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영 감독의 '카트'

-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한국 영화가 다수 상영된다.

부지영 감독의 '카트'(오픈 시네마)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로 일자리를 잃게 되자 파업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설움을 다룬 영화는 꽤 많았지만, 명필름이 제작을 맡고 염정아 문정희 천우희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가 출연하는 상업영화의 주인공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김세연 감독의 'half'(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는 성적 소수자인 트랜스젠더가 주인공이다. 동료를 보호하려다 사람을 죽인 트랜스젠더가 법정에 선다. 그녀는 동료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할 뿐이다. 여성인 김세연 감독은 한국 영화로는 드물게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다루며 사회적 편견에 고통받는 성적 소수자의 현실을 뚝심있게 보여준다.

사회적 약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영화인의 서글픈 현실을 다룬 영화들도 눈에 띈다. 백재호 감독의 '그들이 죽었다'(뉴 커런츠)는 상업영화 캐스팅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던 단역배우가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지자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이야기를 다뤘다. 감독과 출연 배우 모두 무명 배우로 자신의 경험을 영화로 옮긴 작품답게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절하게 와 닿는다.

박제욱 감독의 '찡찡 막막'(한국영화의 오늘-비전)은 가난한 영화감독 지망생과 결혼한 태국 여성이 막막한 현실에 지쳐 고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 역시 감독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한국영화의 오늘-비전)은 불투명한 미래에 답답해하던 무명 연극인의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BIFF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올해 한국 영화 상영작 중에는 영화인이 자신의 막막한 현실과 영화를 향한 치열한 고민을 담은 작품이 다수 눈에 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