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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 실크로드 시간여행 <1> 프롤로그- 21세기에 만나는 의미

삶을 나누고 공존했던 소통의 길…열정과 희망을 살려내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1-21 19:54:08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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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5일 부산 광복로 일원에서 열린 '2012 조선통신사 축제'에서 조선통신사 행렬이 지나고 있다. 국제신문DB
# 국가주의 경계해야

- 한국 "일본에 한 수 가르쳤다"
- 일본 "정치·정략적 산물일 뿐"
- 아전인수식 과잉 역사해석 안돼

# 한·일 서로가 '배웠다'

- 우리사회 상당 부분 日문화 의존
- 일본 문화 탄력성에 한국이 기여
- 양국에 중요한 경험·교훈 제공

# 진정한 의미는 상호공존

- 정치관계 떠나 삶의 축적물 교환
- 국가·국민적 열망 분출의 매개체
- 서로에 대한 기대감·존경심 작용
- 문화 복합·포용으로 발전 이끌어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를 보는 많은 한국인의 관심은 아마도 '자랑스러운 조선 문화의 일본 전파' 혹은 중국을 제외한 '조선 사회의 거의 유일한 자랑스러운 대외 활동'이라는 데 집중되는 듯하다.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조선통신사를 통해서 대륙의 선진문화 혹은 한국의 전통문화가 흘러감으로써 근대 이행기 일본의 국학운동을 일으키고, 개항(開港)에 힘을 불어넣었다는 생각이 많다. 반면 많은 일본인들은 조선통신사라는 수단을 통하여 일본 측의 수준 높은 서구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그동안 중국 문화에 일방적으로 종속된 조선 문화가 기존의 굴레를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는 관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좀 더 나은 사회 향한 조·일의 열망

그런 입장의 차이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수탈적 근대화로 상처 입은 조선의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한 역사적 자긍심의 수단으로 '일본에 한 수 가르친 조선통신사'라는 관점을 지향(志向)한 한국인의 이해방식이 내재하고 있다. 아울러 일본에서는 지나친 과잉해석에 따라 조선통신사의 문화적 업적이 과장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실은 일본의 정치적·정략적 고려의 산물일 뿐 이미 일본 문화는 조선을 넘어섰고 근대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주장을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선통신사에 대한 양국의 동상이몽(同床異夢)에도 불구하고 조선통신사는 세월이 흐를수록 폄훼(貶毁)될 수 없는 역사성을 담고 있음이 판명되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패권과 세계관이 강요되던 중세 동북아의 두 지역에서 조선통신사를 통하여 서로 자랑하고 교류할 만한 자국 문화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이다. 에밀 뒤르켐(Emile Durkheim)의 말처럼 무릇 인간사회는 문화의 교환과 복합을 통하여 동물계와 다른 새로운 사회적 열정과 희망으로 재생산될 수 있었다. 바꿔 말해, 단순하게 자신만의 문화적 자긍심을 상대에게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를 구축하려는 국가적·국민적 열망이 조선통신사라는 매개를 통하여 분출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문화의 교환이 단순한 정치가 아니라, 삶의 축적물의 교환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바로 이 점이 조선통신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현재적 의미인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왜 인간을 끝없이 경쟁으로 내몰고 소외시키고 세상을 일부가 독점하게 만드는 자본주의가 세상을 공평하게 하고 계급을 철폐하려는 과학적 사회주의를 이겼는지 궁금해 한다. 어떤 이는 그 승리의 요인이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문화적 이유는 말하지 못한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는 '다양성 공존의 논리'와 비록 다른 의식과 세계관으로 서로 충돌할지라도 '중첩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는 다원적 방법의 존재 및 중첩적인 합의 가능성의 이해'라는 것이다. 말리노프스키(B.K. Malinowski)가 자신이 야만이라고 부르던 세계에서 놀랍게도 음왈리(Mwali)와 술라바(Soulava)를 통하여 이웃과 교류하고 문화를 교환함으로써 전쟁을 피하고 평화로운 문화적 공존을 유지하는 트로브리안드(Trobriand) 섬 사람의 지혜를 발견했다. 서로 다른 구성원 간의 공존 가능성과 자유로운 교환 그리고 다양한 교류야말로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가 사회주의에 앞서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따라서 '선진 조선 문화의 전수' 혹은 일본 측의 전략적 이용이나 '반(反) 중국문명의 등대'와 같은 조선통신사에 대한 국가주의적 표현은 결국 이분법적이고 문화충돌론적인 관점의 연장이며, 기존의 아전인수식의 과잉 역사해석을 불가피하게 할 것이다.

