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이 러브 스테이지 <8> 런던 오프 웨스트엔드

좁고 냄새 나지만 관객과 소통 통로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28 20:12:31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런던 프린지 극장인 Southwark Playhouse에서의 공연 모습. Southwark Playhouse 제공
내가 학교 다닐 때보다는 세상이 좋아졌다. 지금 영국에서는 연극 하다가 굶어 죽지는 않는다. 인간답게 못 산다는 정도다. 유럽 경제가 위축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거의 모든 부처 예산이 축소되기 시작했다. 각 분야의 지원금이 줄어들거나 전면 취소되면서 창조산업의 핵심인 문화 예술 부문 또한 고통 분담의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말에 공연 예술가들은 정부의 논리가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며 찌개 냄비처럼 바글바글 소리를 냈다.

이상하게도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 노동자들과는 달리 예술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아주 적은 임금이나 가끔은 무임금으로도 작업을 이어가는데 런던과 우리의 현실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된다. 원래 런던에는 오프 웨스트엔드라는 용어가 없다. 프린지라는 용어를 폭넓게 사용한다. 런던보다 배우조합이 강력한 브로드웨이에서 오프 브로드웨이가 존재하는 이유는 단 하나, 브로드웨이에서 제작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현실이었고 이를 주간지 타임아웃 런던 편에 처음 사용하면서 두 용어가 함께 쓰이기 시작했다. 런던의 프린지 극장은 영국 예술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창작, 극장 운영비 등을 지원받는 공연예술 단체다. 런던에만 108개의 극장이 활동하고 실제 국립극장과 전후에 지어진 유럽 최대 규모의 바비칸 센터도 프린지에 등록되어 있으나 이들의 인지도나 규모에 비추어 웨스트엔드로 편입해 보는 시각이 존재하기도 한다.

푸줏간 구석과 쇼핑몰 이층 또는 기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철로를 이어붙인 다리 밑의 작은 공간은 언제나 그러하듯 찌든 라면국물 냄새와 좁고 다소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일반 관객의 발길을 끄는 데 충분한 요소가 있다. 바로 영국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펍(선술집)이 극장 일부로 함께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논의된 바 없으나, 객석에서 원하는 술잔을 들고 약간의 알코올로 아드레날린이 '업(up)' 된 상태에서의 공연 관람은 관객과의 소통에 긍정적 영향(특히 희극 관람의 경우)이 있다고 생각한다. 영상과 달리 소통이 중요한 라이브 공연에서 막이 오르면 극장이 물속처럼 조용해서 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한국 관객에게 매우 낯선 장면이 될 수 있겠으나 막간 휴식 시간에 실제 장치로 설치된 무대 위 바에서 관객에게 바로 술을 팔아버리는 공연도 있다. 한국에서도 공연 일정이 있으니 곧 무대 위 상상의 세계와 현실이 교차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경험할 수 있겠다. 다만 빨리 넘겨서 다음 차례의 소화기관에서도 그 미칠듯한 맛을 보게 해주겠다는 듯 원샷 때려버리는 우리 한국인에게 극장의 하우스 팀들이 객석에서의 양주 반입을 허락할지 모르겠지만….

이들 프린지 극장은 런던의 공연사회에서 아주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는데 먼저 흥행 위험요소를 떠안고 라이브 공연의 경계를 허무는 역할과 젊은 관객의 지성을 건드려 상상력과 흥미를 유발하고 무엇보다 가장 큰 것은 새로운 재능 있는 예술가들과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장으로써 영국 전체 공연 문화를 살찌우는 역할이 그것이다. 웨스트엔드가 국내외 관광객, 언론, 문화관광부의 주목을 받는 동안 소리 없이 진행되는 프린지 작품활동은 영국 공연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에 힘을 더한다고 볼 수 있겠다.

여전히 예술위원회의 지원금을 받는 단체나 극장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이 현재 웨스트엔드에만 11개가 함께 존재하고, 해마다 올리비에 시상식에 이들 작품에 참여했던 배우들이나 제작진들의 이름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분명 뉴욕의 오프 브로드웨이와는 환경이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경기에는 재능 있는 배우들이 대거 프린지로 이동해 더욱 풍성해지는 오프 웨스트엔드. 예전만큼의 경제적 혜택을 누리지 못해 그들에겐 어려운 시기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선 축하할 만한 행보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김준영 ILOVESTAGE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워터펌프 쏴도 안 나가는 부캉이
  3. 3위용 드러낸 기장촬영소…부산 대작영화 길 열렸다
  4. 4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5. 5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6. 6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10. 10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1. 1“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2. 2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3. 3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4. 4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5. 5‘핵잠수함 특별법’ 국무회의 통과(종합)
  6. 6與 “미래기금으로 지방정부 지원 축소될 일 없어”
  7. 7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8. 8“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9. 9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10. 10“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1. 1충북 11.9% vs 부산 2.3%…반도체가 가른 경제성장률(종합)
  2. 2서울대 경영동아리 출신 카르텔, 미공개 정보로 200억 부당이득
  3. 3亞·유럽게임 대거 참가…지스타 판 커진다
  4. 4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법원 인가…정상화 첫발(종합)
  5. 5도토리 숲 언덕서 ‘휴식 한 모금’…바리스타과 겸임교수 깊은 손맛
  6. 6“기장에 양성자 치료센터 짓자…우주산업 활용도 가능”
  7. 7해양·AI 중심 ‘플라이아시아’ 내달 개최
  8. 8파생상품·해양금융 미래, 부산서 답 찾는다
  9. 9주가지수- 2026년 9월 29일
  10. 10[한 손 뉴스] 수과원, 스마트폰서 AI가 고등어 어장상황 예측 서비스
  1. 14시간 쫓고 쫓긴 ‘부캉이 퇴거’ 작전…주말 그물로 재시도(종합)
  2. 2첫 공소청 인사…부산광역청장에 이종혁 고검장
  3. 3영도구 문화도시 사업, 간부간 소송다툼도 확인
  4. 4부산서 키운 대서양연어 첫 출하…“수입산 대체”
  5. 5檢, 횡령 혐의 사상구 새마을금고 이사장 9개월 만에 ‘늑장 기소’
  6. 6혈세 쓴 도시재생 거점시설 2년간 텅텅
  7. 7[신통이의 신문 읽기] 친근해진 ‘부캉이’…캐릭터로 그려볼까요
  8. 8부산·울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6명뿐
  9. 9통영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순항…도남권역 민자유치 속도전
  10. 10교실로 들어온 ‘북극항로’…지구본 만들며 배워가요
  1. 1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2. 2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3. 3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4. 4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5. 5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6. 6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7. 7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8. 8‘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9. 9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10. 10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부산의 기사식당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