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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34> 재물과 하느님을 함께 섬길 수 는 없다

돈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 무너져선 안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1-09 19:17:29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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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의 분노
얼마 전 본당의 중학생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돈이 최고다"라는 한 학생의 말을 듣고, 다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반 이상의 학생들이 동의한다고 했다.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인격을 연마하고 교양을 쌓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공부하고, 당장이라도 많은 돈이 생기면 공부도 그만둘 아이들이었다. 주일학교를 통해서 우리가 가르치려는 신앙의 진리가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사실 우리는 돈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의 시대,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거래만능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학교와 병원이 늘어가고, 돈을 받은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는 부부가 생겨나며, 스포츠인들도 돈 때문에 승부조작에 가담하고, 권력과 돈이 결탁하여 춤을 추는 정치판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비록 그 영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고, '돈으로 사지 말아야 할 것'도 있다. 돈으로 최고급 침대는 살 수 있어도, 편안한 잠을 살 수는 없다. 돈으로 호화주택을 살 수는 있어도, 행복한 가정을 살 수는 없다. 재물로 권력을 쥘 수는 있으나 진정한 명예를 얻을 수는 없다. 돈으로 사람까지 살 수 있으나 그의 내면세계까지 살 수는 없다. 진리나 사랑, 희생이나 체험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돈으로 교회를 매수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하느님을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예수는 말한다. "아무도 두 주인을 섬길 수 없고,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는 없다."(루카 16,13) 당시 바리사이들은 재물을 통한 자신들의 넉넉한 생활을 그들의 정직함에 대한 하느님의 보상이라고 믿었다. 그들은 하느님의 계명과 조상의 전통을 보호하고 전수하며, 율법을 글자 그대로 착실하게 지키는 대가로 재물을 보상받았다고 믿었다. 결국 그들은 하느님을 잘 섬긴 대가로 받은 재물의 소유권은 주장하지만 재물을 하느님만큼 섬기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뭐가 다른가? 예수가 보기에 자기 재물의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그 자체가 재물을 또 다른 주인으로 섬기는 것과 같다. 예수는 재물과 하느님을 철저하게 따로 떼어 생각하고 있다. 재물은 언제나 세속적이고 온갖 탐욕과 부정부패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것이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흐리게 만든다. 예수가 말하는 재물은 비단 지상의 물질만이 아니라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건강과 능력, 가족과 직업, 시간과 공간 등, 우리가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소유하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재물과 하느님의 철저한 구별은 곧 모든 재물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말씀의 핵심은 소유와 위탁의 구분에 있다. 모든 것의 소유권은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께 있다. 우리가 소유한 것이라고 여기는 세속의 재물은 사는 동안 관리하도록 하느님으로부터 위탁된 것, 즉 맡겨진 것이라는 말이다. 이는 재물과 하느님 사이의 종속적인 관계를 유발시킨다. 세상의 주인은 하느님뿐이다. 하느님 외에 어떤 무엇도 인간의 주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세속의 재물도 하느님의 것으로 인간은 자신의 삶 속에서 이를 잘 관리하도록 불림을 받은 셈이다. 사람은 적게 맡았든 많이 맡았든 자신의 소명과 책임을 요구받는다.

맡은 것이 많을수록 더 많은 걱정과 탐욕, 비리와 부패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해야 한다. 돈이 최고요,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고, 아직도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며, 재물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지고, 인권을 팔아야 하는 일이 있는 한, 우리는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베풀어 주신 재물에 대한 관리와 위탁의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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