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38> 바리사이와 세리의 기도

높이면 낮아지고, 낮추면 높아진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08 19:02:48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안드레아 만테냐의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번민(1459년)'
흔히 기도라 하면 무엇인가 얻을 양으로 자신이 믿는 신에게 비는 행위를 말한다. 신에게 무엇을 달라고 빌기만 한다면 이는 기도의 일각에 불과하다. 기도의 목적에는 청원도 있으나, 신에게 찬미와 감사를 드리며 자신을 죄인으로 인정하여 용서와 자비를 구하고 올바른 삶을 향한 다짐도 포함된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이 "기도는 영혼의 호흡이다"라고 할 정도로 기도는 모든 신앙인의 필수조건이다. 기도는 신앙인이 믿는 절대자와 맺은 사랑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자신의 신앙생활을 표현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이다. 기도에는 정해놓은 기도문이나 마음으로 생각한 내용을 소리 내어 바치는 염경기도가, 경전이나 다른 자료를 활용해 침묵 가운데 마음으로 바치는 묵상기도, 오랜 수련을 통해 진리를 직관하는 경지에 이르러 신의 말씀을 듣고 그분과 대화를 나누는 관상기도가 있다.

늦은 밤과 이른 새벽, 한적한 곳에서 자주 기도하셨던 예수께서도 제자들에게 기도에 관한 지침을 주셨다. 위선자들처럼 남에게 보이기 위해 기도하지 말며, 말을 많이 하거나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고, 하늘의 아버지께서는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심으로 오직 하느님의 나라와 의(義)를 구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유명한 '주님의 기도'를 남겨주셨다.

하느님이신 예수는 과연 무엇이 필요해서 아버지께 기도를 드렸을까? 필자는 예수의 기도에서 늘 두 가지를 생각한다. 하나는 자신의 정체성(identity)에 대한 신뢰이며, 다른 하나는 자신의 사명(mission)에 대한 확신이다. 예수는 아버지께 바치는 기도를 통하여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세상에 왔는지를 신뢰하고 확신하였던 것이다. 이런 반복적인 수련 없이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인류구원을 성취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번은 예수께서 이런 비유를 들려주셨다. 바리사이와 세리가 성전에 기도하러 갔는데, 바리사이는 꼿꼿이 서서 혼잣말로 "오, 하느님! 제가 다른 사람들, 강도질을 하는 자나 불의를 저지르는 자나 간음을 하는 자와 같지 않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않으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일주일에 두 번 단식하고 모든 소득의 십일조를 바칩니다"라며 기도하였고,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이 죄인을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고 한다.(루카 18,10-13)

