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48> 영원에서 날아온 선물

'하루'라는 선물, 창조적 삶에 활용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01-03 19:35:39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박상대 신부 제공
시간과 공간은 이를 파헤쳐 규명하고자 하는 많은 이에게 늘 신비로운 대상이다. 손에 쥔 듯하지만 어느새 손아귀를 벗어나 저 멀리 떠나 있는 그런 존재다. 시간도 공간도 그저 처음부터 있었던 존재는 아니다. 우리는 통상 시간이 '흐른다' 또는 '지났다'고 하니 분명 그 시작이 있을 것이다. 이는 현시점에서 과거의 시간으로 끝없이 걸어가 본다면 더는 나아갈 수 없는 시작이라는 벽을 만난다는 말이다. 그 시작의 벽을 성경은 '한 처음'(창세 1,1)이라 한다.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으나, 아직 꼴을 갖추지 못하고 비어 있었다고 하니,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시간과 공간이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모양과 질서를 갖추고 제대로 존재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시간과 공간이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창조의 첫째 날에 '빛'을 만드시고 빛을 낯이라 하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신다. 여기서 빛은 무엇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말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창세 1,5)는 말씀에서 '지났다'는 표현이 바로 시간이 시작돼 흘렀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첫째 날에 시간이 창조되었으니, 그다음에 필요한 것이 바로 공간이다. 하느님께서는 물과 물 사이를 갈라 궁창을 만드시고 이를 '하늘'이라 부르셨으니, 공간이 창조되었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튿날이 지났다"(창세 1,8)고 하니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그다음으로 천체, 자연, 식물, 동물, 사람이 창조되어 시간과 공간 안에 자리를 잡게 되니, 모든 것이 모양과 질서를 가지게 된다. 아울러 하느님께서 당신이 창조하신 모든 것을 보시고 좋아하시며 그들 위해 축복을 내리시어 거룩하게 하셨으니, 모든 존재는 그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창조주 하느님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서게 된 셈이다.

생명을 지니고 세상에 사는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모든 시간과 공간을 자기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자기 것이 아닌데 주어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첫날이 지났다"는 창세기의 말씀처럼 우리에게 매일 매일 첫날과 같은 '하루'가 주어지는 것이다.

누구든지 아침에 눈을 뜨면 머리맡에 밤새 배달된 소포 하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소포 겉면에 수신자는 자신이며, 발신자는 천국우체국이고, 내용물은 '하루'라고 적혀있을 것이다. 소포를 열어보면 어제 받은 것과 비슷한 하루 분량의 24시간과 각자에게 알맞은 달란트와 하루를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이 들어 있다.

신기한 것은 매일 아침 배달되는 이 선물이 그 옛날 예수께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실 때 제자들이 배달했던 바구니처럼 축복과 감사의 뜻으로 사용하면 끝없이 그 내용물이 늘어나고,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포도주로 변했던 물 항아리처럼 순종과 섬김의 뜻으로 사용하면 그 내용물의 재질이 갈수록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 선물을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다른 이들이 상상도 못 한 것들을 만들어낸다. 허나 어떤 이들은 이 선물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누가 보낸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없이 시들시들 말려버린다.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매일 먹는 만나를 지겨워했던 것처럼 살아온 날 동안 그토록 많이 배달된 이 선물을 하루도 감사와 기쁨으로 꽃피우지 못하고, 불만과 짜증과 원망과 한숨으로 썩혀버리고 마는 것이다.

   

