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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한일 신 실크로드 <12> 통신사 일본 길을 따라가다 ①

부산 중고생들, 통신사 내린 항구·묵었던 숙소 터를 직접 밟고 섰다

  • 정세윤 기자 spica@kookje.co.kr
  •  |   입력 : 2013-07-29 19:08:1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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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슈와 규슈사이의 간몬 해협 위에 놓여 있는 간몬 대교.
본지는 지난 22~26일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2013 조선통신사 역사아트 캠프에 동행 취재했다. 이번 캠프에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발된 부산의 중고생 60여 명이 참여했다. 주요 코스는 시모노세키와 히로시마, 도모노우라 등 절경을 자랑하는 세토 나이카이(세토 내해) 지역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목숨을 건 항해 끝에 바다를 건너 일본에 도착한 통신사 일행은 극진한 접대를 받으며 세토 나이카이 곳곳에 들러 많은 유산을 남겼다. 통신사 일행의 발자취를 따라간 부산 꿈나무들은 현지 일본 학생들과 즐겁게 교류하는 시간을 보냈다. 조상들이 통신사를 통해 평화 공존을 이뤘듯이 앞으로 후손들이 통신사의 정신을 되살려 한일간의 갈등을 치유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이번 캠프에서 확인했다.


시모노세키는 조선통신사가 처음 만나는 일본의 번화한 도시였다. 일본에서는 육상과 해상을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였고 국제적으로 조선과 중국의 통신사나 사절단이 거치는 길목이었다. 이곳에는 항상 배들이 붐벼 '작은 오사카'로 불리기도 했다.

부산에서 출발, 쓰시마에 기항하고 아이노시마를 거쳐 세토 나이카이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이 도시(당시 이름은 아카마가세키·적간관)로 들어온 통신사들은 다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것이다. 통신사 삼사의 배 3대는 길이가 대략 35m로 당시의 기준에서 본다면 절대 작지 않은 배였지만, 바다의 변덕을 모두 감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세토 나이카이는 일본의 본토인 혼슈와 규슈, 시코쿠 등 거대한 섬으로 둘러싸여 비교적 파도가 잠잠한 바다이다. 그렇기에 통신사들은 왕복 1만여 리에 이르는 이 여정에서 시모노세키에 닿음으로써 큰 고비 하나를 넘긴 셈이다.

통신사들의 목숨 건 여정에 비해 현대에 사는 일행은 상대적으로 편하게 시모노세키에 도착했다.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규슈의 후쿠오카로 가는 비행시간은 50분 남짓에 불과했다.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규수 북쪽의 기타큐슈를 거쳐 간몬 해협의 간몬대교를 건너자 바로 혼슈 서남단의 도시 시모노세키였다.

■시모노세키와 한국의 인연

   
안토쿠 천황을 기리는 아카마 신궁.
통신사들은 현재의 아카마신궁 앞에 배를 댔는데, 일행 역시 이곳에서 버스에서 내렸다. 아카마신궁이 있는 자리에는 원래 아미다지라는 절이 있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이 절은 통신사 삼사의 숙소 등으로 쓰였다. 통신사의 나머지 관리는 대개 아미다지 옆에 있는 절 인조지에서 묵었다. 이들 두 절 사이에는 청나라와 일본 제국 간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된 슌판로 호텔이 있었고 지금은 일청강화 기념관으로 바뀌었다. 청나라가 동학혁명을 빌미로 조선에 군대를 파견하자 일본도 조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군대를 동원, 청일전쟁이 일어났고 결과는 청의 패배로 끝났다. 그 뒤 수습을 위해 1895년 4월 17일 청나라 이홍장과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 사이에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됐다. 일본에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약이었고, 그 뒤 일본이 조선과 만주까지 지배력을 뻗치게 되는 계기가 된다. 1905년 일본 주도로 경부철도가 부설되자 부산과 시모노세키 사이에는 부관 연락선이 운행됐다. 1926년 성악가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이 이룰 수 없는 사랑을 비관하며 바다에 몸을 던진 것도 이 배 위에서였다.

■8세의 나이로 죽은 천황

아카마신궁 앞에는 통신사 상륙비가 서 있다. 오래된 닻도 있는데 겐페이소하(源平爭覇) 때 죽은 안토쿠 천황과 다이라 씨의 영혼을 위로한다고 적혀 있다. 아카마신궁은 안토쿠 천황을 기리는 신사인데, 이 천황은 불과 8세의 나이에 죽었다. 안토쿠 천황은 1180년 3세의 나이로 천황에 즉위했는데, 이는 외할아버지인 다이라 기요모리 때문이었다.

