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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자본주의 <16> 더 독한 자본주의가 나타났다― 루돌프 힐퍼딩의 '금융자본론' ①

산업과 은행이 결합했다, 역사상 가장 지독한 독점자본이 탄생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8-14 21:04:4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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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돌프 히틀러. 히틀러의 나치스가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자본의 지배에 대한 대중의 저항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가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조금 과장된 비교이기는 하겠지만, "월가를 점령하라"는 시위도 그 본질에서는 똑같은 것이다. 국제신문 DB
- 산업자본은 은행을 통해 돈을 조달하고
- 은행자본은 산업을 통해
-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했다

- 물론 이 결합에는
- 정부라는 중매쟁이가 필연적으로 개입했다

자본주의는 흔히 달리는 자전거에 비유되고는 한다. 계속 페달을 밟지 않으면 자전거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고 만다는 뜻이다. 이 비유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지만, 자본주의에 있어 변화는 거의 본질적이고 숙명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불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애덤 스미스가 목격한 자본주의와 마르크스가 목격한 자본주의가 전혀 다른 이유도 그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마르크스 이후에도 자본주의는 쉼 없이 새로운 변화를 향해 달려갔다. 19세기 후반에 오면 자본주의는, 물론 자본주의로서의 본질적 성격이나 구조가 달라질 리는 없지만 그 현상형태나 운동방식에서는 과거의 자본주의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 새로운 자본주의를 부르는 이름은 몇 가지가 있지만, 그 이전의 산업자본주의 또는 자유경쟁 자본주의와 대비하여 부르는 이름이 바로 독점자본주의이다.

   
루돌프 힐퍼딩 Rudolf Hilferding (1877~1941)- 마르크스 이후 가장 뛰어난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오스트리아 마르크스주의의 대표자, 독일 사회민주당의 최고 이론가 등으로 불렸으나 말년에는 수정주의로 비판받았다.
물론 새로운 자본주의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도 이미 주식회사와 같은 기업결합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르크스가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완전한 분석을 남겼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러한 형태의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보편화되는 것은 마르크스 이후의 일이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다만 그러한 문제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단서를 남겨 주었지만, 그것들에 대해 본격적인 분석을 남기기에는 아직 현실에서의 변화가 채 성숙하지 못한 채였다. 따라서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를 올바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분석틀과 새로운 이론이 필요하였다. 독점자본주의의 구조와 특징을 처음 본격적으로 분석한 것은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루돌프 힐퍼딩(1877~1941)의 '금융자본론(1910)'이다. '금융자본론'이 '자본론 이후의 자본론'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마르크스의 이론과 분석방법을 따르면서 마르크스 이후의 자본주의를 가장 핵심적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이다.

산업이나 은행에서 독점체의 출현은 19세기 중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특히 선발 국가인 영국을 따라잡고자 했던 독일에서는 산업혁명의 시작과 함께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대규모의 독점기업들이 나타난다. 영국에서는 매뉴팩처로부터 출발한 소기업들이 점점 이윤을 축적하여 대기업으로 성장하였기 때문에 그 과정이 매우 느리고 점진적으로 진행되었다. 반면에 독일에서는 자본주의의 초기부터 정부가 규모의 경쟁력을 가진 독점기업들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였다. 그러나 독점체들이 한 나라의 경제적 권력을 장악하고 그러한 현상이 일반화되는 것은 대체로 1870년대 중반의 대불황을 계기로 해서이다. 대불황은 그때까지 자본주의 국가들이 겪어 본 위기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이었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의 집중과 집적이 광범하고 이루어졌다. 독점자본주의의 시대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영국보다 독일과 미국에서 더욱 현저했는데, 19세기 후반 들어 두 나라가 영국을 급속히 추격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독점체의 성장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금융자본이라는 용어의 의미이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은행을 비롯하여 다양한 형태의 금융기구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금융자본이란 산업자본에 대비되는 의미에서 화폐부문의 자본 일체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러나 힐퍼딩의 시대에는 오늘날의 금융자본에 해당하는 것이 사실상 은행자본 이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금융자본이라는 용어는 힐퍼딩에 의해서 처음 본격적으로 사용되는데, 그가 금융자본이라고 부른 것은 바로 산업자본과 은행자본의 결합체라는 의미였다. 힐퍼딩의 표현을 그대로 빌면 "실제로는 산업자본으로 전화한 자본, 즉 은행에 의하여 자유롭게 되어 산업가가 사용하게 되는 자본"이 바로 금융자본이다. 기업의 규모가 거대화하면 당연히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게 된다. 산업자본은 은행자본을 통하여 자본을 조달하고, 은행자본은 산업자본을 통하여 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한다. 그래서 금융자본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힐퍼딩은 "금융자본은 주식회사의 발달과 함께 발달하며, 산업의 독점화에 따라 최고에 달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결합에는 정부라는 중매쟁이가 반드시 개입하게 마련이다. 퇴임한 고위관료들이 산업이나 은행의 고위직으로 옮겨가는 일은 그때나 지금이나 흔한 일이다.

