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도 촉발 개고기 논쟁서
- 전통은 박물관에 모셔두고
- 외국 문물을 '경전'으로 삼는
- 한국인의 콤플렉스 등 다뤄
- 세계 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3만2000원
"당신의 비판은 문화적인 상대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가 아닌지…."(손석희)
"개고기 식용은 문화가 아니라 야만이다. 아름다운 관습의 나라 한국이 개고기를 먹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바르도)
지난 2001년 프랑스의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가 MBC 라디오 프로그램(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손석희와 벌였던 논쟁의 일부다. 당시 바르도의 발언에 대해 한국 고유의 음식문화를 비하하는 서구 중심적 행태라는 비난이 빗발쳤지만, 서구와의 메울 수 없는 문화적 간극을 확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 |  |
| 저자는 한국에 뿌리내린 유교 문화가 본고장 중국보다 더 유교적이라며 이를 '정통 콤플렉스'의 일례로 든다. 사진은 서울 성균관에서 열린 석전대제에서 무용수들이 팔일무를 추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DB |
"박지성 너희 조국은 개를 먹지." 서구인들의 이런 행태는 영국 축구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 선수의 응원가에도 등장해 논쟁이 재연됐다. 한국과 서구 간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정 여부를 둘러싼 '문화 상대주의' 논쟁이었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간 세계 문화의 겉과 속에서 '한국의 보신탕은 문화인가, 야만인가'라는 제목으로 10여년 전 바르도가 했던 주장에 물음표를 달아 다시 독자들에게 던진다. 강 교수는 보신탕에 대해 "문화인 동시에 야만적인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개 농장주가 보상비를 받기 위해 개를 방치해 굶주리게 한 '인천 장수동 개지옥 사건'을 야만의 한 증거로 들면서.
'한국·미국·중국의 역사 콤플렉스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제목의 글에선 한·중 역사 갈등을 '정통(正統) 콤플렉스' 대 '전통(傳統) 콤플렉스'의 대결 구도로 정리한다. 중국은 바깥에서 들어온 문물이라도 일단 국내에 정착하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해 '그것은 본래 중국에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반면, 한국은 역사에서 늘 정통성을 따지고 지향한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들어온 유교가 한국에 뿌리내린 뒤 중국 것보다 더 유교적이 된 점이나, 가톨릭과 개신교가 나란히 한국에 들어와 본고장이 무색할 정도로 정통성 논쟁을 벌이고 있는 점 등을 그 예로 제시한다. 강 교수는 "한국인은 전통을 박물관에만 모셔두려고 할 뿐 그걸 탐구와 성찰의 대상으로 삼진 않는다"며 "그 결과 한국인은 자국의 경험에서 무언가 배우려고 하지 않고 늘 외국만 쳐다본다"고 꼬집는다.
강 교수는 그동안 '미국사 산책', '세계문화전쟁', 세계의 대중매체' 등 세계 문화에 관한 많은 책을 썼다. 이번 저서는 '세계 문화'에 대한 총정리다. 887쪽에 달하는 두툼한 분량으로, 100여 편의 글이 실려있다. 책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중점을 두고 쓰여졌는데, 세계 문화를 나라별로 비교하되 한국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취했다. 강 교수는 "한국인의 이(異)문화 적응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인데,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가 이렇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선 자기 자신, 즉 자기 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