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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재동의 아동문학 세상 <24> 발데마르 본젤스의 꿀벌 마야의 모험

규범과 질서의 꿀벌나라를 과감히 떠나버린 꿀벌 마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9-06 19:26:33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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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자가 구글에 제공한 1920년판 본문과 프리츠 프랑케의 삽화. 반투명 용지로 그림을 보호하고 있다.
20세기는 동물문학의 전성기였다. 동물 신화나 동물 우화는 그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본격적인 동물문학은 영국의 여류작가 안나 스웰의 '검정말 뷰티'(1877)로부터 시작한다. 털이 유난히 아름다운 검은 말 뷰티는 마음씨 착한 농부의 집에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지만, 대지주의 집에 맡겨지면서 시련이 시작된다. 뷰티는 이리저리 팔려 다니는 신세가 되고 그러는 동안 아름답던 털은 흉하게 변하고 만다. 마지막으로 팔려간 농부의 집에서 그동안의 고생을 잊고 행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초기의 동물문학은 인간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동물들의 비극적인 삶이 주제였지만, 차츰 있는 그대로의 생태적 동물 이야기로 변모하면서 삶의 주체가 동물이 되고 인간은 관찰자이거나 가해자로 바뀐다. 20세기 영국을 중심으로 동물을 의인화한 판타지 동화가 창작되면서 수많은 동물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한편 북아메리카의 넓은 황무지를 배경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적인 동물 이야기가 등장했다. '시튼의 동물기' '검은 말 이야기' '황야의 용사' '수달 이야기' '상냥한 큰 곰 밴' 등이 대표작이다. 동물문학의 장점은 어른에서부터 어린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독자층을 가진다는 데 있다. 발데마르 본젤스(1881~1952)의 '꿀벌 마야의 모험'은 독일의 동물문학을 대표하는 아동문학의 백미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품이다. 1912년 '꿀벌 마야의 모험'이 출간될 당시 독일에서는 좁은 시민사회의 인습과 관심에서 벗어나 진정한 주인으로서의 '나'를 되찾자는 신낭만주의 사상이 널리 퍼져 있었다. 이러한 신낭만주의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호기심 많은 꿀벌 마야는 평생 꿀만 모으는 일벌의 삶을 거부하고 자유와 모험을 찾아 꿀벌나라를 떠난다. 마야도 알에서 갓 깨어나서는 나이 많은 암벌 카산드라의 보호를 받으며 날갯짓을 배우고 생존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익혀간다.

"어린 꿀벌이 알아야 할 첫 번째 규칙은 누구든 다른 꿀벌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똑같이 행동해야 하며, 늘 전체의 안녕을 으뜸으로 삼아야 한다는 거야." "가장 좋은 꿀을 얻을 수 있는 꽃과 꽃나무들을 수백 개쯤 가르쳐 줄 테니 다 외워라. 꿀벌들은 다 알아야 하는 거니까. '히스꽃 하고 보리수꽃' 이 두 개는 아예 지금 외워 버리렴. 자, 따라 해." 어린 마야가 대답했다. "못 하겠어요. 너무 어려워요. 나중에 보면 외워지겠죠." 나이 많은 카산드라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카산드라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쯧쯧, 넌 아무래도 고생 좀 할 것 같구나. 안 봐도 뻔하다." 카산드라의 염려를 뒤로하고 마야는 모험을 찾아 떠난다. "아, 이 넓디넓은 바깥세상은 어두운 꿀벌 도시보다 천 배는 좋은 것 같아. 절대로 돌아가지 않을 거야. 평생 꿀이나 모으고 밀랍으로 집이나 지으며 살고 싶지는 않아. 아니, 그런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나는 다른 꿀벌과는 달라. 기쁨과 놀라움, 정열과 모험을 위해 태어났다고. 위험 따윈 두렵지 않아. 나한텐 힘과 용기와 침이 있잖아?" (박민수 역 '꿀벌 마야의 모험'·비룡소)

마야는 귀뚜라미, 쇠똥구리, 노린재, 나무좀, 메뚜기, 거미, 칠성무당벌레, 나비 등 여러 곤충을 만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지만, 거미줄에 묶여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말벌에게 납치되어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바깥세상에서 많은 것을 경험한 마야는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말벌들의 공격 계획을 미리 알려 대비하게 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꿀벌들을 구한다. 마야는 바깥세상에서의 경험을 살려 여왕벌의 곁에서 벌 나라를 위해 일하는 훌륭한 꿀벌이 된다. '꿀벌 마야의 모험'은 한때 나치에 의해 금서가 되기도 했지만, 잘 짜인 풀롯과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높은 작품성, 보편적인 가치 등으로 1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전 세계의 어린이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발데마르 본젤스는 1881년 독일 함부르크 근교의 아렌스부르크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방랑 생활을 시작하였으며, 후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와 인도, 이집트, 아프리카와 남북 아메리카 등을 여행했다. 독일로 돌아와 출판사 일을 하면서 성인소설을 썼지만, 1912년 '꿀벌 마야의 모험'이 큰 성공을 거두자 아동문학에 전념했다.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과 함께 동물을 의인화한 여러 편의 작품들을 남기고 1952년 홀츠하이젠에서 숨졌다. 꽉 짜인 시간과 공부에 대한 부담 등으로 숨이 막히는 우리 어린이들에게 자신을 찾아 떠나는 '꿀벌 마야의 모험'만한 청량제가 또 있을까. 아동문학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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