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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김진홍의 상(相)' 공연에서 김 명인이 동래한량춤을 추고 있다. |
- 여성 4명과 동래한량춤 선봬
- 휘날리는 장삼자락 기품 더해
- 김진홍표 승무 부산춤의 진수
지난 11일 오후 9시께 부산문화회관 중강당. 1, 2층을 가득 메운 관객은 장구 장단에 맞춰 연신 손뼉을 쳤다. "잘 한다"는 감탄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관객이 키 160㎝도 안 되는 70대 후반 할아버지의 춤사위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동래한량춤의 대가 김진홍(77) 선생이 여성 4명과 동래한량춤을 췄다. 김진홍전통춤보존회 주최로 열린 '김진홍의 상(相)' 공연에서다. 조선대 박재연 교수가 김 명인이 추는 동래한량춤을 보고 제작한 부조 작품도 함께 전시됐다.
특히 김진홍 명인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부채를 든 오른손을 관객을 향해 장중하게 뻗었을 때 그 기운이 2층 객석까지 전해지는 듯했다. 70대 노인이 춤을 춘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쳤다. 양반 사대부의 여유로운 멋을 뽐내지 않고 겸손하게 춤사위에 담아낸 동래한량춤의 절제미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게 관객의 반응이다.
김 명인은 제자 김필분과 승무를 추며 이날 공연을 마무리했다. 김 명인의 작은 체구에서 나와 허공에 힘있게 뿌려지는 장삼 자락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줬다. 허공을 휘저어 크게 뻗었다가 꺾어진 장삼 자락의 기품은 꽃을 본 나비와 같이 하늘거리고, 바닷바람을 안은 갈매기의 비상처럼 천지를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명인은 장삼을 벗어 무대에 두고 승무 공연을 끝냈다. 세상의 번뇌를 모두 벗어버리고 떠난다는 의미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명인이 되새김질하듯 조금씩 흥을 풀어내는 승무는 넉넉한 부산 춤의 진수로 꼽힌다. 그래서 그의 승무는 소위 한영숙류, 이매방류 승무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따 김진홍류 승무라고 불린다.
이날 동래한량춤 대담에 나선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은 "동래한량춤, 김진홍류 승무, 김 명인이 안무와 구성을 맡은 호접몽 같은 부산 춤의 진수를 모아 부산을 알리는 문화콘텐츠로 키워 달라"고 김 명인에게 주문했다. 김온경 부산시민속예술보존협회 이사장과 김해성 부산여대 교수는 "시대 변화에 맞춰 동래한량춤을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이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