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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디의 마을' 마이언펠트의 거리 풍경. |
- 할아버지에 맡겨진 고아 하이디
- 휠체어 의지 클라라와 친해지고
- 자연속에서 치유되는 과정 그려
- 미야자키 하야오 등 '애니' 제작
높고 아름다운 알프스 산 중턱에 작은 오두막집 한 채가 있었다. 그 집에는 할아버지가 혼자 살았다. 아랫마을 사람들은 그를 알름 할아버지라고 불렀다. 알름 할아버지는 마을로 내려가는 것을 싫어했고, 교회도 안 다녔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했고, 항상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6월의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어느 날이다. 한 젊은 여자가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데리고 산길로 올랐다. 여자아이의 얼굴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하이디는 땀을 닦았다. 그때 걸어오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말을 걸었다. "어머! 데테 아니야. 언제 돌아왔지?" 델프리 마을에 사는 아주머니였다. "잠깐 다니러 왔어요." "이 애를 할아버지한테 맡기려고요. 프랑크푸르트에 일자리가 생겨서 더 이상 돌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데테의 말에 아주머니는 하이디를 쳐다보았다. "이애는 누구지?" "제 조카딸이에요. 알름 할아버지에게는 손녀가 되죠. 형부와 언니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 이제껏 제가 돌보아 왔었지요." "알름 할아버지가 맡아 줄까?" 아주머니의 말에 데테는 눈살을 찌푸렸다.
데테 이모는 하이디를 억지로 할아버지에게 맡기지만, 알름 할아버지는 단박에 하이디와 친해진다. 하이디는 붙임성이 좋고 명랑한 아이였다. 의자가 하나뿐인 할아버지는 하이디를 위한 의자를 새로 만들고, 다락방에다 마른 풀을 깔고 잠자리를 마련해준다.
다락방 창으로 바라보는 알프스의 풍경은 어린 하이디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눈먼 할머니와 함께 사는 이웃의 양치기 소년 페터와 친구가 된 하이디는 알프스 산의 품 안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난데없이 찾아온 데테는 하이디를 프랑크푸르트로 데리고 가겠다고 한다. 곁에 두고 싶어 그런다고 하지만, 사실은 휠체어에 의지해 집안에만 갇혀 사는 제제만 가의 딸 클라라의 이야기 상대를 구한다는 하녀 로텐마이어의 부탁 때문이었다. 알름 할아버지의 반대에도 데테는 하이디를 프랑크푸르트의 제제만 가에 맡긴다. 하이디와 클라라는 반강제로 만나지만, 어느새 하이디는 클라라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친구가 된다. 그러나 알프스를 잊지 못하는 하이디는 몽유병에 걸리고, 의사의 소견에 따라 하이디는 꿈에도 그리던 알프스의 품으로 돌아와 알름 할아버지와 페터를 다시 만난다.
제제만의 권유로 클라라를 데리고 알프스로 휴양 온 의사는 클라라를 알름 할아버지 집에서 맡길 것을 제안하고, 클라라는 보고 싶었던 하이디와 함께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묻혀 지내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하이디가 자신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데 불만을 품은 양치기 소년 페터는 클라라가 자리를 비운 사이 빈 휠체어를 계곡 아래도 밀어 떨어뜨린다. 휠체어 없이 지내던 어느 날 클라라는 하이디의 도움 없이 일어서더니 드디어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된다. "알프스가 너를 고쳤어. 클라라, 이젠 뛰어봐!" 하이디의 맑은 목소리가 알프스의 아름다운 하늘로 날아오른다.
요한나 스피리(1827~1901)는 스위스 취리히 근교의 시골 마을 마이언펠트에서 의사 아버지와 목사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학교를 나와 고향 마을로 돌아온 스피리는 25세 때 취리히의 변호사 스피리와 결혼하고, 1879년 그녀의 나이 52세가 되던 해부터 청소년을 위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881년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가 세상에 나오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만, 1884년 하나뿐인 아들과 남편을 동시에 잃는 슬픔을 겪는다. 그녀의 작품들은 알프스의 목가적인 산촌생활을 묘사하고, 그리스도교의 청순한 정신이 넘쳐흘러 많은 사람을 매료시켰다. 약간은 도덕적인 설교로 무거운 느낌을 주지만, 그녀의 문학은 '청결하고 선의에 넘치는 이상주의 정신으로 가득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녀를 세계적 아동문학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1974년 다카이타 이사오, 미야자키 하야오, 코타메 요이치 세 명의 감독이 공동으로 만든 닛폰 애니메이션의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는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일본의 국민적 애니메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하이디가 유명해지면서부터 마이어펠트 주민들은 이곳을 진짜 '하이디 마을'로 가꾸기 시작했다. 레스토랑과 카페의 메뉴에는 하이디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고, 빵집에서도 페터와 클라라의 이름을 딴 빵들을 만들어 판다.
관광철이 되면 하이디와 페터 복장을 한 소년 소녀들이 거리를 걸으며 관광객을 맞는다. 스위스와 함께 떠오르는 영상은 동화처럼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 다정한 사람들, 그리고 발그레한 볼의 귀여운 소녀 하이디이다. 1910년 유럽의 한 언론사가 아담 폰 캄프의 '독일 소녀 애덜에이드'라는 소설이 1830년대에 이미 책으로 출판되었다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한때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하이디의 명성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