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에 사랑하는 외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 몇 달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할머니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난다.
어릴 적부터 나랑 함께 방을 쓰고 같이 지내왔기에 더 마음이 아프고 그립다. 그리고 살아계실 때 할머니랑 같이 UN공원을 자주 산책했었다. 그때를 생각해보면 할머니랑 손잡고 참전용사들의 묘를 지나가곤 했다. 그때 찍은 사진을 보면 할머니께서 행복하게 웃고 계신다.
그런 나에게 얼마 전 가족끼리 UN공원 근처에서 식사하고 공원을 산책할 기회가 생겼다. 그때 특히 나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는데, 가장자리에 자리한 묘비에 적힌 전사자들의 나이와 이름, 사망연도였다.
자세히 보니 29세의 공군으로 1950년 7월 7일에 사망하신 분, 어떤 분은 연세가 꽤 있으신 것을 보니 분명히 자녀도 몇 명 있었겠고 또 어떤 분은 추운 날 돌아가셨고, 또 어떤 분은 호주 황실연대 소속인데, 이 전사자는 23세로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가셨고…. 그리고 남편을 그리워하다가 함께 합장한 부인도 있었다.
그분들 가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가 될 것 같았다. 나 또한 소중하고 사랑하는 할머니를 보지 못하는 마음처럼 얼마나 그들도 눈물을 흘렸을까? 그들도 그들 나라에 가면 누군가의 든든한 아들이었고 사랑하는 연인이며, 또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텐데….
더는 만나지도 못하고 전화로도 한마디 못하며 긴 침묵 속에서만 60여 년을 이곳에서 잠겨 있는 그들을 생각하니 그분들께 감사함으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또한, TV에서 보면 많은 참전용사가 동료를 잃었고 자신의 몸에 전쟁 때 생긴 상처들이 아직 남아 있지만, 먼 나라에서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6·25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일부에서는 '잊혀진 전쟁'이라고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흘러 전쟁에 참전했던 외국병사들이 이렇게 나이가 들었거나 이미 죽은 이들도 많다.
그들이 목숨을 바쳐 지켜준 대한민국이 오늘날 세계 경제 대국으로 눈부시게 발전한 모습을 직접 보면서 지난날 자신들의 희생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참전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그 희생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참으로 다시 한 번 그들의 희생을 높이 평가해주는 보훈 의식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할 것 같다. 아직도 전쟁터에서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시신이 수습되지 못한 호국 영령의 수가 10만 명이 넘는다고 하니, 정말 놀랍고 마음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고 그 유해들이 남북의 산하 곳곳에 묻혀 잠들어 있다고 한다. 6·25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남아 있고 어느 하늘 아래에는 이들의 가족과 함께 한 전우들을 생각하며 눈물 흘리고 그리워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들을 절대로 잊지 말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손 모아 기도해본다.
가야여중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