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신나는 문학기행 <20> 소설가 김주영과 함께하는 청송 기행

노작가의 절절한 사모곡에 가슴 한쪽이 아릿해오다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2-09-18 20:30:34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문학기행 참가자들이 경북 청송 송소고택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 가난 벗어나려 두번 결혼하고도
- 끼니도 해결 못해 원망한 어머니
- 당신의 죽음 뒤 자전 소설 통해
- 그리움·참회의 마음 이제야 전달

어머니. 한때는 세상 전부였다. 때로는 원망으로, 그리움으로 얼룩지는 이름이기도 하다. 소설 '객주'로 유명한 김주영 작가에게도 그랬다. 지난 5월, 김주영 작가가 아프지만 꼭 한 번 털어놓아야 하는 어머니에 대한 후회와 참회를 담은 자전적 소설 '잘 가요 엄마'를 냈다.

문학기행 참가자는 지난 16일 태풍 '산바'의 북상에 따른 비바람을 뚫고 김주영 작가를 만나기 위해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경북 청송으로 떠났다. 문학기행 10주년 기념행사에 손길호(회사원) 김나연(〃) 허정애(교사) 이상금(주부) 김수정(학원강사) 씨 같은 문학기행 단골 참가자도 함께했다. 김주영 작가가 들려주는 사모곡을 통해 우리 모두의 근원인 '엄마'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촬영지인 주산지도 운치 있었다.

■어머니에 대한 참회 담은 다큐소설

김주영 작가는 "'잘 가요 엄마'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을 상기하기 싫지만 내 가족사를 그대로 쓴 다큐멘터리 소설"이라고 고백했다. "어머니는 두 번 결혼하셨는데도 돌아가신 뒤 호적을 떼어보니 어느 곳에도 올라 있지 않았어요. 참 불행하신 분입니다."

가난한 친정 살림 때문에 유력자 집안에 넘겨졌던 어머니는 아버지가 숨진 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돈푼깨나 있다는 새아버지와 재혼했다. 그는 소설에서 "한평생 무겁고 가혹한 삶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어머니"(88쪽)라고 표현했다. 어머니가 3년 전 아흔넷의 나이로 돌아가셨다. 그는 부음을 알리지도 않고, 무허가 화장장에서 장례를 치렀다.

그는 "'잘 가요 엄마'는 어머니에 대한 참회"라고 강조했다. "소설가는 문학이 종교죠. 문학이라는 종교를 통해 '잘 가요 엄마'에 내가 저지른 모든 죄업과 세상을 향한 거짓말을 참회했어요. 내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마음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기분입니다. 나 스스로 고백한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는 격려 전화가 많이 옵니다."

한 달이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분량(900매)의 소설인데도 일 년 반이나 걸렸다. 부끄러운 가족사를 까발리는 데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는 얘기다.

그는 "내 생애 마지막 소설이 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말했다." 40, 50대만 됐어도 누더기 같은 가족사를 쓰지 못했을 겁니다. 내가 70이 넘고 산전수전 다 겪어서 참회하는 기분으로 말할 수 있게 된 거죠."

■어린 시절 가난이 문학의 원천

김주영 작가는 자신의 다녔던 진보초등학교 교정에서 문학기행 참가자에게 찢어지게 가난했던 학창시절을 들려줬다. 그는 "초등학교 6년 동안 교과서 없이, 점심 도시락 한 번 못 싸가고, 학비 한 번 못 내고 놀기만 한 것 같다"며 "옛날에 안 낸 학비를 내라고 할까 봐 모교에 자주 못 온다"고 농담까지 했다.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이 마음 편치 않아서이리라.

청송(靑松)은 울창하고 푸른 소나무가 많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그는 초등학교 시절 늘 하얀 소나무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미술 시간에 크레파스로 칠을 해야 하는 데 크레파스가 없었어요. 친구에게 통사정해 빌릴 수 있는 건, 아무도 쓰지 않는 흰색 크레파스뿐이죠. 산을 흰색으로 칠해서 제출하면 선생님께서 부릅니다. 귀를 잡아당기며 산이 보이는 창가로 데려가죠. '저게 무슨 색깔이냐?' '파란색입니다' '너 왜 흰색 칠했어?' 억울해서 울어버리면 선생님은 '때리지도 않았는데 운다'고 야단치죠."

그는 소설에서 "양조장에서 얻어온 술지게미나 겉보리 같은 조악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다보니 대변을 볼 때마다 항문이 찢어질 정도로 고통스러웠다"(108쪽)고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이런 어린 시절 가난했던 경험이 나를 문학 하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길 위의 소설가

9권짜리 장편 역사소설 '객주'를 쓴 김주영 작가는 '길 위의 소설가'로 불린다. 끊임없이 현장을 찾아 민초의 삶을 경험하고 생동감 있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그는 1979년 6월부터 4년 9개월간 서울신문에 '객주'를 연재하는 과정은 고통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역사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객주라는 역사소설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선 후기 상업사에 관한 논문 100여 편을 읽었고, 전국의 장터란 장터는 안 다녀온 곳이 없죠.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썼고 새벽에 한강에 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객주'를 쓰고 나니 세상이 보이는 듯 자신감이 생겼어요. 하지만 몸이 망가지기도 했죠." 그의 소설이 인기를 끈 이유가 피나는 노력의 결과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날 문학기행에 동행한 한동수 청송군수는 "'객주'의 무대가 된 진보장터 옆에 문학마을을 갖춘 '객주테마파크'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 "어머니와 닮은 낙천적 성격…작가로의 삶 살게해준 밑천"

   
김주영 작가의 어머니는 그에게 세 가지의 유산을 남겼다. '잘 가요 엄마'에 쓴 대로 유산 두 가지는 새아버지가 선물한 싸구려 핸드백과 빨간색 립스틱. 립스틱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채 몇십 년 동안 핸드백에 보관된 거다. 소설 속 '나'는 "어머니 역시 여자였구나, 싶은 연민이 뒤통수를 쳤다"(97쪽)고 했다.

나머지 하나는 70이 넘어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깨달은 것으로, 김 작가가 지금의 삶을 살 수 있는 근거를 어머니가 마련해줬다는 점이다. 그는 이 소설 작가의 말에서 "어머니가 내게 주었던 자유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그중에서도 어머니의 '낙천적 성격'을 김 작가는 빼닮았다. 역경을 딛고 오늘의 김 작가를 있게 한 뚝심의 밑바탕이 된 셈이다.

"'태평때기(댁)'로 불린 어머니는 오늘 당장 저녁 끼니가 떨어져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낙천적이셨어요. 사람들로부터 유린, 희생당하면서도 다 끌어안고 자신의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사셨습니다."

어머니의 낙천적 성격은 소설 속에서 운동회 날 일화를 통해 소개된다. 먹은 것도 없는 아들이 뛰다가 엎어지면 두 번 다시 못 일어난다고 뛰지 말라고 했고, 아들은 그렇게 하다가 선생님께 혼이 난다. 김 작가는 "언제 어느 때라도 천천히 걷는 배짱을 갖게 되었다"(127쪽)고 했다.


# 소설가 김주영은

1939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0년 '여름사냥'이 '월간문학'에 가작으로 뽑히고, 1971년 '휴면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 '홍어' '아리랑 난장' '멸치' '빈집' 등이 있다. 유주현문학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과 (사)장날 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최=롯데백화점·부산문화연구회

▶특별후원=국제신문

▶참가문의=http://문학기행.kr (051)441-0485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6. 6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7. 7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8. 8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9. 9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10. 10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4. 4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5. 5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3. 3“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4. 4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5. 5"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6. 6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10. 10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