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입견·오해 방대한 사료로 반박도
- 일본인이란 무엇인가/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 고경문 옮김/페이퍼로드/3만3000원
저자인 일본연구가 야마모토 시치헤이는 서문에서 이 책을 '새로운 국화와 칼'이라고 소개했지만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과 유사한 영역을 다루고 있을 뿐 그에 대한 동조라기보다는 반박에 가깝다.
'국화와 칼'에서 일본 고유의 것이라고 명명한 특징이 사실 동아시아 전반의 문화적 특성에 가깝다는 것, 그리고 오리엔털리즘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할 때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일본인이란 무엇인가는 똑같이 일본과 일본 문화를 다루고 있지만 훨씬 더 분석적·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사료에 근거하며, 무엇보다 아시아가 아닌 일본만의 특성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다.
책은 문자, 율령제, 신화와 전설, 불교, 민주주의의 발생, 사회제도 등 다양한 주제를 시대별로 서술하고 있어서 간단한 일본사 한 권을 통독하고 읽으면 더 이해가 쉬울 듯 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일본 문자의 독창성을 역설한 장이다. 한국과 일본 문자는 한자의 영향을 크게 받았을 뿐 소리글자로서 한자와는 완전히 상반된 문자체계를 갖고 있다. 그러나 많은 서양인은 일본어가 한자와 비슷한, 심지어 똑같은 언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본 '가나'의 발생과 변화, 쓰임에 관해 그리고 한자와의 근본적인 차이점에 관해 놀라울 만큼 세세하게 다루고 있다.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분석은 일본 최고의 일본전문가라는 명성답게 명쾌하고 억지스럽지 않으며, 근거로 삼은 사료의 양도 방대하다. 그러나 저자가 생전(그는 1991년 사망했다)에 "일본인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후진 민족입니다"라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를 일본 제일주의에 반대한 진보적 사학자 쯤으로 본다면 과하다.
그는 오히려 끈질긴 해명을 통해 일본이 모방대국이라는 평가, 일본문자가 한자의 아류라는 견해, 일본인은 무조건 상명하복한다는 시선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가면을 벗은 일본인의 초상'이란 홍보문구는 일본과 일본문화에 대한 보다 치밀한 분석을 통해 일본인에 대한 광범위한 오해를 벗으려 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적당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