똑같은 선물을 가지고 어떤 이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어 누리고, 어떤 이는 감옥을 만들어 스스로를 가두어 버린다. 살아있는 동안 이 선물상자는 계속 배달될 것이다. 모여서 인생을 만드는 하루라는 시간과 공간은 영원으로부터 오는 귀한 선물이며, 인생을 마치는 날 영원한 나라와 연결되는 코드가 될 것이라 믿는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끝-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6일 코로나19 확진자 610명…부산·경남 확진자 다시 상승곡선
  2. 2[날씨칼럼]여름은 언제부터 시작할까?
  3. 3부산 나흘만에 다시 10명대…댄스동호회 관련 확진자 지속
  4. 4HMM 올 1분기 영업익 1조 기록, 창사 이래 최대실적 쐈다
  5. 5경남도 코로나19 확진자 29명 추가…일부 지역 거리두기 단계 조정
  6. 6양산 통도사에서 인도정부 제작 불상 봉안식 열려
  7. 7[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열일'한 당신 넷플릭스 즐긴다면...노트북 '서피스 랩탑4' 써보니
  8. 8국민청원에 의원간 충돌까지…진주 남강변문화센터 논란 확산
  9. 9코로나로 반토막 난 봉사활동, 지역 청년들이 팔 걷었다
  10. 10웹툰 '며느라기'직접 보러 가볼까요
  1. 1'대권 주자' 이광재, 부산에서 세몰이 시동
  2. 2부산 지역 대학생들과 국힘 김미애 의원 뭉쳐 법안 발의했다
  3. 3김세연 “이재명은 무늬만 기본소득…여성징병 논의하자”
  4. 4지역구로 출근 러시…시의원실은 ‘부재중’
  5. 5김부겸 총리 인준 강행…박준영 끝내 자진 사퇴
  6. 6이언주, 국힘 최고위원 출마 저울질
  7. 7박재호·이성권 14일 회동…부산부동산특위 접점 찾을까
  8. 8국가균형위원장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재인 정부 내 반드시 이행"
  9. 9IOK company,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오디션 개최
  10. 10야당 “여당, 꼭두각시 총리 탄생시켜”…청문정국 결국 강대강
  1. 1HMM 올 1분기 영업익 1조 기록, 창사 이래 최대실적 쐈다
  2. 2[정옥재의 스마트 라이프] '열일'한 당신 넷플릭스 즐긴다면...노트북 '서피스 랩탑4' 써보니
  3. 3지난달 부산 단순노무직 2만5000명↑…17개월來 최다
  4. 4명태 등 정부 비축 수산물 방출
  5. 5고공행진 부산 기름값, 그래도 저렴한 곳은 있다
  6. 6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속도낼까… 금융위도 '중점과제' 선정
  7. 7부산국제금융진흥원, 해외 네트워크 확장 기지개
  8. 8기장·강서 힘입어…부산 아파트값 상승세 지속
  9. 9[경제 포커스] 자산 매각, 인사 영입…롯데쇼핑의 ‘이베이 인수’ 시그널
  10. 10일광 옛 한국유리 부지 개발사업 ‘국제공모’로 급물살
  1. 116일 코로나19 확진자 610명…부산·경남 확진자 다시 상승곡선
  2. 2부산 나흘만에 다시 10명대…댄스동호회 관련 확진자 지속
  3. 3경남도 코로나19 확진자 29명 추가…일부 지역 거리두기 단계 조정
  4. 4양산 통도사에서 인도정부 제작 불상 봉안식 열려
  5. 5국민청원에 의원간 충돌까지…진주 남강변문화센터 논란 확산
  6. 6코로나로 반토막 난 봉사활동, 지역 청년들이 팔 걷었다
  7. 7동급생 때린 초등생 전학처분은 합당
  8. 8울산 남구에 관광 수소버스 다닌다
  9. 9경남도, 2021년 농촌 집고쳐주기 대상 저소득취약계층 106가구 선정
  10. 10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30명대…댄스 동호회발 감염 확산
  1. 1감독 교체로 어수선한 '거인'...전준우 "후배들 다독여 앞으로 나아갈 것"
  2. 2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뜻밖의 '특별휴가'… 2주 뒤 리그 경기 재개
  3. 3프랑코, 투구 습관 간파?…거인 마운드 어쩌나
  4. 4이대호·전준우 첫 동반 라인업 제외
  5. 5‘어린 주장’ 김진규 아이파크 이끈다
  6. 6‘고수를 찾아서3’ 대동류 합기유술 vs 태권도 & 킥복싱
  7. 7류현진, 칼제구 부활…올 시즌 최다 이닝 소화
  8. 8메스 든 거인 수장…성적·선수단 조화 두 토끼 잡을까
  9. 9다대포서, 한강서…2049명 ‘나만의 코스’ 걷고 달렸다
  10. 10"ESL 탈퇴 못해" 3개 구단, UCL 2년간 출전정지될 수도
우리은행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권선희 시인의 시집 ‘꽃마차는 울며 간다’
전다형의 시 둘레길
소산마을~무인카페~홍연폭포
리뷰 [전체보기]
살인마도, 그를 쫓는 경찰도 모두 괴물…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스릴러’
‘메모리’ 한국어 제창 때 가장 큰 박수…그리자벨라 독창엔 전율
새 책 [전체보기]
식물의 시간(안희제 지음) 外
브라이턴 록(그레이엄 그린 지음·서창렬 옮김)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박경리 데뷔작 등 중단편 7편
전력 약해도 적을 압도하는 방법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연등 /최은영
하늘 봉숭아 /양향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
‘비와 당신의 이야기’ 주연 강하늘·천우희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지금의 윤여정을 있게 한, 고마운 이름들
윤여정 오스카 수상만큼 기대되는 수상소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인터랙티브 영화 또는 오래된 미래
유목 ‘당한’ 사람들 시대의 우울을 담다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17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13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17일(음력 4월 6일)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13일(음력 4월 2일)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⑪ MBC ‘억새바람’(1992)
트로트 팬덤의 진화 ⑧ 장윤정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영암 출신 문인 최경창과 함경도 기생 홍랑의 사랑
당(唐)대 최고 7언율시 최호의 ‘황학루(黃鶴樓)’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