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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거가거가(巨歌巨街)가 뜬다 <5> 대학로를 반면교사로

소극장 밀집지역 특성화 성공…'상업성'에 순수·실험연극 설자리 잃어

문화행동, 다시 그리는 부산 문화역사지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03 20:05:55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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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야외 광장에서 음악 연주회가 열리고 있는 모습. 뒤로 보이는 건물 곳곳에 소극장들이 자리 잡고 있다.
◇ 문예공간 발전 계기

- 1981년 문예진흥원 등 터잡자
- 민간 소극장들도 인근에 개관
- 차없는거리·문화거리 등 거쳐
- 하나둘 모인 극장만 150여 개

◇ 소외받은 예술인

- 2004년 문화지구 지정후 쇠퇴
- 조세감면 등 극장육성에 집중
- 연극인·공연지원은 전혀 없어
- 극장은 늘었지만 관객은 급감

◇ 색깔없는 대학로

- 가파르게 오른 땅값과 임대료
- 흥행 위주 대중공연에 치중해
- 영세극단 창의작품 꿈도 못꿔
- 서울시 오락가락 정책도 한몫

■대학로 생성-1981년 모인 소극장

   
배우들이 도로에 나와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대학로 소극장 축제 모습.
서울의 민간 소극장 효시는 1974년 명동 사보이호텔 근처에 문을 연 '카페 떼아뜨르'라고 할 수 있다. 그 뒤 1975년 명동성당 인근 2층 가정집을 개조해 '에저또 창고극장'이 개관했지만, 운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관했고 1976년 백병원 정신과 의사였던 유석진 박사와 연출가 이원경 선생이 '삼일로창고극장'으로 재개관했다.

많은 연극인이 다방이나 예식장을 빌려 공연하다가 1970년대 후반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 삼일로창고극장, 엘칸토 소극장 등의 주도로 '연극의 명동시대'가 시작됐고 이후 신촌을 중심으로 민예극장, 76소극장 등 몇몇 소극장들이 활동을 이어갔다.

대학로가 현재와 같은 문화예술공간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81년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터를 잡은 이후부터다. 본래 충무로 정음사 빌딩과 정동 세실극장에 있었던 연극인 회관이 1981년 현재의 대학로로 이전해 '문예회관'으로 개관했고, 문화예술진흥원(현 예술가의 집)이 현재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극장과 지원기관이 생기면서 민간 극장이 문을 열기 시작해 샘터파랑새 극장에 이어 바탕골소극장, 마로니에 극장 등 유서 깊은 소극장들이 잇달아 개관했다. 신촌에 모여 있던 10여 개의 극장도 높은 임대료를 피해 이전하면서 대학로는 문예회관 주변을 중심으로 소극장 밀집 지역으로 발전했다.

1985년 10월 지하철 혜화역이 생기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1985~89년 토요일과 공휴일 차 없는 거리 조성, 1990년 문화의 거리 지정, 2000년 역사 문화 탐방로 조성, 2004년 5월 문화지구 지정의 과정을 거치며 대학로는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어두운 얼굴-대학로 예술인 소외

   
대학로에서 공연 안내와 티켓 판매가 이뤄지는 공연 안내소.
문화지구는 2002년 인사동을 시작으로 2004년 대학로, 2009년 파주 헤이리, 2010년 인천개항장 등 4개 지역에서 지정, 운영되고 있다. 대학로는 문화지구 지정 후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신축 또는 리모델링을 통한 공연장 증가다. 2004년 5월 57개였던 소극장이 현재 150여 개로 늘었다. 반경 2.5㎞ 안에 150여 개의 소극장이 모인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문화지구 정책이 연극인이나 작품에 대한 지원이 아니라 조세 감면과 융자 지원 등을 통한 소극장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소극장이 증가하면서 소극장 밀집지역으로 특성화를 이루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문화지구 지정으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현장의 예술인들은 소극장이 늘었지만, 관객은 오히려 줄었고 연극 동네에서 연극 하기는 더 어렵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문화지구 정책과 육성 제도의 혜택이 건물주에게 돌아가고 실제 대학로를 형성하고 이끌어가는 예술인들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했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부터 지금까지 새로 개관한 극장들의 추세를 보면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기획력을 갖춰 상업적인 공연을 하는 곳과 건물주가 극장을 운영하는 경우다. 연극적인 열정을 갖고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영세한 극단이나 극장은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대학로에서 순수예술 공연보다 상업적인 기획을 바탕으로 하는 공연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소극장 증가에 따른 양적 풍요로움이 질적 풍요로움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흥행성을 담보로 한 공연 대부분이 대중성에 치중하고, 그것을 지향해야만 살아남는 시스템으로 변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가거가의 성공 조건

예술인 소외뿐만 아니라 턱없이 높은 땅값과 임대료는 대학로가 안고 있는 또 다른 고민이다. 2003년 서울시의 '대학로 문화지구 지정' 발표 후 대학로에 불어 닥친 투기 바람으로 2004년과 2005년 사이 대학로 공시지가는 16.5% 올랐다. 이는 같은 시기 서울시 평균 4.0%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가파르게 상승했는지 알 수 있다. 또 2005년과 2006년 사이에도 11.2% 상승, 서울시 평균 6.3%보다 훨씬 높았다. 이에 따른 공연장 대관료도 문화지구 지정 이전에는 하루 25만∼30만 원 정도였던 것이 최근에는 50만∼70만 원으로 배 가까이 올랐다.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영세한 극단들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고 임대료 인상을 견디지 못한 영세한 극장들은 문을 닫고 있다. 대신 술집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대학로를 조성할 당시 건물은 5층 이하로 짓고 건물 벽돌은 빨간색으로 통일하기로 서울시와 협의했다. 하지만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방침도 오락가락해 애초 협의한 부분은 모두 백지화돼 대학로는 특징을 완전히 잃었다.

부산이 거가거가를 조성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학로가 던져 준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거가거가만의 특성을 철저하게 파악해 운영을 지원해 줄 법적, 제도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와의 관계 설정도 명확히 해야 한다.


# 건물주·상인·시민 합의체 구성…명품 문화거리 조성 힘 모아야

   
부산이 거가거가를 성공적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합의체 구성이 필요하다. 공연예술인들과 관계당국은 물론 해당 지역의 건물주(극장주), 상인연합회, 지역 시민대표 등으로 합의체를 만들어야 한다. 거가거가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시키려면 합의체를 통해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하고 합의체에서 나온 '합의'만이 이미 대학로가 보여준 각종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거가거가에서 특히 합의체가 중요한 것은 주위 환경 때문이다. 거가거가에는 원도심창작공간인 또따또가가 인근에 있고 국제시장, 부평시장 등 규모가 크고 관광 명소로 이름이 높은 시장들도 자리 잡고 있다. 건물주, 상인들, 시민대표 등은 예술인들과 함께 거가거가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주체들이다. 이 중 어느 한 부분이 반대하든지,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면 거가거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서울의 대학로는 좋은 예다.

대학로는 문화지구 지정 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잡음에 대해 법적, 제도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했다. 헌법에 명시된 사유재산(지대, 임대료의 상승)에 관한 부분을 제재할 수 없으며, 길거리 포스터 및 홍보 문제와 관련 있는 옥외물 광고법 역시 현재의 법 제도적 상황에서는 풀기 어렵다. 걷기 어려울 정도로 난립한 노점상, 대학로를 점령한 호객행위, SNS를 통한 관람료의 덤핑행위 등도 대학로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제도와 시스템 부재로 이 같은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취재후원:동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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