예수는 죄인임을 자처하는 세리와 스스로 옳다고 믿고 남을 업신여기는 바리사이의 기도하는 태도를 비교함으로써 당대 바리사이들의 위선을 노골적으로 질책하고 있다. 세상에는 의인을 자처하는 죄인이 있는가 하면, 죄인을 자처하는 의인도 있고, 진실로 의인인 자들도, 정말 죄인인 자들도 있다. 하지만 누가 진정 죄인이고 누가 의인인지 그 판단은 오직 하느님의 몫이다. 우리가 알 바는 누구든지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도란 하늘을 향해 머리를 쳐들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자기소개나 과시도 아니며, 자랑도 아니다. 타인을 깎아내리는 고발은 더더욱 아니다. 기도는 스스로 죄인임을 깨닫는 자기인식이고, 처절한 통한이며, 그래서 용서와 자비를 구하는 의식이다. 어떤 기도가 되든지 기도는 일방적인 독백이 아니라 쌍방 간의 대화다. 10개의 핀을 쓰러뜨리기 위해 볼링공을 던지는 식이 아니라, 탁구를 하듯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바로 기도이다.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는 우리에게 예수님은 다시금 기도의 모범을 보여 주신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 39)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강서·기장 인구 늘어 ‘행복한 고민’
  2. 2오거돈 임명 6대 공기업 수장 중 첫 사의…남은 5인 거취 촉각
  3. 3내달 예정됐던 사송신도시 준공, 2023년 12월로 연기
  4. 4신항 물동량 장기계약…새 부두 일감 비상
  5. 5“헉! 문자 잘못 보냈다”…이제 발송 취소돼요
  6. 6부산 확진자 한달 새 절반 ‘뚝’…평일 점심 5인 이상 허용되나
  7. 7AZ 기피 늘어도…‘노쇼백신’ 일부 병원 대기자만 100명
  8. 8부산도 택배갑질 터질라…신축아파트 주차장 높이 갈등
  9. 9박형준 시장, 산학협력·대기업 유치 등 경제 활성화 올인
  10. 10경남자치경찰위 출범…위원장에 김현태 전 창원대 총장
  1. 1홍준표 복당 선언에…국힘 PK 초선들 찬반 팽팽
  2. 2취임 4주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33.9%
  3. 3국힘 당권 레이스, 불 붙은 혁신경쟁
  4. 4문재인 대통령 "흠결 무안주기식 청문회" 장관후보 3인 임명강행 의지
  5. 5부산 여야정 상생협의체 구축 합의…초당적 협치 가속화
  6. 6문재인 대통령 “이재용 사면, 국민공감대 고려해 판단”…지역은 또 패싱
  7. 7부산부동산특위서 빠진 공무원 “박형준 의도적 교체” 공개 반발
  8. 8이한동 전 총리 별세…여야 조문 행렬
  9. 9영남 잠룡들 기지개…대선 판 움직일까
  10. 10문재인 대통령 10일 특별연설…코로나 경제 청사진 언급 전망
  1. 1오거돈 임명 6대 공기업 수장 중 첫 사의…남은 5인 거취 촉각
  2. 2신항 물동량 장기계약…새 부두 일감 비상
  3. 3“헉! 문자 잘못 보냈다”…이제 발송 취소돼요
  4. 4오리엔트조선 인수 우선협상자에 우성마린엔지니어링
  5. 5LH 임직원들, 경남혁신도시서 690억 시세차익 챙겼다
  6. 6[경제 포커스] 남부발전 20년만의 캐릭터, 부산대 학생이 선물
  7. 7공정위 ‘해운사 가격담합’ 제재 착수
  8. 8말 바꾼 해수부, 북항 감사 이번주에도 계속 진행
  9. 9BPA, 항만공기업 첫 ESG 경영 추진
  10. 10부산시 소상공인 제품 디자인 ‘업’…O2O 장벽 허문다
  1. 1강서·기장 인구 늘어 ‘행복한 고민’
  2. 2내달 예정됐던 사송신도시 준공, 2023년 12월로 연기
  3. 3부산 확진자 한달 새 절반 ‘뚝’…평일 점심 5인 이상 허용되나
  4. 4AZ 기피 늘어도…‘노쇼백신’ 일부 병원 대기자만 100명
  5. 5부산도 택배갑질 터질라…신축아파트 주차장 높이 갈등
  6. 6박형준 시장, 산학협력·대기업 유치 등 경제 활성화 올인
  7. 7경남자치경찰위 출범…위원장에 김현태 전 창원대 총장
  8. 8공유 킥보드는 안전모 단속, 공유 전기자전거는 괜찮다?
  9. 9김해시, 30년 넘은 ‘노포 맛집’ 지원 팔 걷었다
  10. 10[뉴스 분석] 해상풍력 전제 조건 된 ‘주민 수용성’(혐오시설에 대한 정서)…명확한 잣대가 없다
  1. 1“최강은 나야 나”…‘고교 월드컵’ 16일 개막
  2. 2절치부심한 거인, SSG ‘쓱’ 누른다
  3. 3류현진 13일 ‘투타 활약’ 기대하시라
  4. 4‘약속의 땅’서 부활한 매킬로이…18개월 만에 정상
  5. 5선두와 막상막하…봄잠 깬 거인 달라졌네
  6. 6손흥민 EPL 17호 골 맛…전설 ‘차붐’과 어깨
  7. 7코로나가 앗아간 레슬링 올림픽 출전권
  8. 8아이파크 월요일 야간경기 기대되네
  9. 9부산 아이파크, 안방서 대전 하나시티즌에 4-1 완승
  10. 10조상현, 남자농구 국대 새 사령탑
우리은행
이동순의 부산 가요 이야기
부산항 테마가 많았던 이유
서부국과 함께하는 명작 고전 산책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리뷰 [전체보기]
살인마도, 그를 쫓는 경찰도 모두 괴물…오랜만에 만난 ‘웰메이드 스릴러’
‘메모리’ 한국어 제창 때 가장 큰 박수…그리자벨라 독창엔 전율
새 책 [전체보기]
브라이턴 록(그레이엄 그린 지음·서창렬 옮김) 外
돈이 되는 라이브커머스의 정석(현세환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꼰대를 향한 어른의 꾸짖음
작은 행동이 사회를 바꾼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겨울’-전영근 作
‘Migrants’ - 손봉채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하늘 봉숭아 /양향숙
자가진단 /김만옥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스위트홈’의 이응복 감독
종영 ‘산후조리원’의 엄지원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 주연 강하늘·천우희
‘자산어보’ 이준익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지금의 윤여정을 있게 한, 고마운 이름들
윤여정 오스카 수상만큼 기대되는 수상소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인터랙티브 영화 또는 오래된 미래
유목 ‘당한’ 사람들 시대의 우울을 담다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11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1년 5월 10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11일(음력 3월 30일)
오늘의 운세- 2021년 5월 10일(음력 3월 29일)
장은진의 판타스틱 TV [전체보기]
트로트 팬덤의 진화 ⑧ 장윤정
우리 인생의 드라마 ⑩ KBS ‘사랑의 굴레’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주인을 구하고 죽은 개 이야기
그림이 표현 못 할 풍경을 묘사한 강극성의 시
  • 해양컨퍼런스
  • 생명의강 낙동강 수필공모전
  • 유콘서트
  • 18기 국제아카데미 모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