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더위 탓에 불편하기는 했어도 올해는 추석 연휴가 길었던 관계로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다녀오고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어느 가정에서는 시골로 자녀들이 내려와 추석 명절을 보내고 다시 부모님을 도회지로 모시고 올라간다는 소식도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과거 우리 민족은 제사와 축제를 참 많이 지냈다고 한다. 특히 유가(儒家) 가례가 보급되면서 더 많아져서 매월 음력 초하룻날과 보름날, 명절날, 조상 생일, 제사 등등 거의 매월 서너 번 이상 제사나 축제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자연스럽게 음력 8월 15일 추석 명절과 음력 1월 1일 설 명절 등 양대 명절로 자리가 잡힌 것 같다.
추석 명절은 차례를 올리고 돌아가신 조상들의 산소에 성묘하는 명절이라면, 설 명절은 차례를 올리고 살아계신 집안 어른들께 세배를 올리는 명절로 자리가 잡혀가고 있다. 또한 복잡하고 번잡했던 차례 상도 많이 간소화되고, 특히 성묘를 가서 조상들의 산소에 올리는 음식이 많이 간소해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성묘를 가서 이웃 묘소 앞에 놓인 술과 북어포와 담배를 보았다. 요즈음에는 생전에 고인이 좋아하던 술과 안주와 기호품이라서 그렇게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아무리 간소화되어도 이렇게 바뀌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에도 의미를 담아서 올렸다고 한다. 특히 밤과 대추와 곶감 이 세 가지 과일을 꼭 올렸다고 한다. 밤은 조상님들의 은덕을 잊지 말고 살라는 뜻이며, 대추는 후손들이 더욱 번창하라는 뜻이며, 감은 스승님을 모시고 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밤나무는 아무리 크게 자라고 오래되어 고목이 되어도 밤껍질을 뿌리 밑에 고이 간직하는 나무라고 한다. 대추나무는 많은 꽃을 피우고 반드시 열매를 맺는 나무이며, 감나무는 반드시 접을 붙여야 좋은 감나무가 되는 나무로서 스승을 모시고 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현대사회에 맞게 간소화하더라도 이런 의미들을 알고 이런 의미들을 살리는 쪽으로 간소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차례상에 조상을 잘 섬기고 후손을 잘 거느리며 살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고 스승님을 잘 모시고 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더욱 돋보인다. 더욱이 이런 의미를 담아서 혼례 때 폐백을 올릴 때도 반드시 이 세 가지 과일을 신부에게 던져준다고 한다.
원불교 교조이신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사람이 세상에 나서 할 일 가운데 큰일이 둘이 있으니 그 하나는 정법의 스승을 만나서 성불하는 일이요, 그 둘은 대도를 성취한 후에 중생을 건지는 일이라, 이 두 가지 일이 모든 일 가운데 가장 근본이 되고 큰 일이 되나니라." 라고 말씀하시며 스승을 모시고 살 것을 강조하고 "1. 솔성(率性)의 도와 인사의 덕행이 자기 이상이 되고 보면 스승으로 알 것이요, 2. 모든 정사를 하는 것이 자기 이상이 되고 보면 스승으로 알 것이요, 3. 생활에 대한 지식이 자기 이상이 되고 보면 스승으로 알 것이요, 4. 학문과 기술이 자기 이상이 되고 보면 스승으로 알 것이요, 5. 기타 모든 상식이 자기 이상이 되고 보면 스승으로 알 것이니라."라고 말씀하시며 모두를 스승으로 모시고 잘 배우는 삶을 매우 강조하셨다. 추석 명절 차례 공덕으로 조상을 잘 섬기고 후손을 잘 거느리며 나아가 스승님을 모시고 살아서 우리 시민들 모두 건강하고 더욱 발전하며 행복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