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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12> 통신사 속의 마상재

달리는 말 위에서 현란한 묘기, 사무라이들도 기가 죽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4-15 19:15:3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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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고려미술관 소장 '마상재도(馬上才圖)'. 도쿄 에도성 안에서 마상재 공연(원내)이 있는 날의 모습을 그렸다. 양흥숙 교수 제공
- '조선 마상재가 천하제일' 명성
- 일본 막부서 "꼭 보내달라" 희망
- 최고수 2명 선발, 통신사와 동행
- 지나가는 곳 공연마다 구름인파

- 최고 통치자까지 친히 나와 관람
- 1711년부터는 성내 전용공연장
- 행사 끝나면 후한 상금·선물 하사
- 각지에서 모방 공연 유행하기도

마상재는 말 그대로 하면 말 위에서 하는 재주, 혹은 말 위에서 재주부리는 사람으로 오해하기 쉽다. 통신사 속의 마상재는 마상무예(馬上武藝)의 일종으로 그 무예를 시범 보인 사람들까지 포함한다. 일본기록에는 대부분 곡마(曲馬)라고 적혀 있다.

마상재는 통신사와는 별도로 1635년 처음 일본에 갔다. 당시 일본의 통치자였던 도쿠가와 이에미츠(德川家光)가 '조선 마상재가 천하제일'이라는 소식을 듣고 관람을 희망했다. 당시 일본의 정세가 궁금했던 조선도 사절과 함께 마상재를 보냈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아지자 그다음 해인 1636년 통신사 때에도 따라갔다. 1655년과 1811년을 제외하고는 통신사가 파견될 때마다 마상재가 참여했다.

통신사 사절단을 6등급으로 구분하면 마상재는 네 번째 등급인 차관(次官)에 소속된 사람들로 신분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마상재는 훈련도감과 같은 군 소속의 정식 군인으로, 일본에서 시범을 보이는 만큼 마상무예의 최고 실력자들로 2명이 선발됐다.

   
마상재의 다양한 묘기들. 위쪽부터 달리는 말 위에 서기, 말의 옆구리에 숨어 날아오는 적의 화살 피하기, 두 마리의 말위에서 서기.
마상재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무예공연이었기 때문에 일본에 가기 전에 안동, 영천에서도 공연이 있었다. 통신사들을 위한 공식적인 이별잔치(전별연) 자리가 충주, 안동, 영천, 부산 네 곳에서 열렸기 때문에 안동과 영천의 마상재 공연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이다.

안동에서는 읍성 남문 밖에서 마상재 공연이 있었는데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대단한 구경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마상재 공연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 곳은 영천이다. 영천 전별연은 경상도 관찰사가 직접 주관하는 가장 큰 연회였다. 통신사 정사, 부사, 종사관과 경상도 관찰사는 영천 조양각(朝陽閣)에 앉아 남천 강가에서 열리는 마상재를 관람했다. 영천에서도 구경꾼들이 강가 백사장으로 몰려들었고, 그 모습이 마치 시장과 같았다고 전해진다.

통신사의 인기는 일본에서 더욱 치솟았다. 대마도 이즈하라에서 열린 공연에는 대마도주는 물론 그의 가족, 대마도 관리와 그 가족이 공연을 보기 위해 나왔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관람하고 탄복했다는 기록이 많다. 구경꾼이 너무 많아 길이 막혀, 고위 관리들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 공연이 너무 뛰어날 때면 일본에서는 마상재에 상금을 주기도 하였다. '이전에 보지 못한 것', '대마도 섬 전체 사람들이 관람', '경탄', '탄복' 등 대마도에서의 마상재 인기를 실감케 하는 탄성이 쏟아졌다.

마상재 공연은 통신사의 최종 목적지인 도쿄(당시는 에도)에서도 성황을 이루기는 마찬가지였다. 공연은 세 군데에서 이루어졌는데, 도쿄에 있던 대마도주의 저택, 막부장군의 전용 관람장, 그리고 도쿄의 마장(馬場)이었다. 도쿄 공연은 일본 최고통치자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라 더욱 성대하게 이루어졌다.

마장은 처음엔 에도 강가(八代洲河 연안)에 설치돼 있다가 에도성 안으로 새로 옮겨 설치됐다. 마상재 공연 역시 강가 마장에서 이루어지다가 에도성 안쪽 새 마장으로 옮겨졌다. 1711년 통신사부터 그 이후 통신사까지 마상재 공연은 모두 새 마장에서 하였다. 이곳에서 마상재가 공연하는 것이 관례화되자 새 마장에는 '조선마장'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공연의 내용은 말 위에 서기, 두 마리 말을 동시에 타기, 말 위에서 옆으로 눕기, 말 옆으로 몸 숨기기, 말 위에서 물구나무 서기 등 7~8가지 장면이 있다.

