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이제 막 중반부를 지났는데, 벌써 영화제가 끝난 뒤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다이빙벨' 상영을 놓고 빚어졌던 부산시와 BIFF의 갈등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올지가 초점이다. BIFF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다이빙벨' 상영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계속 상영 철회를 요구했으나, BIFF 측은 예정대로 상영했다.
BIFF에 대한 걱정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BIFF의 최대 후원사, 즉 가장 많은 예산(전체 120억 원 중 시비 60억5000만 원)을 지원하는 시의 요청을 거절했으니 예산 삭감이나 감사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도 가세할 수 있다. 술자리에서 편하게 한 얘기라고 해명했지만, 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지겠다"고 발언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또 다른 걱정은 BIFF 상영작 선정 단계에서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다. 그동안 BIFF 상영작은 철저하게 프로그래머의 권한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이번에 조직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상영작 선정에 문제를 제기한 이상 앞으로 프로그래머의 자기 검열은 물론 '시어머니 노릇'을 할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이를 기우라 하기엔 시와 BIFF, 영화인과 관객 사이에 너무 많은 소문과 추측,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특히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오해를 부르는 발언과 해명은 이런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영화제 본연의 역할을 생각해야 한다. 영화제는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고 판단을 내릴 기회를 열어주는 곳이다. 거기에 정치 색깔을 들이대고 압박을 가한다면 이는 관객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저버리는 일이다.
BIFF의 주인은 시나 BIFF가 아니라 관객, 즉 시민이다. 관객의 지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BIFF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부산시와 BIFF는 대단히 큰 착각을 하는 듯하다. 영화 한 편으로 불거진 논란이 영화제 존폐 이야기까지 확산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침묵으로 일관하며 수면 아래에서 힘겨루기만 하고 있다. 지난 19년간 관객은 성숙했는데 영화제를 끌어가야 할 두 곳은 성년이 될 준비가 덜 된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