! 마지막으로 앙겔로풀로스 감독이 작가영화의 죽음을 이야기하며 남긴 명언을 덧붙인다. "영화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만약 사회의 거울이 되는 영화가 나올 수 없다면 그것은 아주 끔찍한 일이 될 것이다."
◆전환점 생생하게 목격
- 조봉권 문화부 차장/2005년 10회
"잊지 마! 올해는 기념비적인 제10회 영화제다."
BIFF 취재를 총괄하는 팀장의 한마디에 취재팀은 긴장했다. '부산영상센터 두레라움 건립기념식'이 개막식 다음 날 센텀시티의 허허벌판(지금 영화의전당이 서 있는 자리)에서 열렸다. 2005년 10월 7일이었다. 이 행사에 온 유현목 감독, 안정숙 (당시) 영화진흥위원장, 안성기 문성근 영화배우, 김덕수 사물놀이패한테까지 가서 축하메시지를 받아 기사로 썼다. 이날 건립기념식은 2008년 기공식을 거쳐 2011년 9월 영화의전당 개관으로 이어졌다. 2006년 출범한 부산필름마켓(현재 아시아 필름마켓) 창설 계획을 공식 발표한 것도 10회였다. "필름마켓 전문가 좌담을 할 테니 적임자를 섭외하라." 팀장이 갑자기 지시했다. 핵심 인사는 모두 정신없이 바쁜 영화제 기간에 적임자를 발굴·섭외·초청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현장을 뛰어다니다 보니 신기하게 순식간에 해결됐다. 언론취재를 거부한 참가자에게 찰싹 달라붙어 취재하다보니 친구도 됐다. 그해 나는 야성을 발휘하며 취재했던 것 같다. 2005년, BIFF는 전환점을 돌고 있었다. 그 시절을 함께한 것은 행운이다.
◆반전 있는 두 여인
- 강필희 정보자료부 부장/2010년 1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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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회 BIFF를 찾은 쥘리에트 비노슈가 뒤풀이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
15회 BIFF는 김동호 집행위원장 체제의 마지막이기도 해서 유난히 해외 초청 손님들이 많았다. 그 속에서 있던 두 여인과의 조우가 아직도 강렬하다. 한 사람은 '인도의 여신'이라 불리는 여배우 아이쉬와라 라이. '라아반'이라는 영화로 부산을 찾은 그녀는 오픈토크에서 관객들의 질문에 성의껏 답하고 자주 웃었다. 이 자리에 라이의 남편이자 영화의 남자 주인공 아비쉑 밧찬과 또 다른 남자 주연 치얀 비크람도 참석했다. 자국에서 '장동건'급 대접을 받는다는 그들이지만 여기선 알아보는 이가 없어 어색해하던 모습이 선하다. 다른 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쥘리에트 비노슈다. 그녀가 영화제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은 영화제 15년사를 정리하는 한 사진전에서였다. '퐁네프의 여인들'에 나왔던 가녀린 소녀도 아니었고 '데미지'에서 봤던 팜므파탈도 아니었다.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이 할 말을 또박또박하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새로운 환경에 성의있게 반응하는 아름다운 인격이었다.
김동호 위원장과 즉석 댄스를 즐기던 모습, 뒤풀이 노래방에서 소녀처럼 열창하던 모습도 흐뭇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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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BIFF 취재팀. 왼쪽부터 이진우, 염창현, 정상도, 조송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