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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공연 중 수중 쇼 '오(O)'의 한 장면. 오리라 제공 |
거가거가(巨歌巨街·GSGS) 조성의 성공 열쇠는 젊은 예술인들이 쥐고 있다.
부산의 옛 문화 중심지가 부활하려면 미국 뉴욕의 조셉 파프가 했던 것처럼 거가거가를 이끌 젊은 예술인들의 열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부산 연극계의 현재와 미래를 주도할 젊은 극작가 겸 연출가 김지용 씨와 몽키 프로젝트 대표 오리라 씨로부터 거가거가를 어떻게 조성하고, 거가거가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태양의 서커스 수중 쇼 '오(O)'
- 美 라스베이거스 가장 인기 공연
- 해양도시 부산의 성격과 잘 부합
- 사투리 활용 스토리텔링 공연 등 지역색 가미된 창작물 발굴 시급
- 선배 예술인 아낌없는 지원 필요
부산에서는 약 3년 전부터 창작 공연들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이나 뮤지컬 전공자들이 늘어나면서 극작이나 연출, 작곡 등에서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젊은 예술가들이 기존 작품들을 재구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프리 프로덕션을 구성해 창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변화다.
그럼에도 부산에서는 왜 창작 공연이 활성화하지 않을까? 왜 관객은 지방 투어 형식으로 부산에서 공연되는 서울의 공연들만을 선호할까? 이유는 명확하다. 완성도가 떨어져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의 창작 공연들은 왜 재미가 없을까?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창작 환경이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산 출신 전공자들이 부산에서 부산을 대표할 수 있는 창작 공연을 하겠다고 열정을 불태우는 데 정작 '부산'은 그들의 행보에 별다른 감흥이 없고 무관심하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좋은 요리가 나오는 법인데 지금 부산에서 창작하는 예술인들에게는 좋은 재료를 구매할 수 있는 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그래서 옛 공연장들의 역사를 많이 가진 중구에 소극장을 모아서 예술가들의 활동 공간을 구축하겠다는 '거가거가' 조성에 관한 이야기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거가거가'가 조성된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예술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실력 있는 젊은 예술인들의 부산 이탈 현상도 막을 수 있다.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서는 부산의 예술인들도 더 새롭고 깜찍 발랄한 신선한 콘텐츠들을 제시해야 한다.
북항재개발까지 염두에 두고 장기적으로 본다면 연극, 무용, 음악, 소극장 뮤지컬 등 현재 이뤄지는 공연들에 국한하지 말고 부산을 대표할 수 있는, 부산의 특색을 띤, 부산만의 공연 콘텐츠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해양도시의 성격을 띤 공연 콘텐츠는 장기(長期), 상설(常設), 관광(觀光)의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으며 부산이 해양 공연의 유리한 환경적 요소를 가졌다는 부분에서 규모적인 발전 가능성도 크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서울과 대구에서 공연했던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공연 중 수중 쇼 '오(O)'를 참고할 만하다. '오(O)'는 수중에서 펼치는 대표적인 공연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치는 태양의 서커스 레퍼토리 중 가장 인기가 높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라스베이거스가 게임뿐만 아니라 관광도시로 유명세를 떨칠 수 있었던 것은 각 호텔이 자체적으로 주최하는 공연들이 한몫했다. 이제는 '오(O)' 외에 '미스테르(Mystere)', '카(Ka)', '러브(Love)'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들을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관광객이 더 많아지는 추세다. 따라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바다와 해변을 가진 해양도시 부산의 성격을 살리는 데 가장 적합한 것을 찾는다면 정답은 바로 수중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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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라 몽키프로젝트 대표 |
이와 함께 드라마나 영화에서 화제가 된 부산 사투리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공연들은 부산 출신 배우들이 설 무대를 만들어 낼 것이며, 잘할 수 있는 공연들의 제작은 작품의 수준과 완성도도 자연스럽게 높일 것이다. 수준 높은 공연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고 이런 상호 작용들은 나비효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여느 때처럼 최신형 메탈 하드웨어에 386 소프트웨어가 장착되는 아쉬운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해서 말이다.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라는 말이 선배 예술인의 소외, 구 문화의 배척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닌 만큼, 긍정적 나비 효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 '멋진 부산만의 문화 콘텐츠'라는 결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선봉에 선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선배 예술가들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트램웨이'
