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다시 읽는 자본주의 <10> 배신당한 노동자 계급-엥겔스의 '영국 노동자 계급의 상태'

노동자 계급 참혹한 현실을 고발한 부르주아의 아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03 19:03:15
  •  |  본지 2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허리를 펼 수 없을 만큼 좁은 갱도에서 석탄 수레를 끄는 어린이들.
프랑스 대혁명이나 그와 유사한 정치운동들을 시민혁명 즉 부르주아혁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그 운동의 정치적·사상적 지향점이 부르주아라는 신흥시민계급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프랑스 대혁명이 진행될 동안 파리 시내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직접 총을 들고 싸운 사람도 역시 부르주아들이었을까? 물론 그 가운데는 부르주아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직접 행동으로 구체제를 무너뜨리고 공화국을 건설한 사람들은 상 퀼로트(Sans Cullote)라고 불리던 노동자와 수공업자, 영세상인, 그리고 무산계급대중들이었다. 퀼로트는 그 당시 귀족들이 입던 반바지이다. 상 퀼로트는 '반바지를 입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결국 평민 또는 하층민을 가리킨다. 그들이 총을 들고 나선 이유는, 구체제의 붕괴가 부르주아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 자신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Friedrich Engels 프리드리히 엥겔스 ·1820~1895. 사회주의 사상의 창시자인 마르크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평생의 동지. 어떤 의미에서는 마르크스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 사회주의 사상과 실천운동의 지도자였다.
영국에서는 사태의 진행이 대륙에서보다는 온건하고 더 평화적으로 이루어졌다. 영국의 기득권계급과 신흥계급은 서로 총을 들고 싸우기보다 의회에서 말로 싸우는 길을 선택하였다. 앞에서 이야기한 '곡물법' 논쟁 같은 예가 바로 그렇다. 신흥 상공인계급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길은 달랐지만, 아무튼 영국에서도 노동자들은 한결같이 부르주아의 편에서 함께 싸웠다. 애덤 스미스와 리카도가 굳게 믿었듯이, 그 시대에는 노동자들 또한 산업의 발전과 다른 한편 의회민주주의의 발전은 부르주아들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을 장악하자마자 부르주아들은 노동자계급을 배신하였다. 의회에서나 정부에서나 부르주아들은 자신들이 요구한 정치적 권리들을 모두 획득했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가장 기본적인 투표권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정치적 권리만이 아니라 경제적 권리에서도 그러하였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노동자들에게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하였다. 자본가들, 기업가들, 대상인들, 은행가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그들이 권좌에서 끌어내린 옛 귀족들처럼 화려한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여전히 빈곤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직 생계를 위해서 예전보다 더 가혹한 장시간의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 초판 표지.
그러나 나무는 보면서 숲은 보지 못한다는 흔한 비유처럼, 이러한 질곡과 고통 속에 있으면서도 정작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처한 상태를 객관적으로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엄밀한 조사와 성찰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당장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로서는 그러한 성찰의 여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의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프리드리히 엥겔스의 고유한 관점과 스스로 해설한 자료에 의해서(1845)'는 가장 먼저 산업혁명을 시작하고 그 덕분에 세계경제의 선진국으로 나서게 된 19세기 영국사회에서, 노동자계급의 삶이 얼마나 참혹한가를 보여 주는 가장 좋은 보고서이다.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에서 엥겔스는 그 당시 영국의 성인 노동자들은 보통 12~16시간씩, 6세 미만의 어린이들조차도 10시간씩 탄광에서 노동하는 현실을 고발하였다. 10살 넘은 어린이들은 갱도에서 석탄 수레를 끌었다. 탄광에서 성인 대신 어린이들을 일하게 한 이유는 체구가 작아서 갱도를 좁게 파도 되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은 석탄더미에서 돌을 골라내는 일을 하였다. 탄광촌의 임대주택에서는 세 가정이 방 한 칸에서 공동으로 생활한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노동시간을 제외하고 나면 어차피 한 가족이 방에서 생활하는 시간은 8시간이면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환경에서 노동자들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터무니 없는 일이다. 그 결과 영국 노동자계급의 평균수명은 대략 20대 초반, 지역적으로 가장 생활한경과 노동조건이 좋은 곳에서도 겨우 28세를 넘지 못했다.

