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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문학기행 <24> 함민복 시인과 함께하는 강화도 기행

'자발적 가난'을 택한 삶, 가슴 시린 시어로 승화하다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3-01-29 19:09:4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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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시인과 문학기행 참가자들이 지난 27일 꽁꽁 언 강화도 동막 해변의 갯벌을 걸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 우연히 놀러왔던 강화도 정착
- 몇 푼 안되는 고료로 끼니 잇고
- 오직 詩作에만 전념하며 생활

- 설렁탕 한 그릇에 담긴 모성애
- 동고동락하는 부부의 모습 등
- 따뜻한 시선의 '짠한 詩' 내놔

- 도시의 수직성·문명의 딱딱함
- 뻘의 말랑한 힘으로 개선 주장
- 8년 침묵깨고 새 시집 곧 출간

그는 사람을 미안하게 한다. 강화도 갯벌을 닮은 함민복 시인이 그랬다. 지난 26, 27일 1박 2일 일정으로 강화도를 찾은 문학기행 참가자에게 "멀리서 오셨는 데 날씨가 영하 17도로 추워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날씨는 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는 미안한가 보다.

■미안한 마음

   
함민복 시인
염치없는 시대 시인은 진정 미안함으로 우리를 고개 숙이게 한다. 시인은 '눈물은 왜 짠가'라는 짠한 시를 썼다. 빚더미에 쫓겨 갈 곳 없어진 어머니를 고향 이모 댁에 모셔다 드리는 길에 들른 설렁탕 집에서의 짧은 일화다. 어머니는 국물에 소금을 너무 많이 풀어 짜다며 주인에게 국물을 더 달라고 한다. 주인이 갖다준 국물을 어머니는 얼른 아들의 국에 부어준다.

'(…)나는 그만 국물을 따르시라고 내 투가리(뚝배기)로 어머니 투가리를 툭, 부딪쳤습니다. 순간 투가리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왜 그렇게 서럽게 들리던지 나는 울컥 치받치는 감정을 억제하려고 설렁탕에 만 밥과 깍두기를 마구 씹어댔습니다.

그러자 주인 아저씨는 우리 모자가 미안한 마음 안 느끼게 조심, 다가와 성냥갑 만한 깍두기 한 접시를 놓고 돌아서는 거였습니다. 일순, 나는 참고 있던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그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눈물은 왜 짠가'('눈물은 왜 짠가' 부분)

가난과 절망, 그리고 그러한 아들에게도 어머니의 사랑은 한 그릇 설렁탕에 담겨 전해진다. "눈물은 어머니의 짠한 마음이 녹아서 짠 거죠."

■신랑 신부 합친 나이가 100살

시인은 1996년 우연히 놀러 갔던 강화도 마니산 인근 폐가를 빌려 정착했다. 가난과 외로움과 '동거'하며 고단한 삶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시로 승화했다. 생활비가 떨어지면 방 한가운데 빨랫줄에 걸린 시 한 편을 떼어내 출판사로 보내 받은 몇만 원으로 버티며 오롯이 시에 매진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던 시인에게 동갑내기 반려자가 나타났다. 시인이 김포 시창작교실 강의를 하다가 제자로 만난 박영숙 씨. 지난 2011년 3월 결혼식을 올렸다. 신랑 신부 합친 나아가 100살이라고 하여 문단의 화제를 모았다. 소설가 김훈이 주례를 맡았고, 가수 안치환이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가사를 바꿔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민복이는 알게 되지~"라는 축가를 불렀다.

'2세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늦게 결혼해 둘이 합치면 100살의 나이여서 2세 계획은 없다"는 시인의 대답이 돌아왔다. 대신 결혼 생활의 행복을 전했다. "불편한 점도 없지는 않지만, 자다가 가위에 눌렸어도 제가 조금만 소리를 내면 깨워줄 아내가 있다고 생각하니 든든합니다. 부부는 두 개(남편과 아내)의 심장으로 살아가는 느낌이죠. 혼자 살 때는 가위에 눌리면 성경책이나 불경을 찾았어요."