- 과거 전차 종착역 극장으로 활용, 가난한 젊은 예술가 작품들 소개
- 대청로 일대는 공연 거리 구심점…사계절 축제 장소 가치 무궁무진
- 젊은 예술가 희망의 찬가 울리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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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램웨이 제2전시실. 소규모 전시실로 바닥에 전차 궤도가 보인다. |
우리는 거가거가에 어떤 문화적 콘텐츠를 심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부산 중구 남포동, 광복동, 대청동 일대를 공연의 거리로 만드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은 힘들고 무리인 듯 보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꽤 영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거리가 원래부터 간직하던 역사 안에 수많은 공연장이 있었고, 더불어 부산의 다른 지역에 아직 공연관람의 거점이 뚜렷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부산의 다른 지역에서 공연 거리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은 벌써 있었다. 부산대 일대, 경성대와 부경대 일대가 대표적이다. 부산대 앞에 조성하려던 공연의 거리는 현재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경성대 부근은 몇몇 극장이 있기는 하지만, 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 서로 너무 떨어져 있고, 이미 상점과 주점으로 포화상태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실패 원인은 거점을 형성하는 데 구심점이 되어야 할 장소가 없었다.
거가거가에는 최적의 장소가 존재한다. 현재 사장된 공간인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옛 미국 문화원 건물이다. 이들은 너무 번잡한 상업지역, 유흥가에서 약간 비켜나 있고, 용두산공원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자리 잡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역사가 있고, 좋은 입지조건을 가진 랜드마크가 있으니 이제 창조적인 콘텐츠를 채워주면 이 거리는 일 년 사시사철 축제의 장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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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로비에서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김지용 제공 |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트램웨이(Tramway)를 소개한다. 과거 전차(Tram)의 종착역을 허물지 않고 극장과 설치미술 스튜디오로 재활용하였다. 바닥을 보면 전차의 선로가 뚜렷하게 남아 있다. 현대 연극의 거장 피터 브룩이 폐허가 된 이 장소를 발굴해 최초로 연극공연을 올렸다. 객석 배치가 자유로운 블랙박스 형태의 대공연장(Performance 1), 약 100석 규모의 소공연장(Performance 2), 연습실(The work room), 규모가 큰 제1전시실(Visual Art 1), 자그마한 제2전시실(Visual Art 2), 카페, 로비, 사무실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는 스코틀랜드 국립무용단이 상주하고 있다. 설립 초기에는 우리로 치면 문화재단 격인 크리에이티브 스코틀랜드의 지원을 받았지만, 현재는 88%의 재정 자립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의 모토는 가난한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 전시와 공연을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관료가 전액 지원되며,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실험적이고 파괴적이며 신경향을 보이는 전위적인 작품들을 늘 선보인다. 이곳의 예술감독과 프로그래머의 역할은 새롭고 젊은 작가를 찾아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창조적인 콘텐츠는 결국 열정을 담보로 한다. 열정은 젊음이 뿜어내는 대표적인 에너지다. 도전과 실패 속에서 창조적인 콘텐츠는 발생한다. 진실로 거가거가를 젊은이에게 돌려줘야 한다. 젊은이들이 소비자로서 거리를 헤매게 하지 말고 창조자로서 거리를 지키게 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글래스고의 트램웨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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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용 극작가 겸 연출가 |
부산은 점점 늙어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이탈하고 있다.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드러낼 공간이 없다. 공연의 거리가 생성되고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면 그들은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연의 거리는 예술의 거리가 되고 예술은 이 거리를 끊임없이 새롭게 탄생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 거리에서 다시 문화를 발굴해내려 하고 있고 거가거가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키려고 한다. 그리고 거가거가의 노래가 반드시 젊음의 노래이길 기대한다. 분노의 함성이 아니라 희망의 찬가로, 고통의 비명이 아니라 사랑의 노래로 울려 퍼지길 희망한다.
※취재후원:동아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