   
이처럼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는 산업혁명이 성숙기에 든 19세기 영국 노동자계급의 실태를 고발한 책으로, 마르크스의 '자본'처럼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착취하는가를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때로는 이성보다 감성이 더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법이다. 엥겔스는 이 책을 통해 그 당시 유럽에서 가장 선진국이라 불렸던 영국에서조차 노동자계급의 삶이 이토록 비참하다는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운동의 발전에 중요한 불씨를 지피게 된다. 흔히 마르크스는 알아도 엥겔스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엥겔스는 기껏해야 마르크스의 친구나 그의 동료 정도로 알아주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데 실은 우리가 마르크스주의라고 아는 사상과 이론을 체계화하는 데 엥겔스의 공헌은 그 이상이다. 특히 사회주의 사상과 실천의 지도자이면서 다른 한편 부친으로부터 맨체스터의 기업을 물려받은 산업자본가이기도 했던 엥겔스는, 아직 철학적 주제에 빠져 있던 마르크스에게 경제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람이기도 하다. '영국 노동자계급의 상태'가 없었다면 마르크스의 '자본'도 없었다는 뜻이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제시장 35층 주상복합 추진…‘꽃분이네’ 사라지나
  2. 2거제~한산도~통영 해상다리 잇는다
  3. 3자동차 커지는데 주차칸은 그대로…‘문콕’ 피하려 민폐주차까지
  4. 4부산 확진 10명대로 ‘뚝’…24일 1.5단계로 풀릴까
  5. 5원외 지역위원장 조직 장악 한계…부산 민주당 내홍 심화
  6. 6[경제 포커스] ‘해상케이블카 사업’ 탑승한 부산은행, 투자규모는 미지수
  7. 7사상구 목욕탕 없던 동네, 구청이 직접 짓습니다
  8. 8근교산&그너머 <1227> 남해 바래길 10코스 앵강다숲길
  9. 9이재명 매머드급 포럼…이낙연 부산 세몰이에 맞불
  10. 10부산시, 부산항대교 사업구조개선 속도…610억 세금 줄인다
  1. 1원외 지역위원장 조직 장악 한계…부산 민주당 내홍 심화
  2. 2이재명 매머드급 포럼…이낙연 부산 세몰이에 맞불
  3. 3지역 민심과 따로 노는 문재인 정부 “4년간 균형발전” 자화자찬
  4. 4국힘 당권경쟁 고전하는 PK 주자
  5. 5문재인 대통령에 반기든 여당 초선 “장관 1인 이상 철회를”
  6. 6재판 족쇄 벗고 대선? 김경수에 쏠린 눈
  7. 7국민의힘 대표 후보 인터뷰 <4> 김웅
  8. 8김미애, 백신 부작용 국가가 입증하는 법안 발의
  9. 9국힘 당권 ‘영남권 중진-수도권 신진’ 대결로
  10. 10문재인 대통령, 장관 후보 3명 청문보고서 재요청
  1. 1[경제 포커스] ‘해상케이블카 사업’ 탑승한 부산은행, 투자규모는 미지수
  2. 2물류대란 부산신항에 ‘컨 대체 장치장’ 운영
  3. 3부산 택시 1만 대에 ‘콜체크인’ 도입
  4. 4당감4·전포3구역 공공재개발로 3766가구 공급
  5. 5BNK금융 “인터넷은행 설립 의향 있다”
  6. 6해수부 북항 감사 연장, 장관 후보자 거취 연동?
  7. 7부산시, 이스라엘과 스타트업 교류 등 추진
  8. 8부산 취업자 늘었지만 고용의 질 악화
  9. 9산단공, 14일 서울서 ‘영남권 산단 투자설명회’ 개최
  10. 10부산시-게임협 지스타 업무협약
  1. 1국제시장 35층 주상복합 추진…‘꽃분이네’ 사라지나
  2. 2거제~한산도~통영 해상다리 잇는다
  3. 3자동차 커지는데 주차칸은 그대로…‘문콕’ 피하려 민폐주차까지
  4. 4부산 확진 10명대로 ‘뚝’…24일 1.5단계로 풀릴까
  5. 5사상구 목욕탕 없던 동네, 구청이 직접 짓습니다
  6. 6부산시, 부산항대교 사업구조개선 속도…610억 세금 줄인다
  7. 7양산 물금신도시 메디컬 상가 허위분양 광고 사실로
  8. 8점포 다수 개점휴업·창고 전락…천문학적 지원도 백약무효
  9. 9전자발찌 끊고 도주 20대 3시간 만에 붙잡혀
  10. 10김해 남명개발, 장유 본사건물에 145석 규모 공연장 연다
  1. 1메스 든 거인 수장…성적·선수단 조화 두 토끼 잡을까
  2. 2다대포서, 한강서…2049명 ‘나만의 코스’ 걷고 달렸다
  3. 3특정선수만 기용, 유망주 외면…‘꼴찌 롯데’ 전락에 팬도 등 돌려
  4. 4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 경질, 새 사령탑에 서튼
  5. 5“선수 성장 집중…공격야구 펼칠 것”
  6. 6멀티골 황준호, 11라운드 MVP
  7. 7kt 허훈, 어린이 후원금·쌀 기부
  8. 8공격 본능 깨어난 아이파크…‘닥공’으로 부활하나
  9. 9웨스트브룩 ‘182번째 트리플더블’
  10. 10동의대 이승엽, 전국유도대회 +100kg급 '금'
우리은행
조봉권의 문화 동행
‘우리 동네 큐레이터’로 뛰며 기획자 김미희 씨가 느낀 것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부산항 테마가 많았던 이유
리뷰 [전체보기]
살인마도, 그를 쫓는 경찰도 모두 괴물…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스릴러’
‘메모리’ 한국어 제창 때 가장 큰 박수…그리자벨라 독창엔 전율
새 책 [전체보기]
브라이턴 록(그레이엄 그린 지음·서창렬 옮김) 外
돈이 되는 라이브커머스의 정석(현세환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꼰대를 향한 어른의 꾸짖음
작은 행동이 사회를 바꾼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하늘 봉숭아 /양향숙
자가진단 /김만옥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아들의 이름으로’ 개봉
‘비와 당신의 이야기’ 주연 강하늘·천우희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지금의 윤여정을 있게 한, 고마운 이름들
윤여정 오스카 수상만큼 기대되는 수상소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인터랙티브 영화 또는 오래된 미래
유목 ‘당한’ 사람들 시대의 우울을 담다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13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12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13일(음력 4월 2일)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12일(음력 4월 1일)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⑪ MBC ‘억새바람’(1992)
트로트 팬덤의 진화 ⑧ 장윤정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당(唐)대 최고 7언율시 최호의 ‘황학루(黃鶴樓)’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 이야기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