시인은 "부부는 긴 밥상을 서로 높낮이를 맞춰 함께 드는 마음으로 동고동락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시인은 10여 년 전 후배의 부탁을 받고 총각 주제에 '밥상을 들 때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두 사람에게'로 시작하는 결혼식 주례를 했다. 이 주례사를 요약해 '부부'라는 시를 썼다.



부부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문학기행 참가자는 시인의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라는 시가 새겨진 조형물이 있는 동막 해변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 갯벌이 꽁꽁 얼어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변했다. 대부분의 조형물이 높게 세워진 것과 달리, 바닥에 납작하게 깔렸다. "고층 아파트로 상징되는 도시의 수직성과 문명의 딱딱함을 논과 밭을 일구는 수평성과 뻘의 말랑말랑한 힘으로 바로잡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뜻이에요."

시인은 시 '김포평야'에서 "김포평야에 아파트들이 잘 자라고 있다/(…)이제 농촌이 도시를 베끼리라/아파트 논이 생겨/엘리베이터 타고 고층 논을 오르내리게 되리라"라고 수직의 문명을 비판한다. 시인이 대안으로 생각하는 말랑말랑한 힘은 뭘까.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말랑말랑한 힘/말랑말랑한 힘'.('뻘' 전문)

8년의 침묵을 깨고 조만간 나올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창비)이 벌써 기대된다.


# 외세 침탈로 슬픈 역사 간직

- 함 시인이 전하는 강화도

   
부산이 우리나라 동남쪽의 끝이라면 강화도는 서북쪽의 끝, 변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산은 6·25전쟁 때 3년간, 강화도 역시 고려시대 몽골과의 전쟁 때 39년간 임시수도 역할을 했다. 두 곳 모두 외세 침략에 의한 아픈 역사가 있다. 함민복 시인은 강화도 역사를 속속들이 설명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 강화성을 지키다가 성이 청에 의해 함락되자 척화파 김상용과 함께 남문에서 자폭했다는 김익겸. "김익겸이 죽자 부인은 자결하려고 했으나, 뱃속에 아이가 있어 차마 생명을 끊지 못하고 피란을 가던 중 '구운몽'을 쓴 서포 김만중을 배에서 낳았어요. 김만중은 말년에 노도에서 유배돼 생을 마감했으니 그의 인생길은 물길에서 시작되고 물길에서 끝난 셈이죠."

조선 후기 프랑스 신부가 순교한 병인박해를 구실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로 쳐들어온 병인양요가 1866년 일어나 강화도의 외규장각이 약탈당했다. 외규장각 의궤가 2011년 5월 145년 만에 귀환했다. 1871년 미국 함대가 강화도를 공격한 신미양요가 일어나지만, 물리친다. 1875년에는 일본 함대가 강화도를 공격해 운요호 사건을 일으켰으며, 그다음 해에 강화도 조약에 체결됐다. 시인은 "18년간 강화도에 살면서 곳곳을 돌아다닌 기행을 바탕으로 병인양요, 신미양요 사이 5년간 격동의 역사를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사찰인 전등사가 강화도에 있다. 아도화상이 진나라에서 고구려에 건너와 381년(소수림왕 11년) 진종사를 창건했다. 고려 말 충렬왕비 정화궁주가 이곳에 옥등을 시주하면서 전등사로 이름이 바뀐다. 전등사 추녀 밑에서 지붕을 받들고 있는 나녀상(사진)에 관한 전설이 있다. "절을 짓던 도편수(대장 목수)는 절 아랫마을의 주막집 여인과 사랑에 빠졌어요. 일이 끝나면 여인과 살림을 차릴 생각으로 돈을 모두 맡겼는데, 마음이 변한 여인이 다른 사내와 도망가버렸지요. 그래서 목수는 그 여인을 원망하며 나체 형상으로 만들어 무거운 추녀를 들게 했다고 전해지죠."


▶함민복 시인

1962년 충북 중원군 노은면 출생

수도전기공고 졸업 후 월성원전 4년 근무

서울예술대 문예창작과 졸업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애지 문학상, 박용래 문학상, 김수영 문학상, 제비꽃 서민시인상,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수상

시집 '우울씨의 일일'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미안한 마음' '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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