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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41>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

인생에 스며든 홍차 한 잔의 의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07 19:48:41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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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의 소년예수
어느 유명한 철학 교수의 강의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교수는 책 대신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교탁 위에 올려놓고, 투명한 통 속에 탁구공을 가득 쏟아 부었다. 그러고는 학생들에게 통이 다 찼냐고 물었다. 학생들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교수는 작은 자갈을 쏟아 붓고 같은 질문을 던졌고, 학생들은 또 그렇다고 했다. 다음으로 교수는 모래를, 그리고 마지막에 홍차 한 잔을 부었다. 홍차가 모래 속으로 스며들자 지켜보던 학생들이 마침내 웃기 시작하였다.

강의실이 잠잠해지자 교수는 입을 열었다. "이 통은 여러분의 인생입니다. 탁구공은 여러분의 가족, 친구, 건강이고, 자갈은 일과 취미이며, 모래는 그 외에 자질구레한 일들이랍니다. 만약 모래를 먼저 통 속에 쏟아 부었다면 탁구공도 자갈도 들어갈 자리가 없었을 거예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자질구레한 일만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일은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지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의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사랑하는 가족과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좋아하는 친구들과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갖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십시오.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취미생활을 한다면 분명 여러분의 삶은 윤택질 것입니다."

교수의 이야기가 끝나자 한 학생이 마지막에 부은 홍차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교수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것은 '삶의 여유'라 하면서 아무리 바쁜 인생 가운데에서도 뜨거운 차 한 잔 마실 여유는 있다는 것을 모두 명심하라고 했다. 짧은 시간에 눈으로 마음으로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교수에게 학생들은 기립하여 큰 박수를 보냈다.(출처, 인터넷 유튜브)

어린 시절의 예수는 과연 어떤 인생을 설계하고 있었을까? 성경에서는 딱 한 군데 이에 관한 언급이 있다.(루카 2,41-51) 열두 살의 예수는 과월절 축제를 지내기 위해 부모님과 함께 예루살렘 상경 길에 올랐다. 축제기간이 끝나고 사람들은 제각기 고향으로 향했지만, 예수는 의도적으로 가야 할 고향길을 접어버렸다. 3일 동안 예수는 '아버지의 집'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3일 뒤에 성전에서 예수를 발견한 부모는 아들 예수가 율법교사, 바리사이, 랍비 등의 당대 학자들 사이에서 듣고, 묻고, 자기 뜻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던 것이다.

이 짤막한 이야기는 열두 살의 어린 예수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수는 서서히 부모와 선생들과 그리고 자신이 속해 있는 유대교를 벗어나 다른 의식으로 커가고 있었다. 이 말은 예수의 자의식 속에 메시아로서의 의식이 자라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흔히 방금 태어난 아기 예수 안에 온전한 신성과 인간성이 내재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아기 예수 안에는 아기로서의 신성과 인간성이 내재할 뿐이며, 이 두 가지 본성은 온전하고 충만한 신성과 인간성을 향한 잠재력이다. 어린 소년 예수는 바로 그 완성을 향하여 매일 노력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이렇게 예수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의 순서를 매기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의 부모는 이 일과 소년 예수의 말을 도무지 깨닫지 못한다. 이것은 인간 이성의 능력이나 통찰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예수의 실존이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머니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머릿속이 아니라 마음속에 간직한다. 이는 하느님의 신비가 머릿속에서 파악되기보다는 마음 안에서 충만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마리아가 예수를 잃고 찾아 헤맨 3일간은 나중에 수난과 죽음과 부활이라는 '파스카 신비의 3일' 안에서 그 참뜻이 밝혀질 것이다.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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