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37> 주님봉헌축일

성장엔 자신을 태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2-01 19:11:33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늘은 성탄대축일로부터 정확히 40일째 되는 날로서 '주님봉헌축일'이다. 예수가 비록 정상적인 부부 관계에서 태어난 아기가 아니라 할지라도 이스라엘의 모든 부모는 첫아들을 하느님께 봉헌해야 하는 봉헌예식과 산모의 부정을 벗는 정결예식을 치러야 했다.(탈출기 13장, 민수기 18장) 산모는 아들을 낳은 경우, 1주간 부정기간과 33일의 정결기간을 보내고 40일째 되는 날, 딸을 낳은 경우에는 2주간 부정기간과 66일의 정결기간을 보내고 80일째 되는 날 예루살렘 성전에서 제물을 바침으로써 부정을 벗고 정결을 찾아야 했다.

루카복음은 산모인 마리아의 정결과 첫아들인 예수의 봉헌예식을 한데 묶어 같은 날에 치러진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다.(2,22-24) 이는 모세의 율법을 준수하는 동시에 아기 예수를 예루살렘 성전에 등장시킴으로써 그를 '자기 궁궐(성전)에 나타나는 상전'(말라 3,1)으로 부각하는 이중효과를 노리는 의도로 추정된다. 이로써 루카는 메시아의 도래를 기다리던 이스라엘에 종지부를 찍는다. 복음은 마리아의 정결과 예수의 봉헌이라는 율법준수의 틀을 통하여 예수를 이스라엘이 기다리던 메시아로, 하느님이 현존하는 예루살렘 성전의 주인으로 선포한다.

예수를 메시아로 선포하는 복음의 의도는 실제로 자신을 봉헌하여 밤낮으로 성전에서 기도하며 이스라엘의 구원을 기다리던 두 예언자(시메온과 한나)를 통해 공적으로 인정된다. 예언자 시메온은 첫눈에 아기 예수를 메시아요, 이스라엘과 이방인 모두의 구세주로 알아본다. 물론 시메온의 예지는 성령에 따른 것이다. 그는 아기 예수를 두 팔에 안아 들고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고, 마리아에게는 예언의 말씀을 들려준다. 예언의 전체 내용은 예수의 정체성에 관한 하느님의 자기계시다. 따라서 시메온이 자신의 예지를 통하여 예수를 메시아로 통찰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예수를 통하여 메시아로 드러난 것을 자신의 눈으로 본 것이다. 볼 것을 본 시메온은 이제 평안히 눈을 감게 되었고 메시아이신 예수는 이방인의 빛이요 이스라엘의 영광으로 우뚝 선다.

예언녀 한나는 일찍이 남편을 잃고 황혼이 되도록 과부로 지내며 밤낮없이 단식과 기도로 하느님을 섬겨온 사람이다. 과부로서의 한나의 삶은 구차하고 가난하기가 이를 데 없었을 것이고 그래서 경건했을 것이다. 가난한 자가 하느님을 먼저 공경하고 두려워한다. 한나는 오늘을 보기 위해 가난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메시아의 구원을 기다리던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자로 묘사된다. 이러한 그녀가 시메온의 팔에 안겨있는 아기 예수를 메시아로 알아보았고, 시메온의 예언을 밖으로 배달한다. 루카는 한나가 어떤 말로 사람들에게 메시아의 도래를 알렸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그것은 시메온의 예언이 어떤 말을 덧붙일 필요 없이 그 자체로 완벽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메온의 말대로 예수의 도래는 세상에 구원과 평화를, 빛과 영광을 가져온다. 하지만 반대와 갈등, 어둠과 고통으로 가득 찬 불완전한 세상이 이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운명을 예수에게 걸어야 한다. 먼저 예수가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여 자신을 세상에 던졌고, 다음으로 마리아가 자신을 바쳐 예수와 함께 고통의 길을 걷는다. 마리아는 이렇게 자기에게 약속된 놀라운 하느님의 계획을 하나씩 배우고 깨달아간다. 마리아가 고통을 배우는 숙제를 하는 동안, 예수도 메시아로서의 자의식을 키워가야 하는 숙제를 받았고, 세상은 이 예수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할 숙제를 받았다.

예수가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육적인 건강과 영적인 지혜를 갖춘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은 예수 스스로 메시아임에 대한 인식과 의식의 성장을 의미하듯이 세상 또한 메시아와 함께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그때까지는 예수도 세상도 시간이 필요하다. 봉헌을 상징하는 촛불이 자신을 태우지 않고서는 어둠을 밝힐 수 없듯이, 이 시간은 모두에게 성장을 위해 자신을 태우는 시간이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5. 5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