독점자본주의 이전에도 자본주의는 경제적 권력이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집중된 사회였다. 그러나 독점자본주의 시대의 출현은 이제 자본가들 가운데서도 더욱 극소수의 독점자본가들이 그러한 경제적 권력을 배타적으로 장악하고, 노동자를 비롯한 생산계급들은 물론 다른 자본가들까지도 지배하고 통제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과 산업과 정부의 권력자들은 금융과두제를 형성하여 오직 자신들 안에서만 권력을 공유하고 배분하였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통틀어 그 어떤 사회에서도 권력이 이처럼 소수의 집단에게 독점된 적은 없었다.


# 블라디미르 레닌의 '제국주의론'

- 금융자본은 왜 식민지를 탐했나
- 힐퍼딩에 영향 받은 레닌의 제국주의론

   
대중 앞에서 연설하는 레닌.
힐퍼딩의 '금융자본론'은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발전에 중요하게 기여하였다. 특히 러시아혁명을 지도한 블라디미르 레닌( 1870~1924)의 '제국주의: 자본주의 최고의 단계(1920)'도 '금융자본론'에 도움 받은 저작이다. 제국주의에 대한 분석을 처음 시도한 것은 홉슨(1858~1940)의 '제국주의에 관한 연구(1902)'이지만, 레닌의 '제국주의론'은 홉슨의 자유주의적인 관점을 극복하고 제국주의의 경제적 토대를 분석하였다는 점에서 더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레닌은 제국주의의 다섯 가지 지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첫째, 산업과 은행에서 독점체의 출현. 둘째, 산업독점과 은행독점의 결합과 금융과두제의 출현. 셋째, 자본수출. 넷째, 국제적 독점체에 의한 세계의 경제적 분할, 그리고 다섯째, 제국주의 열강에 의한 세계의 정치적 분할. 첫째와 둘째 지표가 바로 힐퍼딩이 '금융자본론'에서 분석한 내용이라면, 이어지는 세 가지 지표는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자본주의가 왜 제국주의로 나갈 수밖에 없는가를 설명해 준다.

   
금융자본은 자기 나라에서 과잉상태에 이른 자본을 수출할 시장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시장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격렬한 경쟁이 일어난다. 식민지는 경쟁국들을 시장에서 배제하고 배타적으로 경제적 이익을 독점하기 위한 수단이다. 가장 먼저 영국이, 그 다음으로 프랑스가 식민지 정복에 나섰다. 하지만 독일과 같은 후발 국가들은 열악한 조건의 식민지들밖에 차지하지 못하였다. 후발 국가들은 당연히 식민지의 재분할을 요구했지만, 선발 국가들이 스스로 식민지를 내놓을 리는 없다. 결국 더 많은 식민지를 차지하기 위한 제국주의 국가들 간의 갈등은 전쟁으로 폭발하고 만다. 일차대전과 이차대전은 모두 그러한 제국주의 전쟁들이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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