■상호 포용 모색하는 '공존의 해양루트'

조선통신사는 말 그대로 신뢰를 나누고 소통하는 '공존의 해양루트'였다. 오랜 전란에서 조선과 일본의 양심과 교훈이 모여서 서로 공존하고 교류하여 평화로운 동북아의 국제관계를 만드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그리고 국가적 열정과 희망을 상실하여 문화적 발전의 동력을 잃었을 때 양국은 서로 통신사를 통하여 새로운 국가적 열망을 부채질할 '문명 간 대화'를 시도했고, 거기서 양국만의 문화의 복합과 포용이 발생하여 두 지역을 발전시켰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배웠다는 사실에 부끄러울 필요가 없다. 조선통신사의 이해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나 일본인의 전략이 만든 산물이 아니라 교환을 통한 '사회적 열정'의 재정립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열정의 지향은 보다 나은 사회 개혁이었다. 실제로 우리 한국 사회의 많은 부분이 일본과 일본인이 전파한 문화와 과학에 의존하고 있으며, 반대로 일본 지역 문화의 탄력성을 높이는 데 한국 문화가 기여했다. 오늘날에도 한류(韓流)는 그러한 문화의 교류와 교환을 통하여 상호 공존의 문화를 위한 문화 복합을 실현하는 중요한 통로로 이해되고 있다. 혹시 한류를 일방적인 한국 문화의 일본 전수라는 차원에서 이해한다면 그 한류는 오래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제성을 상실할 것이다. 그러한 일방성은 오히려 '반(反) 한류'와 '혐(嫌) 한류'를 창출하여 문화 복합을 저해하고 문명의 교환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에 늘 공존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한류가 되어야 한다.

조선통신사는 자극을 받지 못하던 조선 문화가 일본이라는 새로운 대상을 앞에 놓고 보다 고양된 조선 문화로 발전하는 중요한 힘이 되었다. 가르침을 통해서 배우는 교사처럼 대상이었던 일본의 수준 높은 문화가 있었기에 조선통신사가 200년을 이어가면서 일본과의 교류를 지속한 것이다. 통신사 교환으로 고양된 양국의 문화는 서로 근대를 목전에 둔 채 여러 가지 고난의 행군을 떠날 때 중요한 문화적 경험과 교훈을 주었다. 자주적으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 문화는 일면 인간적 감동을 중시하는 한국적 인간관계와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충실한 고민을 바탕으로 이룩된 것이다.

   
조선통신사 연구의 외형은 그동안 일본과 조선의 자존심 대결이나 정치적 목적에 대한 관심으로 심히 국가주의적 연구 경향을 넘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실은 탄력성을 잃은 중세 조선과 일본의 문명 자체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기대감과 존경심을 기다릴 때 나타난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을 다시 일깨우고 그 안에는 조선이나 일본이 아니라 조선과 일본을 함께 고양(高揚)시키는 거대한 힘이 존재하며 그것에 대한 숭배와 공경이 오늘날 한류로 승화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조선통신사 문제를 고민할 때 가져야 할 중요한 가치는 단순한 자존심이나 문화적 우월감의 재생산이 아니라 공존하기 위해선 서로 나눠야 하고, 자기를 높이기 위해선 상대를 높여야 한다는 문화 복합의 고민과 공존의 이상을 무장하는 일이다.

강대민 조선통신사학회 회장·경성대 사학과 교수

※공동기획 :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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