갖가지 장면을 연출하는 마상재를 관람한 일본 최고통치자들은 공연자들에게 후한 상을 내리는 일이 빈번했다. 1635년에는 마상재 관람을 본 막부장군이 마상재를 공연한 이들에 백은 300장을 내렸고, 이들과 함께 있었던 역관, 기타 구성원들 모두에게 상을 내렸다. 그 이후에도 은(銀), 과자, 차, 술, 소금 등 다양한 물품이 마상재에 주어졌다.

일본에서의 마상재 인기는 마상재 전용 공연장을 만든다든지, 그림, 기록, 각종 공예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1643년에는 마상재 관람을 고대하는 막부장군에게 일이 많아 공연 날짜가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장마가 계속돼 관람이 지연됐다. 통신사 일행은 도쿄에서의 업무를 마치고 서둘러 귀국길에 올라야 했기 때문에 마상재 공연으로 통신사 전체 일정을 연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상재와 몇몇 통역관만이 에도에 남고 통신사 일행은 먼저 출발한 일도 있었다.

마상재의 인기 여파로 일본에는 마상재를 흉내 내는 곡마사(曲馬師)가 나타났다. 곡마 역시 흥행하면서 마상재 공연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일본 각지에서도 곡마가 공연되었다. 또 각종 그림, 서적, 장신구에도 마상재가 등장하였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마상재가 탔던 말을 구매하려는 문의가 끊이지 않았고, 조선으로는 마상재용 말을 사고 싶다는 의사도 보냈다.

마상재는 일본에서 많은 인기를 받으면서 일본의 문화유산 속에 등장하고 있다. 마상재를 모방한 공연까지 흥행하면서 일본 공연의 한 부분을 형성하기까지 한다. 마상재는 조선과 일본 두 나라 지식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필담창화, 시문과 그림의 교류, 연희 등과 함께 통신사 문화교류의 한 양상이었다.


# 마상재의 높은 콧대

- "입을 옷·말 먹이 맘에 안든다", 담당자 마음대로 잡아와 곤장
- 지나는 고을마다서 행패 잦아

1719년 통신사 군관 김흡이 쓴 '부상록(扶桑錄)'을 보면 다른 문헌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마상재의 부산생활이 소개돼 있다. 그런데 주로 부산에서 말썽을 일으킨 마상재와 그 처벌 내용이다.

마상재는 국내외에서 인기를 한몸에 받다 보니 출발하기 전부터 종종 사고를 일으켰다. 1719년 통신사의 마상재였던 강상주(姜相周)와 심중운(沈重雲)은 아랫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려 김흡의 사행록에 남게 된 사람들이다. 강상주는 바느질하는 침모에게 바느질을 잘 못한다고 침모가 지은 옷을 번번이 물리쳤다. 즉 잘할 때까지, 자기 마음에 들 때까지 침모들을 괴롭혔다. 또 다른 지역에서 파견 온 아전들이 자신들의 마음에 안 들 때면 마음대로 잡아들이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심중운은 말에게 먹이는 말죽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하여 청도에서 파견 온 말먹이 담당자를 마음대로 잡아와 곤장을 때렸다. 이 일들이 발각돼 통신사 정사 이하가 모여 처벌을 강구했다. 강상주에게는 7대, 심중운에게는 가중처벌까지 내려 총 10대의 곤장을 때렸다. 이뿐 아니라 통신사가 지나는 지역마다 마상재가 행패를 부려 각 고을이 입는 피해가 작지 않다는 후문이 빈번했다.

   
마상재는 화려한 무예를 선보이기 때문에 무예시범에 맞는 옷을 잘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 건강, 말 먹이, 말 장신구 등을 챙겨야 하는 등 말 관리에 필요한 일도 많았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별도의 수행원이 따랐는데, 이를 핑계로 마상재의 수행원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 불필요한 사람들이 통신사에 따라가는 피해도 생겼다. 경기도의 조그만 군현에서도 마상재 1명을 돕는다는 핑계로 7~8명이 따라붙을 정도였으니 큰 고을에서는 오죽했을까. 한편으로는 일반 백성이 평생 일본 구경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통신사의 수행원이 될 기회가 생겼을 때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벌였을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양흥숙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YK Steel(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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