다이라 기요모리는 법황(황위를 양위한 옛 천황)의 아들에게 자신의 딸을 시집보냈는데 법황과의 사이가 벌어지자 법황을 유폐시키고 자신의 외손자를 황위에 앉혔다. 자신의 핏줄이 섞인 천황을 원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다이라 기요모리는 미나모토 요리토모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만다. 이를 일본사에서는 겐페이소하라고 한다. 최후의 전쟁터는 시모노세키 앞바다인 단노우라였다. 해전에서 패배가 확실해지자 안토쿠 천황의 외할머니는 천황을 안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안토쿠 천황을 향해 "저 파도 밑에도 황궁이 있어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자가 아이를 감싸 안은 동상은 시모노세키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사건을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로 천황은 권력을 모두 잃고 상징적인 존재로만 남게 되었으며 일본은 무사들이 다스리는 막부시대를 맞게 된다.

■천황을 불쌍히 여긴 통신사

   
일본 학생들과 교류하는 부산의 중고생들. 정세윤 기자
아카마신궁에 들어서자 궁사가 통신사 관련 자료들을 꺼내 보였다. 그중 하나가 1711년에 조선통신사 부사로 이곳을 방문한 임수간의 시였다.


외로운 고아와 늙은이가 어려운 때를 만나/나라의 운명은 바다 섬 사이에서 위태로웠네/남은 한은 깊고 깊어 바다보다 더하고/황량한 사당 고요한데 생전 얼굴을 의탁했네


떠나는 배 저물녘에 적간관 곁에 의지하여/천황의 깃발이 대황에 떨어질 때를 상상하네/어부의 죽지사곡은 천 년 역사를 원망하고/무수한 근심과 생각은 아득히 흩어지나니


조수가 오가는 것은 어느 때야 그치리/정위는 푸른 바다 동쪽의 모래를 머금네/이역의 흥망은 물을 곳이 없고/석양 비치는 물안개 속에서 뱃길을 돌리네


이곳에서 어린 나이에 죽은 안토쿠 천황을 불쌍히 여기고 이를 조문하는 시를 지은 것이다. 1636년 통신사의 부사인 김세렴이 시를 지은 이후 같은 운자를 사용하여 시를 짓는 것이 하나의 관례가 되었다고 한다.


# 히로시마 원폭흔적 돌아보며 통신사의 평화적 의미 새겨

   
히로시마의 원폭돔.
조선통신사가 기항한 시모노세키 동쪽으로 히로시마가 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나가사키와 함께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이다.

폭격 대상이 된 이유는 연합군이 이곳에 연합군 포로가 없다고 판단했고 히로시마항에서 군수품의 수송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15분에 이곳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위력은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것이었다. 시가지 상공 600m에서 폭발한 원자폭탄은 그 중심으로부터 2㎞까지를 초토화했다. 당시 히로시마 인구 35만 명 중 8만여 명이 당일 사망했고, 1945년 말까지 16만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한 원폭 돔은 폭발의 중심 부근에 있어 핵폭풍의 영향을 오히려 적게 받았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았다. 이 건물은 당시 물산장려관으로 쓰였는데, 이곳에 있던 30여 명이 모두 죽었으나 건물은 철골이라도 남기게 된 것이다. 흉물스럽다는 이유로 철거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으나 원자폭탄의 피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었기에 1966년 히로시마 시의회가 영구보존을 결정했고, 199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지금은 붕괴 우려가 있어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은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에 평화기념공원을 세워 핵무기로 인한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 공원에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도 세워져 있다. 당시 히로시마에 살다 희생된 동포는 2만여 명에 달한다.

이처럼 정치가들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발생한 전쟁의 피해는 백성이 고스란히 입는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이 일본에 다시 통신사를 파견한 이유는 끌려간 백성을 데려오고 유사시를 대비해 일본의 지형을 파악하는 등의 실리적인 목적도 있었지만, 두 나라 간의 우호를 증진해 다시는 전쟁의 참상이 없도록 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후 양국은 200여 년 동안 전쟁을 겪지 않았으니 통신사들은 그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시모노세키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한국수력원자력(주)고리원자력본부, YK Steel(주)

※후원: 누네빛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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